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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y 23. 2024

53년 전통 전주 피순대 맛집 <조점례남문피순대>



전주 하면 반사적으로 맛집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맛의 고장'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닐 만큼 맛난 음식들이 워낙 많은 데다가, 춘추전국시대 백가쟁명을 연상케 할 정도로 난다긴다 하는 맛집들도 곳곳에 우후죽순 넘쳐나기 때문이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건 그 많은 맛난 음식들과 맛집들 가운데 상당수가 전주남부시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거다. 조선 중기 전주성 남문 밖에 형성돼 남문장이라 불리면서 수백 년간 이 지역 물류 흐름의 중심으로 자리잡아온 전주남부시장은 수많은 사람들과 물자들이 오가다 보니 자연스레 서민형 맛집들이 많이 형성됐다.



한 예로 전주 대표음식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전주비빔밥의 원조 격인 '뱅뱅돌이 비빔밥'이 만들어진 것도 이곳이요, 전주 콩나물국밥 맛집의 대명사 '삼백집'과 '현대옥'이 둥지를 튼 곳도 바로 이곳이다. 1972년부터 무려 53년째 시장 한 편 골목을 지키고 있는 조점례남문피순대도 전주남부시장이 낳은 대표적인 맛집 가운데 하나.


조점례남문피순대는 문 앞에 딱 서는 순간 '아, 이 집 맛집이구낫!'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게 밥시간이면 길게 줄을 늘어서는 건 기본이요, 밥시간을 넘겨도 빈자리를 찾기가 힘들 만큼 늘 손님들로 북적거리곤 한다. '개취(개인적 취향)'긴 하지만 내 경우 간판에 사장님 이름 혹은 사진을 내걸고 당당히 영업하는 집들은 99프로 맛집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데, 조점례남문피순대는 그 둘 모두를 갖추고 있다는 것도 나름 입맛취향 저격 포인트다.





각설하고, 아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피순대라는 건 돼지고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가운데 하나인 선지가 맥없이 버려지는 걸 안타까이 여긴 시장 상인들 중 누군가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는 설(위키백과 자료에 따르면 고려 말 몽골군이 침략하면서 몽골 음식인 피순대가 전파됐다는 설도 있다)이 있는 지극히 서민적인 음식이다. 원래는 쓰레기처럼 버려지던 걸 재료로 한 만큼 다른 식재료들을 사용하는 거에 비해 싼값에 푸짐하게 제공할 수 있었고, 주머니 가벼운 손님들은 뭐가 됐든 배만 부르면 된다는 생각에 열렬히 호응하면서 시장 상인들은 물론 장보러 나온 손님들에게까지 큰 인기를 끌게 된 거다.


보릿고개를 걱정했던 1960~70년대를 지나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룬 끝에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즘 들어서는 배를 불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색적이고 맛난 먹거리를 찾는 이들에 의해 그 인기가 더더욱 폭발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돼지 피로 만들었다는 선입견 때문에 징그러워서 아예 먹어볼 엄두조차 못 내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은 게 바로 이 피순대라는 음식.


반면에 한 번 먹어본 사람들 중에는 그 맛과 식감 때문에 오히려 그 후 다른 순대는 잘 쳐다도 안 보게 된다는 이들도 많은 음식이 피순대인데, 조점례남문피순대는 그런 피순대의 매력을 십분 넘어 백분, 백분 넘어 천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자칫 잘못 손질하면 돼지 특유의 잡내 때문에 먹어보기도 전에 코를 싸매고 도망갈 수도 있는 식재료들을 잘 갈무리해 깔끔하게 국물을 우려낸 덕분에 한 번 숟가락을 담그면 그 맛에 반해 '완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존맛'을 구현해 낸 덕분이다.





깔끔하게 잘 손질된 돼지 내장에 당면이나 찹쌀을 주재료로 넣어 만드는 당면순대나 찹쌀순대와는 달리 피순대는 선지를 주재료로 채소, 다진 고기 등을 넣어 만드는데, 식감과 목넘김이 부드러워서 일반 순대는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큰 거부감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선지의 구수함이 잘 녹아 들어가 있어 깊은 맛을 즐길 수 있으며, 중금속 배출 효과가 있고 피로 회복과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조점례남문피순대는 맛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피순대들 중에서도 최상급 맛을 보여주는 걸로 정평이 나있는데, 덕분에 맛집 소개 류의 방송에도 숱하게 소개돼 더더욱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입구 쪽에 린 대형 현수막을 보면 대략 20여 차례 가까운 방송 소개 이력들이 줄줄이 나열돼 있는데, 식당들 간에 방송 출연 횟수를 겨루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한 번 출전해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 정도다.


여기 적힌 방송 이력들 중 특히 내 눈길을 잡아끈 건 '4대 일간지 삼성광고 모델'이라 적힌 부분이었다. 다른 것들이야 맛집 소개하는 코너들이니 그러려니 하겠는데, 삼성광고 모델이란 건 웬 뜬금포인가 싶어 고개가 갸웃거려져서다. 그런데 알고 보니 2006년 무렵 삼성에서 '당신이 우리의 희망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을 모델로 내세워 기업 이미지 광고를 한 적이 있는데, 1970년대부터 시장 골목을 무대로 성실히 장사를 해온 이 집 사장님이 이때 광고 모델로 발탁됐었던 모양이다.


방송 출연 현수막 옆에 큼지막하게 걸어놓은 그때 광고를 보면 "한국인은 밥심으로 사는 것이제!"라는 큰 제목을 배경으로 조점례 사장이 활짝 웃는 얼굴로 순대국밥 쟁반을 머리에 인 채 배달가는 사진이 걸려 있는데, 과연 삼성이 모델로 발탁해 4대 일간지에 대문짝만하게 실을 만한 포스가 뿜뿜 뿜어져 나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미소짓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완뚝을 부르는 맛있는 순대국밥과 리필을 부르는 석박지


조점례남문피순대는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을 하며 브레이크타임은 따로 없다. 주차는 전주남부시장 바로 옆에 있는 천변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며, 식사를 할 경우 1시간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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