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서부 연안은 3월에 신록이 빛을 발한다. 나무가 거의 없어 민둥산처럼 보이는 언덕은 연록색 풀로 덮혀 있다. 한 달만 지나면 이 풀은 금색으로 변한다. '동산에 금잔디'가 여기서 왔나 보다. 금잔디도 나름 예쁘지만, 역시 신록이 주는 편안함을 따를 순 없다.
북부 캘리포니아는 눈폭풍으로 고생하는 동안 우리는 남쪽으로 내려왔다. 샌디에고와 LA 인근에서 야채를 싣고 미네소타로 가는 일정이다. LA에서 샌디에고 사이에는 트럭스탑이 없다. Fort Tejon에 주차하고 자다가 새벽 2시에 길을 나섰다.
LA의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I-5로 오다가 I-15로 우회했다. 샌디에고는 처음 왔다. 발송처에서 몇 마일만 더 남쪽으로 가면 멕시코 국경이다.
발송처가 문 열기를 기다려 체크인을 하니 스트릿에 주차하고 기다리란다. 공산품과 달리 농축산물은 언제 실을 지 모른다. 농장에서 수확하거나 도축해서 상품으로 포장하는 준비 과정 때문이다. 여기서 싣는 화물은 아마 멕시코에서 온 농산물일 것이다. 화물이 안 도착했을 수도 있다.
나로서는 캘리포니아에서 농산물을 싣게 된 것만으로도 반갑다. 이상 기후로 작황에 영향이 있었겠지만 조속히 정상화되어 미국인들의 식탁에 신선한 야채를 공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돌아가는 경로는 I-70을 이용한다. 눈 소식에 살짝 걱정이지만, 가능하다면 I-40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가볼까 한다. C는 아직 I-70으로 록키 산맥을 넘어보지 않았다. 고생스럽더라도 트레이닝 기간에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좋다.
C는 한 달 사이 체중이 10파운드가 줄었다고 한다. 당연한 현상이다. 이 생활에 적응하고 운전 중 간식 거리를 입에 대면 다시 찌는 것은 시간 문제다. 대게는 평소보다 체중이 는다. 그래서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 신체 건강과 더불어 정신 건강도 돌봐야 한다. 근심 걱정 내려놓고 이 순간을 즐기자.
트럭 일을 하면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 기다리는 동안 하릴없이 게임이나 동영상 시청 등으로 시간을 죽이면 나중에 현타가 온다. 쉬는 것도 능동적이어야 한다. 이 시간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