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물었다.
"엄마 요즘도 글 써?"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어."
"좋네. 뭐 써?"
"그냥 이거 저거."
김치찌개를 떠먹으며 남편이 말했다.
"있어봐라. 엄마 조만간 책 한 권 나올 거다."
남편이 한 말은 놀림이었다. 6개월 넘게 아침마다 한 두 시간 책상에 앉아있는 걸 보고 하는 소리였다. 몇 번 기웃대다 그만두길래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 속으론 아니었나보다. 그렇게 쓰면 책을 내고도 남았겠단 의민지 책 낼 거도 아닌데 뭘 그렇게 쓰냐는 뜻인지 모르겠지만 웃으며 말해도 어딘가 불온하므로 일단 가볍게 눈을 흘겼다.
"책 내려고 쓰는 거 아니야."
남편이 물었다.
"그럼 왜 써."
스스로에게 여러 번 한 질문이었다. 그러게 왜 쓸까.
"2 곱하기 7은?"
"갑자기?14."
"25 곱하기 4는?"
"에헤이 그 정도는 알지. 100"
초등학교 3학년 수준 문제에 의기양양할 필요까지야.
"그럼 547 곱하기 6은?"
"잠깐 있어봐. 육칠 사십이니까 사 올라가고 육사 이십사 하면, "
기다려줄 리가.
"7289 곱하기 56은?"
"장난하냐, 거기 종이랑 펜 좀 줘봐 봐."
"왜?"
"문제 풀라 그러지. 그걸 어떻게 그냥 푸냐. 적어서 풀어야지."
"마음도 마찬가지야. 수학도 적어서 푸는데 마음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그냥 풀겠어. 적어서 풀어야지. 수학문제 풀 때 종이와 연필이 필요하듯 마음도 그래. 그래서 쓰는 거야."
아들이 엄지를 올렸다.
남편은 "뭔데, 글 쓰는데 왜 말이 느는데."라고 했다.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계란말이 하나를 집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