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mit Trucker Apr 17. 2023

원어민도 어려운 트럭 영어

고기 소비 증진을 위해 한인 트럭커들이 모였다.

4/16


세월호 비극 9주기인 오늘은 내가 프라임 직원이 된 지 5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 이를 기념해 모인 것은 아니고, 어쨌거나 프라임 한인 드라이버 7명이 식사 자리를 가졌다. 오리지널 멤버인 제니씨 부부와 나를 포함해 최근 프라임으로 합류한 세 명과 나와 트레이닝 중인 C가 참석했다. 그리고 제니씨와 안면이 있는 테일러가 동석했다.

터미널에서 택시 두 대에 나눠타고 스프링필드의 한국식 고기 뷔페 바위로 향했다. 소 한마리라도 잡아 먹을 듯 건장한 남자들이 배불리 먹고도 일인당 30달러에 팁까지 포함해서 해결했다. 술을 안 마시니 식대가 적게 들었다. 다들 트럭 운전을 하다보니 회식에 술이 빠져도 자연스럽다. 요즘 로드도 적은데 우리라도 고기를 많이 소비해야 고기 주문량이 늘어난다며 농담을 했다.

테일러는 내 지갑에서 만원권을 보더니 신기해하며 시세를 물었다. 대략 10달러라고 했더니 기념품으로 갖고 싶다며 환전하자고 했다. 나는 개이득이라 얼른 좋다고 했다. ㅋㅋㅋ 비행기 타고 온 수입품이니 약간의 이윤은 남겨도 좋으리라. 지폐의 인물은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왕 중 한 명인 킹 세종이며 한글 발명자라고 설명도 해줬다.

대화 중 C는 발송처나 배달처에서 말을 잘 못 알아듣겠다고 털어놓았다. 1.5세인 C는 당연히 영어를 잘 해서 사람들의 말을 잘 알아 듣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알아듣는 얘기를 C는 이해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 원어민인 테일러에게도 물었더니 자기도 처음에 못 알아들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결국 영어의 문제가 아니었다. 트럭 세계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업무 맥락을 모르면 원어민도 이해 못 한다. 나는 5년 짬빱을 먹었으니 그 상황에서 전개될 내용을 빤히 알아서 이해하는 것이다. 영어가 약한 다른 한인 드라이버들도 눈치로 넘어가는 것이고.

한인 드라이버들은 모처럼 본사에 모인 김에 내일 Ace 2 수업을 듣기로 신청한 상태다. Ace 2 수업을 들으면 1박 호텔비와 2장의 식권, 100달러 보너스를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주의 트럭 페이먼트를 30달러씩 분할 납부할 수 있게 해준다. 수업에 참가하기 위한 일정 조정 등으로 생기는 금전적 손실에 대한 보상이다.  

날이 갈 수록 어려워지는 트럭 로드에 모두 조금씩 걱정이지만, 경기란 순환하는 것이니 곧 좋아질 날을 기대하며 자리를 마쳤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차에 9시간이 넘게 걸리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