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는 시티의 주요 도로를 통제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마디그라스 축제라든지, 연말 불꽃놀이 행사, 비비드 시드니 등등. 얼마 전에는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마라톤이 열렸다. 다른 일정 때문에 신청을 못해 아쉬워하던 아이들 아빠는 이번엔 반드시 간다며 자전거대회 참가 신청을했다.
10km, 50km 두 종목이 있는데 아이가 있는 가족은 10km 시티 라이드에 참여해야 한다. 노스시드니에서 출발하여 하버브릿지를 건너 시티를 통과하고 달링하버에서 끝나는 코스이다. 시드니의 가장 아름다운 코스를 지나다니는 차량 없이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기회이다. 아직도 시드니는 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흐리고 갑작스러운 폭우가 한차례씩 쏟아지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서 걱정되었는데 자전거 행사 당일은 다행히도 눈이 부시게 반짝반짝한 아름다운 날이었다.
오전 8시에 시작이라서 아침 일찍 자전거를 끌고 전철을 타러 갔다. 도로는 이미 통제되었고 수많은 라이더들이 자전거를 가지고 전철을 이용할 것이기에 이른 아침부터 지하철역 스텝들도 모두 바쁘다. 자전거를 가지고 이동하는 경로를 크게 안내해 두어서 평소에는 눈여겨보지 않아서 몰랐던 지하철 엘리베이터도 쉽게 탈 수 있었다.
그런데... 전철을 타고나서 발견했다. 우리 둘째 자전거의 체인이 또 이탈해 있다는 사실을. 종종 그랬는데 미리 체크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을까, 늘 그랬듯이 아빠가 체인을 다시 끼우려 했는데 행사를 앞두고 당황한 것인지 체인은 점점 더 꼬여 도무지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다.
저 멀리 보이는 출발점을 향해 힘겹게 자전거를 끌고 가본다
어쨌든 노스시드니역에 도착하였고 구글맵에 근처 자전거 샵들을 조회해니 전혀 없고 멀리 있는 곳도 주말이라 영업을 안 하거나 오후 다되어 오픈한다고 나왔다. 둘째는 많이 실망했는지 기운이 쪽 빠져서 나는 괜찮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왜 이리 짠한지. 출발점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10~20분 정도 이동해야 하는데 둘째의 자전거를 끌고 가자니 출발 시간에 늦을지도 모를 것 같고 해서 아빠와 큰아이만 먼저 자전거 타고 가라고 결정하였다. 혹시 가서 자전거 수리해주는 사람 있으면 연락해달라고 아님 우린 집으로 가있겠다고 하고.
다행히 출발선 옆 작은 공원에 자전거 수리 자원봉사자들이 있다고 연락이 왔고, 역시 전문가의 손길이 닿자 순식간에 자전거가 고쳐졌다. 이것저것 문제가 많다며 여기저기 다 손봐주셔서 적어도 100불은 달라는 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무료란다. 시드니에서 무료라니. 이런 색다른 경험을 하다니.
작은 아이의 얼굴은 바로 환해졌고 복잡 시끌 흥분된 분위기에서 출발선에 준비하라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많은 라이더들이 몰려있어 처음에는 속도가 나지 않았기에 덕분에 옆에서 걸어가던 나는 아이들 사진도 많이 찍어줄 수 있었다. 달링하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나는 아직 시티까지 가지도 못했는데 벌써 결승점에 들어왔다고 연락이 온다. 1시간 정도 자전거를 탄 것 같다. 큰 아이는 쪼꼬만 동생이 혼자 다른 자전거들 사이를 요리조리 파고들면서 속도를 내서 쫓아가느라 힘들었다고 불평이었다. 밀슨스 포인트 쪽에서 하버브릿지로 올라갈 때 오르막길이 상당히 길어서 그때가 힘든 고비였다고도 한다. 1시간의 라이딩으로는 부족했는지 아빠와 아들은 달링하버에서 본다이까지 자전거로 가겠다고 하여 이미 지친 큰 아이만 데리고 전철을 탔다.
반짝반짝하는 하늘 아래, 아름다운 시드니 시내를 마음껏 달린 오늘이 아이들에게 오래오래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