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 실은 것은 딸기였다. 블루베리도 약간 실었다. 농사를 망친게 사실인 모양이다. 모두 세 곳을 돌았는데 두 번째 간 곳만 주문량을 채웠다. 첫 번째가 물량이 가장 많았는데 주문량의 20% 정도만 실었다. 그 결과 트레일러가 무척 가볍다. 내 입장에서야 화물이 가벼우면 연료가 절약되어 좋지만, 전체 경제 차원에서는 자원 낭비다.
70번 도로를 포기하고 40번 도로를 선택했다. 탁월한 결정이었다. 70번, 80번, 90번 등 북쪽의 대부분 도로가 강풍으로 통행 금지 되거나 폭설로 체인을 차야 했다. 그동안 폭풍이 나만 따라다니는 것 같더니 이번에는 운 좋게도 피해갔다. 토네이도로 중남부 지방에 큰 피해가 있었는데, 나는 여유로운 일정 덕분에 매일밤 자면서 천천히 오다보니 그조차 비껴갔다. 겨울 왕국 미네소타에는 어제까지도 눈이 내렸다. 내일 배달할 시간쯤에는 제설 작업이 끝났을 것이다.
그동안은 트럭스탑에서 밤을 났는데, 오늘은 일부러 휴게소(Rest area)에 멈췄다. 아침에 월마트에서 산 햄버거 스테이크를 구워 먹기 위해서다. 휴게소에는 야외 테이블이 있어 식사나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다. 날씨가 추워서 밖에서 고기만 구워 식사는 트럭에서 했다. 트럭에서 고기를 구우면 기름도 튀고 냄새도 밴다. 매일 비슷한 음식을 사 먹는 건 질리기도 하고, 직접 요리를 해 먹는게 더 맛있고 경제적이다. 물론 요리를 준비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니 귀찮기도 하다. 지금처럼 일정이 여유로울 때나 하지 바쁠 때는 못 한다.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도 봄에나 가능하다. 겨울에는 추워서, 여름 이후에는 벌레가 달려들어서 못 먹는다.
C는 내가 밥을 사거나 마트에서 산 음식을 나눠 먹는 게 부담스러운지 식사를 잘 안 했다. 개의치 말고 마음대로 먹으라고 해도 음식에 잘 손을 대지 않았다. 내가 챙겨주면 그제서야 마지못해 조금 먹는다. 밥은 당연히 내가 사야하는 게 아니냐던 어느 학생과 대조적이다.
이제 다음 주면 집에 간다. 부활절 연휴는 집에서 보낼 수 있다. C에게 집에 가면 뭐가 먹고 싶냐고 물으니 전부 다란다. 아내에게 네가 할 수 있는 거 모두 준비하라고 얘기했단다. ㅋㅋ
트럭 운송업계는 화물이 줄어들어 운임도 떨어져 어려운 1분기를 보냈다. 2분기부터는 사정이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