오늘 당신은 어떤 색을 보았나요
제주는 올 때마다 채도가 높아져 가는 듯합니다. 날이 흐렸다 맑았다 반복되었는데, 맑아지는 그 순간엔 유독 스미는 빛의 영역이 넓어져요. 빛을 머금은 녹음이 한층 선명해집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색을 보았나요? 혹시 떠오르는 색이 없거나, 도시의 잿빛뿐이라면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쉼표를 맞이할 것을 제안합니다.
오늘 소개할 이곳은 제주에서 퍼니처 쇼룸을 운영 중인 호스트의 가구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에요. 온전한 손길로 만들어진 가구와 빈티지 조명의 조화가 마치 핀란드 가정집에 머무는 듯한 착각을 일게 합니다. 북유럽 감성의 포근한 색감을 지닌 내부, 창밖으로는 제주의 푸르름이 가득한 이곳.
‘리틀스프링 스테이’에서 채색되는 하루의 즐거움을 만끽했던 기록을 공유합니다.
도착해서 문을 여니, 디퓨저의 향을 은은히 머금은 공간에 음악이 잔잔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시청각과 후각이 동시에 기분 좋게 채워지는 강렬한 첫인상이었다.
(기록 중)
리틀스프링 스테이 내부
기록 1
리틀스프링 스테이에는 거실에만 무려 4가지의 조명이 있습니다. 한 낯에는 볕이 잘 들지만 이 조명만은 가끔 켜두었어요. 바로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 1AD 조명입니다.
노구치는 강변을 걷다가 물결을 따라 흐트러지는 빛을 발견했어요. 빛은 배에 달아둔 일본의 전통 등불, 쵸진으로부터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노구치는 이 등불에서 아카리의 영감을 받았어요. 대나무 틀과 뽕나무 껍질로 만든 수제 종이(와시)를 조합해 일본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탄생된 아카리 조명은 무려 100개가 넘는 모델을 시리즈를 선보이며 이사무 노구치의 대표작이 되었답니다.
일본어로 ‘등불’을 뜻하는 단어인 ‘아카리’.
얇은 종이 위로 퍼지는 뭉근한 연 노란빛이 공간의 온도를 한 층 더해줍니다.
“전기의 가혹함만이 종이의 마법을 통해 우리의 기원인 태양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사무 노구치
이사무 노구치(1904-1988)
20세기를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디자이너, 설치 미술가로 가구, 정원, 건축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한 예술가. 일본계 미국인으로서 작품에서도 동서양 그 어느 쪽의 감성이라고도 단정할 수 없는 그 만의 독창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거실 이외에도 리틀스프링 스테이 곳곳에 배치된 (빈티지) 조명들이 그 공간만의 분위기를 형성해 줍니다. 혹시 내 방에 감성을 더해줄 조명을 찾고 있다면 리틀스프링 스테이에서 좋은 레퍼런스를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기록 2
기록으로 남겨놨던 또 다른 아이템은 거실과 주방 사이에 놓인 수납장이에요. 산뜻한 색감을 지닌 목재와 공간감을 확장시켜 주는 투명한 유리 판의 조합으로 사이즈감이 있지만 공간을 크게 차지하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모든 외부를 포용하는 유리 덕분에, 목재 프레임에 드러난 매력적인 나이테의 일렁임으로 시선이 집중되는데요.
안에는 평소에 사용해보고 싶었던 데이비드 멜러의 커트러리부터 카페에서 종종 마주쳤던 일본의 안도프리미엄 잡지, 유려한 쉐잎의 식기들까지.
마치 호스트의 보물 컬렉션을 마주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모두 게스트가 사용해 볼 수 있었어요.
안도프리미엄 잡지
‘The Guide to a Better Life’를 내세운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 잡지. 캐치프레이즈대로 더 나은 삶을 위한 아이템부터 공간, 습관, 레시피 등 우리의 일상을 한층 더 두근거리게 할 여러 가지 콘텐츠를 제안합니다.
프로방살 블랙 커트러리 (Provençal Black Cutlery)
완만한 곡선의 블랙 손잡이와 브라스 리벳, 은빛 스테인리스의 조화가 돋보이는 모던 클래식 커트러리 라인. 데이비드 멜러를 대표하는 디자인으로 현재까지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시리즈예요. 입에 닿는 부분은 스테인리스 스틸, 핸들 부분은 고품질 아세탈 레진을 사용했습니다. 모두 내구성이 뛰어난 소재로 오랫동안 식탁에 함께할 수 있도록 튼튼히 설계되었어요.
데이비드 멜러(David Mellor) (1930-2009)
왕실과 대사관을 위해 커트러리 ‘Embassy 시리즈’를 제작 한 영국을 대표하는 산업디자이너. 은 세공 기술을 배우고 금속 세공 작품 활동을 통해 수많은 디자인 상을 거머쥐었다. 또한 버스정류장, 우체통 등 다수의 영국의 공공시설물 디자인으로 현재까지도 영국의 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작품을 통해 그의 디자인 철학인 ‘Well designed(잘 만든 디자인의 제품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를 엿볼 수 있다.
아포테케 프라그란스 (APOTHEKE FRAGRANCE)
일본 도쿄 치바현에 위치한 핸드메이드 룸 프라그란스 브랜드.
브랜드명 APOTHEKE는 독일어로 ‘향료, 약초를 조합하는 곳’ 즉, ’조제약국‘을 뜻해요. 우리 곁의 약국처럼 ’생활의 일부로서 향기를 즐기는 법‘을 제안하겠다는 브랜드 철학이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아포테케는 블렌딩부터 생산, 마지막 패키징까지 모두 정성스러운 손길로 직접 제작하고 있어요. 따라서 무엇을 선택하든 가장 특별한 원 앤 온리를 만날 수 있답니다. 향의 종류는 총 60여 가지로 캔들, 디퓨저 또는 스프레이 등으로 쓰임에 따라 다양하게 고를 수 있어요.
리틀 스프링
‘오랜 시간 사랑받는 가구를 만들 수 있길 소망합니다.‘
나무 재료로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가구를 만드는 곳. 호스트가 리틀스프링 스테이와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화사한 황색과 연갈색이 어우러진 가벼운 느낌의 너도밤나무부터 단단하고 밀도 높은 백참나무(화이트오크)로 만들어진 가구들까지.
매끄러운 곡선의 테이블, 의자, 작은 오브제 등 다양한 아이템들을 스테이에서 묵으며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의 내 공간엔 이곳의 추억 조각들과 닮은 모양새가 곳곳에 묻어있을 것 같다.
(기록 중)
빛을 머금어 짙어지는 녹음처럼, 영감이 가득한 공간에서의 머무름은 내면의 깜깜했던 감각들을 선명하게 밝혀줍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것에 관심이 깊었는지. ’나’에 대한 물음과 답변을 찾아갈 수 있어요.
리틀스프링 스테이에서 나만의 기록을 안고 돌아간 일상은 반짝이는 무언가로 가득 채워진 듯 든든했습니다. 공간의 온도를 더해주는 조명과 입체감을 부여하는 가구들의 색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아담한 집. 여러분은 리틀스프링 스테이에서 어떤 색을 보았나요? 모쪼록 일상의 작은 틈이 채색되는 시간이었길 바라며 리틀스프링 스테이에서의 기록을 마무리합니다.
위치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송당 2길 11-7 리틀스프링스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