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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박 Mar 10. 2024

비박 태국에 적응하다

발렌티어의 삶 3


내가 한 나라, 혹은 한 지역에 적응했다는 기준

그곳에서 단골 가게가 생겼는가?


이 질문에 YES라고 답을 할 수 있으면 그곳에 적응한 삶이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딱 태국에서 산지 3개월이 지나가니

나에게는 3군데의 단골집이 생겼다.


밥집 한 곳, 쌀국숫집 한 곳, 주스집 한 곳.



속칭 엘로우 하우스라고 하는 밥집이 첫 단골집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 하신다 ㅠㅠ

(사실 그 자리에는 계시는데 사료를 파는 곳을 바뀜 ㅠㅠ)


한국에는 김밥 천국이 있다면

태국에는 아한땀쌍 อาหารตามสั่ง 이 있다


잠깐 태국어


아한 อาหาร = 요리

땀 ตาม = 따라서

쌍 สั่ง = 시키다

→ 내가 시킨 요리를 만들어 주는 곳 (먹고 싶은 것을 말하면 해주는 곳)


그 옐로하우스는 내가 살던 집에서 100발 자국도 안 되는 곳에 있었는데

당연히 집에서 요리를 잘 안하는 않는 태국에서는

아침부터 사서 먹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매일 함께 사는 친구들이랑 가서

거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요리들을 시켜 먹었다.


항상 전쟁처럼 먹었던 음식들 copyright ⓒ 2024 all rights resvered by danbi park



내가 엘로 하우스에서 가장 많이 먹었던 카오팟 copyright ⓒ 2024 all rights resvered by danbi park

옐로 하우스 사장님은

진짜 태국 사람치고 웃음이 없는 분이셨는데

내가 하는 웃기는 태국어에는 웃어주셨다.

태국어를 하고 나서 알게 된 이야기지만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금방 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귀여웠다고!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엘로우 하우스 사장님 보고 싶다 ㅠ)


그렇게 엘로우 하우스 사장님과도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고

다른 지역에 출장을 다녀오면

왜 안 왔냐는 안부도 물어주는 사이가 되었다.

지금은 맛볼 수 없지만 그렇게 카오팟이랑 땀땡이 맛있는 집이었다.

(태국의 맛있는 음식은 다음 기회에 한 번에 정리하는 것으로 �)



꾸웨띠아오 까이(태국식 닭 쌀국수) copyright ⓒ 2024 all rights resvered by danbi park

그리고 태국은 쌀국수의 나라 아닌가!

그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쌀국수는 

태국식 닭 쌀국수인데

조금 걸어가면 쌀국숫집이 있었다.

항상 쎈야이 피셋(넓은 면 곱빼기)을 외치던

한국 소녀를 재미있어한 사장님은

나 혼자 쌀국수를 먹으러 가면

그렇게 맛있는 국물과 무를 따로 주시곤 했다.


이곳은 이름도 없고 어디 갔는지도 모르는 

쌀국숫집이 되었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내가 먹은 쌀국수 중에는 제일 최고였고






내가 태국생활을 정리하고 마지막 날도 여기서 쌀국수를 먹었는데

아주머니가 내가 좋아하는 부분으로만 두 그릇 주셔서

마음속으로 울면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컨깬에서 마지막날 먹었을 때 찍은 사진 copyright ⓒ 2024 all rights resvered by danbi park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두리안 빤 @똔딴 copyright ⓒ 2024 all rights resvered by danbi park

컨깬에 똔딴에 있는 주스집인데

맨날 두리안빤을 시켜 먹었다.


외국인이 두리안을 좋아하는 것도 신기

근데 그 외국인이

두리안빤을 계속 시키니

너무 궁금하셨던 사장님이

질문을 하기 시작하셨고

그렇게 똔딴을 갈 때마다 먹는 주스집이 되었으며

사장님 부부가 너무 좋아해 주셔서

꼭 주스를 사 먹지 않아도

맛있는 과일을 한 두 개씩 꼭 먹어보고 가라고

잘라 주시곤 하셨다.


그때는 어려서 진짜 잘 얻어먹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모든 것이 관심이자 사랑이었는데

그때는 재미있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렇게 단골집이 생기고,

나의 삶도 정착이 되고,

나의 태국어도 혼자 돌아나니는 것 이상으로 배우게 되니

오지 말아야 하는 그 병이 오고야 말았다.


한.국.인.병



이때는 한류가 슈퍼주니어로 시작되는 단계여서

한국사람들을 좋게만 봤다.

한류=한국사람 좋은 사람



정말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든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과자도 하나씩 더 주시고

덤으로 뭘 더 주시고, 가격을 깎아 주시기까지 했다.

진짜 잘해주는 것 이상으로 잘해주셨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없었던 한국인 뽕이 생기기 시작하고

어마무시한 자존감이 붙으면서

난 한국인이니까!

라는 이상한 자신감이 내 몸에 퍼지 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의 행동은 과감해지고,

나의 언행도 점점 직설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딜 가나 주목을 받는 것이 너무 좋았고,

괜히 커피숍에 가면 한국어로 친구랑 전화를 하고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티 내고 다니기 시작했다.

아주 잘못된 한국인병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적응을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이 시기부터는 나의 적응기는 불안한 길을 건너고 있었다.

하지만 난 이때는 알지 못했다.

내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나의 이 행동을 돌이킬 때까지는 약 6개월의 시간이 걸렸는데

그 어두운 우당탕탕한 이야기는 다음 주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태국 하늘 copyright ⓒ 2024 all rights resvered by danbi park


그렇게 태국에 온 지 3개월 차에


박단비 적응 빠른데 ~

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내가 탄생하게 되었다.


사실 완벽 적응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적응을 못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비박 태국 시리즈는 PC화면으로 볼 때 가장 예쁘게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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