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를 너~~~~~어무 너무 좋아해서 '만두돌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 나와는 정반대로 아내는 만두를 아주 매우 많이 싫어한다. 만두가 메뉴판에 들어있는 식당엘 가면 내 경우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만 반접시라도 만두를 꼭 시켜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반면 아내는 아예 젓가락조차 대지 않으려 할 정도다.
본인 말로는 어려서부터 만두라는 음식 자체를 접해본 적 없는 전북 시골 출신이라 무슨 맛으로 먹는 지도 잘 모르겠고, 딱히 맛있다 느껴본 적도 없어서라고 한다. 그나마 만두 좋아하는 남편의 강권 덕분에 몇몇 맛집에서 맛이나 본다며 하나씩 먹어본 경험이 있긴 하지만, 본인 입맛과는 영 안 맞는다며 그 뒤론 더 질색팔색 손사래를 치고 있는 중.
그런데 그런 아내가 기적적으로 만두를, 그것도 앉은 자리에서 무려 3개나 먹어주시는 '대사건'이 벌어졌다. 백종원의 3대천왕에 선정돼 방송을 탔었다는 전북 정읍 소재 솜씨만두에서 일어난 일이다. 평소 같으면 아예 젓가락도 안 댔을 판인데, 그 비주얼이 아주 매우 많이 독특하고 맛나 보였던 까닭인지 내가 한 번 맛이나 보라고 권하자 못 이기는 척 하나 집어먹어본 게 그 발단이었다.
그 직후 어린 시절 아내로 하여금 '황소눈깔'이라는 별명까지 득하게 만들었다는 큰눈이 더더욱 사슴처럼 커지더니만 "이 만두 이거 정말 맛있는뎃!" 하는 전혀 예기치 못한, 거의 극찬에 가까운 감탄사를 내뱉었다. 꽤 오래 전 가끔 들르던 한 단골 칼국수집에서 아주 매우 많이 얇은 만두피에 매콤한 김치를 곁들여 만든 김치만두를 먹으며 "제법 맛있넷!"이라 얘기한 이래 거의 10여년 만에 처음 듣는 만두 칭찬이지 싶다.
만두돌이로서 진심 반가운 마음에 나는 혹시나 싶어 하나만 더 먹어보라고 권해봤는데, 아주 매우 정말 진심으로 맛있었던지 아내는 못 이기는 척 또 하나를 집어 먹었다. 그러더니 함께 시킨 수제비만두국에 든 물만두 맛까지 궁금해졌던지 자진해서 그것까지 하나 떠먹어봤다. 내가 아는 한 오십 몇 년 인생을 통틀어 아내가 앉은 자리에서 만두 3개를 먹어치운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 마이 굿뉴스!!!
내 입장에선 워낙에 대사건이라 만두에 대한 얘기가 너무 길었던 감이 있는데, 함께 시킨 수제비만두국과 비빔국수도 다른 곳에선 쉽게 맛보기 힘든 존맛이었다. 수제비만두국의 경우 군만두와 마찬가지로 작지만 속이 꽉 찬 만두가 그 중심에 딱 버티고 선 가운데 시원하면서 칼칼한 국물맛이 일품이었고, 비빔국수는 싱싱한 야채와 아낌없이 흩뿌린 깨가 매콤한 양념맛과 잘 어우러져 맛과 식감을 고루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줬다.
개인취향이긴 하지만 테이블 수라고 해봐야 달랑 4개에 불과한 아담한 공간도 아주 매우 많이 좋았다. 좀 변태적인(?)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지만, 방송과 입소문 덕분에 거의 쉴틈없이 손님들이 몰려드는 맛집에서 어렵사리 한 자리를 꿰차고 앉은 보람이랄까 기쁨 같은 게 느껴지는 공간 구성이라고나 할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입장이었다면 느낌이 또 달랐을 것이로되 운좋게 들어가자마자 딱 한 테이블 비어있는 자리를 꿰차고 들어간 덕분에 누릴 수 있었던 작은 즐거움이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체계화되지 못한 운영시스템. 일하는 분들 수 대비 손님이 너무 많이 몰려오는 탓도 있겠지만, 물은 물론 주문한 음식 서빙까지 셀프서비스로 운영하는 것까진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었으되 계산까지 요리하다 말고 주방 안쪽에서 처리하는 건 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덕분에 홀 손님, 포장 손님 주문과 계산이 마구 뒤엉켜 혼란스런 양상을 보였는데, 아무리 일손이 부족해도 서비스업인 만큼 기본 정도는 지키는 게 좋지 않을까 판단된다.
정읍 솜씨만두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영업을 한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이며, 테이블 수 4개짜리 작은 가게이다 보니 전용주차장은 따로 없어서 인근 골목길이나 도로변에 눈치껏 잘 주차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