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

나를 실어서 보내는 말들

by 팔호광장

좋은 말에는 나의 일부가 실린다.


상대를 위한 배려의 감정을 얹기도 하고

설득하거나 감동시키려는 의지를 담기도 한다.


위로의 말은 어떤 말보다 무거워서

때로는 그것을 꺼내 뱉는 일조차 힘들고

뱉는 순간 무겁게 바닥에 턱 하고 떨어지고 만다.

듣는 이조차 그것을 주울 힘이 없는 경우가 많다.


희망의 말도 응원의 말도

무게를 얹지 않으면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한마디 한마디

그렇게 무거운 말들이 있는가 하면

뱉는 순간 힘없이

얇은 종이에 적힌 활자가 오려져 뿌려지듯

흩어지고 마는 말들도 있다.


늘 같은 자리에서 일하면서

애매한 구조로 만들어진 통로 탓에

매번 같은 곳을 묻는 초행자를 대하는 직원이 하는

“저쪽으로 가시면 되세요.” 같은 말이라든지,

하루에도 의무적으로 수십 번 해야만 하는

보험 광고 전화라든지,

그저 이 수업을 끝내야만 하는 교사의 수업,

건조하게 교과서적인 예후를 내놓는 의사의 건조한 설명 같은

굳이 나를 덜어내 무게를 더하고 싶지 않다는 듯한

가벼운 말들.


툭 떨어져 굴러가면

누구에겐 도로의 자동차 소리나

에어컨 바람소리 같은 의미 없는 배경이 되고

누구에겐 그 가벼움과 무성의함이

무게와 방향을 갖춘 공격의 말보다 상처가 되는,

그런 말들.


그런 말을 들어서는 안 될 사람에게는

말을 하는 이가 힘들고 지친 와중에라도

말에 애써 들어 올린 나를 싣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하루 종일 바쁜 일과를 보내고 퇴근 직전에

한 환자의 보호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환자가 큰 병을 진단받아 외래 진료를 가지 못한다며

걱정하실까 봐 전화했다고.


퇴근을 앞두고 내려놓았던 무게를

다시 짊어진다.

큰 한숨을 들이쉰다.

안타까움과 위로를 전하고

응원을 이야기하려면 최대한 무게를 담아야 한다.

나를 담아야 한다.


그런 말들이 당신에게 닿았기를.

그리고 내가 들었던 무게만큼

당신은 가벼워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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