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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호광장 Dec 12. 2023

일단 외우고 보는 심리학

1. 처음부터 지나치게 빨리 친해지는 사람

1. 처음부터 지나치게 빨리 친해지는 사람은

급격하게 쌍욕 하며 멀어질 수 있다.


[이상화와 평가절하, 그리고 적당한 거리.]


 진료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첫 만남에서 이전에 만났던 의사를 비난하며 저를 지나치게 칭찬하는 분은 조심하는 편입니다.


”선생님처럼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시는 의사는 본 적이 없어요. 전에 만난 의사는 약만 처방하고 증상만 물어보지 상담을 귀찮아하는 것 같았어요. 드디어 저는 진정한 정신과 의사를 만난 것 같아요. “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순간 우쭐해집니다. 초보자라면 환자와 함께 그 의사를 비난하면서 좋은 의사 코스프레를 시전 하겠죠. 심지어 상담 경험이 많지 않은 상담가들은 그런 상황에서 내담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때문에 언제든 힘들 때 연락하라며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초면에 나를 칭찬하고 과도한 호의를 베풀며 필요 이상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람을 만납니다.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 만큼 나를 배려해 주는 그 사람의 호의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나를 좋게 평가하는 그 사람과 어울리다 보면 내가 왠지 정말 좋은 사람이 된 것 같고, 그 사람도 참 좋은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 사람들은 늘 나의 자만심이나 공명심을 자극하며 나를 우쭐하게 만듭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상대의 불편함이나 경계심 같은 감정을 민감하게 알아채는 감각이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면 상대의 죄책감을 자극하거나 갑자기 내밀한 비밀을 털어놓아 동정심을 유발하는 등 어떻게든 상대를 정서적으로 더 속박하려 합니다.


 누구나 서로 마음을 열고 친밀해지는 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내가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인간관계보다 지나치게 빠르게 친해지는 경우, 그 사람은 나를 필요 이상으로 이상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그런 사람들은 그동안 겪었던 상처와 인간관계에 대한 결핍으로 친밀한 관계를 목말라합니다. 처음에는 필요 이상의 호의를 베풀어 상대에게 부채의식을 느끼게 하고, 더 가까워지면 그 갈망을 다시 보상받고 싶어 합니다. 빚을 지면 갚으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은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 이를 매몰차게 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그 사람의 페이스에 말려들게 되고 일시적으로 그가 요구하는 관계의 거리에서 심리적, 물리적 투자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동안 가져왔던 보통의 인간관계보다 과도한 친밀함을 요구하는 그에게 부담을 느끼게 되고 결국 거리를 두려 하거나 완곡하게라도 요구를 거절하면, 상대방은 처음과는 반대로 나에게 크게 실망하게 됩니다.


”나는 당신을 좋게 생각해서 날 희생해 가면서 당신을 위해 이렇게 저렇게까지 했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 “ 같은 말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힘들 때 언제든 연락하라며 내담자에게 개인 전화번호를 내준 초보 상담가는 더 큰 비난을 받게 됩니다. 지나친 가까움을 추구하며 주말이든 밤이든 마음이 힘들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서 힘든 감정을 쏟아놓고 즉각적인 도움을 요구하며 일상을 침범한다면 상담가는 결국 그를 거절할 수밖에 없겠지요.


 ‘언제든 힘들 때는 연락하라더니, 좋은 사람인 척하더니 결국은 똑같은 인간이었네. 그냥 돈이 목적이지 진심으로 나를 도와줄 거라는 건 나의 착각이었군. 사람들은 다 똑같아.‘


 마치 내가 그와 함께 비난했던 이전에 만났던 상담가를 비난하듯, 이제는 내가 그 평가절하의 대상이 되고 그는 또 이상화할 누군가를 향해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적당한 거리에 사람을 두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지만 그런 사람의 세계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따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내 사람이거나 나쁜 사람임이 확정되어야 마음이 편하지 내 사람일지 아닐지 확실하지 않은 위치에 누군가를 두는 것은 불안한 일입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을 것 -대상항상성-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좋은 친밀함이 만들어지려면 적당한 거리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적당한 거리에서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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