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면 Dec 31. 2022

[박물관 리뷰]합스부르크600년, 매혹의 걸작들

인물을 보는 화가의 시선

2022년 12월 29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을 보러 갔다. 인터넷 예매는 티켓이 이미 마감되었기에 현장 예매를 위해서 갔다. 9시 30분쯤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이미 줄을 많이 서 있었고 내 뒤에도 줄을 많이 섰다. 제일 이른 시간으로 10시 30분 타임이 남아서 10시 30분 티켓을 끊었다. 특별기획관이 아닌 상설전시관을 먼저 30분 동안 둘러보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예전에 중학생 때쯤 왔었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되어 오니 느낌이 달랐다.

미술과 관련하여 지식이 거의 없는 나의 관점에서 전시와 관련한 리뷰를 하고자 한다.

우선 전시를 가기 전 유튜브에 합스부르크 600년이라 검색하여 관련 영상을 보고 갔다. 영상을 보면서 실제로 주의 깊게 보고 싶은 그림들을 생각해서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스쳐 지나갈 뻔한 그림에 이야기를 입혀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전시에 들어가기 전에 전시 해설 오디오를 대여할 수도 있었는데 조용히 보고 싶은 마음에 오디오를 대여하진 않았다. 대신 전시에 들어가기 전 리플릿과 합스부르크 네임카드를 QR코드로 찍어서 관련된 설명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림에 숫자가 적혀 있고 네임카드에도 숫자가 적혀 있어서 순서를 섞어서 감상하더라도 바로 그림에 해당하는 설명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인상 깊은 그림과 설명

미술에 대한 취향을 결정하기엔 아직 많은 미술품을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몇 가지 작품을 끄적여 본다. 입구에서는 4가지 카드가 준비되어 있었고 이 카드는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를 중심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1. 성 가족

성모 마리아, 아기 예수, 요셉, 양, 소, 당나귀가 등장하는 그림이다. 이 작품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원형의 틀때문이다. 네임카드에는 '이탈리아 출신 화가 안젤로 솔리메나는 주인공들 사이의 안정된 구도를 만들기 위해 원형 틀 안에 인물들을 배치하여 세 사람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동그란 원형의 프레임에 이들을 담아서 그림에서 포근함과 안락함이 조금 더 강조되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프레임에 대상을 담느냐에 따라서도 전달되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더하여 왜 카카오톡 프로필은 온전한 원형도 정사각형도 아닌 프레임일까? 다른 프레임을 해본다면 어떤 프레임이 좋을까? 등의 질문을 그림 앞에서 하다 보니 오래 머물러있었다.


2.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미술관에 오기 전 벨라스케스와 루벤스의 작품을 주의 깊게 보고 싶었다. 이 작품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으로 스페인의 공주를 보고 싶어 하던 페르디난트 3세를 위해 그린 초상화라고 한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도 등장하는 인물로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드레스가 인상적이었다.


3.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아담과 이브

내가 생각했던 에덴동산의 색감이 아니어서 찍어두었다. 설명에 따르면 초록색과 갈색으로 물든 전원 풍경은 이들에게 다가올 재앙을 암시한다고 한다.


4.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루벤스의 작품으로 작품의 크기가 컸다. 작품에 대한 3분 정도의 해설이 그림 옆에 동영상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 그림 앞에 의자가 있어서 오래 앉아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해설을 들은 뒤 해설에 따라서 시선을 이동해가며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기 좋았다.

다음은 합스부르크 네임카드에 있던 이 그림과 관련한 설명이다.

나그네로 변장한 신들은 프리기아라는 마을을 방문한다. 집집마다 문전박대를 당하지만 유일하게 이 늙은 부부만이 그들을 성심성의껏 대접했다. 화가는 노인이 손님에게 대접한 포도주가 줄어들지 않아 이들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을 그렸다. 붉은 옷을 입은 머큐리를 마주 보는 필레몬은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고, 주피터는 손을 들어 단 한 마리 남은 거위마저 잡으려는 바우키스를 저지하고 있다.

이들의 집터가 신전이 되었다는 점과 초월적 존재에게 선행을 베푼 자는 살아남고 악행을 저지른 자는 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장자못 전설>이 떠올랐다.


5. 꽃다발

많은 꽃다발 그림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그림이다. 해설을 보지 않았다면 화려한 꽃만 바라보다 뒤의 배경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 꽃병 뒤에는 공격을 받는 도시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설명에 따르면 튤립은 역사적 사실을 숨기는 아름다운 허상을 의미하며 관람자의 시선을 공격받는 도시가 아닌 화려한 꽃다발에 머물게 한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알고 나니 예뻤던 꽃병이 곧 깨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였다.


6. 마리아 테레지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유일한 여성 통치자인 마리아 테레지아의 그림이다. 인물의 초상화를 볼 때는 인물의 어떤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어떤 성품과 지위를 보여주기 위해서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의상과 소품, 부속품을 선정했는지?를 관심을 가지고 보았다.

양팔을 벌리고 가슴을 살짝 내민 인물의 자세에서 광활한 영토를 통치하고자 하는 자신감과 포부가 느껴졌다.

설명에 따르면 세 군주국의 위엄은 탁자 위에 올려둔 왕관에서 드러난다고 한다. 헝가리의 성슈테판 왕관, 보헤미아의 성 바츨라프 왕관, 오스트리아의 대공관이 차례로 놓여있다.


7.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크기가 크고 화려한 그림이었다. 실크로 만들어진 전통적인 프랑스식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프랑스 대혁명 전부터 프랑스 국민들은 '정치에 간섭하는 오스트리아 여자'라 부르며 낭비가 심한 어린 왕비를 싫어했다고 한다. 풍성한 드레스와 머리 장식이 인상적인 그림이었다.


참고자료- 국립중앙박물관 합스부르크 네임카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