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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May 23. 2021

거대한 폭포수의 힘에 압도당하다

푸에르토 이과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달 살이를 하는 동안 색다른 무언가를 찾게 되던 즈음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라는 이과수 폭포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과수 폭포는 20%는 브라질에, 80%는 아르헨티나에 있기에 

양쪽 모두에서 각기 다른 폭포의 풍경을 즐기길 추천한다.


나는 먼저 아르헨티나 사이드의 이과수 폭포를 만나러 떠났다.



엠파나다 하나 사들고 들어선 푸에르토 이과수는 입구에서부터 남미의 뜨거운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 뜨거운 온도를 씻어내기 위해 곧장 보트 투어를 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보트 투어를 하러 가는 길에는 코아티라고 불리는 입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녀석 하나가 슬금슬금 다가온다. 처음 보는 녀석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드디어 강을 가로질러 가는 보트에 몸을 싣고 이과수 폭포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자 내 가슴도 조금씩 더 뛰기 시작한다. 조금 더 물살을 가르고 나아가자 저 멀리에서 높이 솟구치는 물보라가 시야에 들어온다.


10년 전 보았던 나이아가라 폭포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때보다 조금은 더 커진 스케일에 나 또한 조금은 더 압도당한 듯하다.


조금씩 더 짙어지는 물보라에 내 카메라 렌즈는 물방울로 뒤덮이고 폭포수의 물방울들이 조금씩 우릴 뒤덮기 시작한다.


드디어 무섭게 떨어지는 폭포수 밑으로 들어가는 순간!  



물폭탄 세례를 시원하게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그 뜨거운 열기를 식혀본다.

어마어마한 폭포수의 강도에 정신까지 혼미할 지경이다.  

폭포수에 샤워한 듯, 그야말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물에 홀딱 젖어 물 빠진 생쥐꼴이 되었음에도 사람들의 박수소리와 환성 소리는 계속 이어진다.



젖은 온몸을 햇빛에 말리며 Garganta del Diablo라고 불리는 악마의 목구멍으로 향한다.


협곡들 사이로 끝없이 떨어지는 엄청난 폭포수가 이와 어우러진 요란한 폭포 소리가 만들어내는 폭포의 거대한 힘은 가히 땅을 울리는 듯하다.

‘악마의 목구멍’이라는 말처럼 정말 악마가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만 같다.



아까 다 말라버린 물방울들이 다시 시원한 물줄기로 바람과 함께 날아와 내 피부에 닿는다.

떨어지는 폭포수들 사이로 만들어지는 하얀 뭉게 연기 속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쉴 사이 없이 떨어지는 엄청난 양의 물

그리고 내 귀를 때리는 웅장하고도 중후한 폭포수의 울림소리

그것들이 이루어낸 그 거대한 폭포수의 무언의 힘에 또 한 번 더 압도당한다.


어디선가 이 악마의 목구멍에 대해 ‘1분 동안 바라보면 근심이 사라지고 30분 동안 보면 영혼을 빼앗긴다.’는 말을 들었던 게 생각난다.


처음에는 그저 저 물줄기 속으로 내 안의 근심 걱정 모든 걸 흘러 보내고 싶었는데

그렇게 무섭게 떨어지는 폭포수를 계속 보고 있자니 정말 저 거센 물줄기 속으로 나 자신이 빨려 들어가 순식간에 사라질 것만 같다.



어느덧 퇴장시간이 다가오고 이제야 폭포수에서 눈을 떼내어본다.

 

해가 지기 시작하고 조금씩 살랑이기 시작하는 바람을 잠시 등에 업고 그렇게 나는 숙소로 돌아와 내일 만나게 될 포즈도 이과수를 그리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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