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태평양 도서국들 간의 외교 관계 현황과 과제

by 은희망
한국에 있어 태평양 도서국들의 중요성


외교부 아시아 태평양국 아태 2과에서 관할하는 태평양 지역은 호주 및 뉴질랜드를 포함하여, 14개의 섬 국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피지와 파푸아 뉴기니를 제외한 나머지 12개국은 인구수 만 명 규모의 소 도서국 들이다.


태평양 지역은 태양, 수력 발전 및 해양미생물을 통한 중요한 대체에너지 개발의 장이자 해양, 수산 자원 및 광물자원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미래 식량과 에너지가 담긴 보고이자 인류의 마지막 보루로 평가된다. 특히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해양 교차로인 태평양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녀,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대립이 극명히 벌어지고 있는 보이지 않은 전장(戰場)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일부 도서국가의 생존문제가 대두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


태평양 도서국 지역은 우리나라 원양어업 어획량의 20%를 차지(우리 참치 어획량의 92% 차지)하는 주요 어장이며, 우리나라의 UN 등 국제무대 진출 시 우리나라를 지지해 주는 외교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비록 규모가 작은 국가들이더라도, 미국과 중국 같은 다른 초강대국들처럼 UN에서 1국 1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아주 그룹의 약 1/4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태평양 도서국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놓는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연관되거나 한국에 유리한 의제에 대한 결정 과정에 지지자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비록 태평양 도서국가들은 대부분 저개발국가들로 주민들의 경제적 소득 및 소비 수준이 낮고, 교통 비용과 더불어 기업 활동에 유리한 사회적 기반시설이 미비해 그동안 한국 기업의 진출에 큰 매력이 되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 해당 지역이 보유한 수산자원 및 천연광물, 관광자원은 한국 관련 업체의 해외 진출을 촉진시킬 것이다.


우리나라의 태평양에 대한 외교적 노력의 한계점


지난 50년간 태평양 도서국들의 전체 무역규모는 평균 20%씩 매년 성장해 왔으며, GDP 대비 무역 비율도 1960년에서 2017년 사이에 17%에서 52%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점증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태평양 도서 국들 간 무역은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 2018년 태평양 도서국들로부터의 수입량은 작년 2억 6천2백만 달러에서 5억 970만 달러로 두 배나 뛰었지만, 한국의 수출량은 72.7억 달러에서 24.7억으로 급락했다. 이는 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외교 및 경제적 노력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태평양은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앞바다’인 지리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심도는 아시아, 유럽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편이다. 일찍이 태평양 도서국가들의 외교적, 경제적 잠재성을 인식한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은 이미 태평양 도서국들에 다양한 해외 투자 및 무상 원조를 제공하며 지역에서의 입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대규모 예산으로 피지 등 도서국들의 사회기반시설 설립을 지원하며 건축업 및 소매업까지 진출한 상태다. 사회 시설 발전과 직접 창출 면에서 현지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기에 해당 국가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중국과 8개 도서국가들 간의 양자 무역은 작년 43억 달러에 달했으며, 작년에 비해 25%나 증가한 양이다. 더불어, 중국의 직접투자금액은 통 45억 3천만 달러에 달했다. 작년 9월에는 중국의 노력은 솔로몬제도와 카리바 시가 대만과의 관계를 끊고 중국과 손을 잡게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이런 동향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한국만의 전략과 강점으로 태평양 도서국들과의 협력에 임해야 한다. 태평양 도서국가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한국의 개발경험과 경제적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대 태도 국 관계 강화를 위한 노력


먼저, 한국은 태평양 도서국과의 상호 이해 및 전략적 소통을 심화‧확대하기 위해 2011년 이래 매 3년마다 태평양 도서국 14개국* 및 PIF 사무국 인사를 초청하여 한-태평양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해 왔으며 2017년 3차 개최 이후 2020년 4차 회의 개최를 준비 중에 있다. 2012년부터는 매년 고위관리회의를 개최하였으며, 지난 2019년 6차 회의가 개최되었다. 제6차 한-태평양 도서국 고위관리회의에서 각국 참석자들은 한국과 태평양 도서국이 무역 및 관광 분야 등에 있어 호혜적 협력 잠재력이 큼에도 불구하고, 이를 충분히 살려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과 태평양 도서국 간 인적, 경제적 연계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통해 양 지역 간 협력 잠재력을 극대화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남태평양 지역 역내 발전을 위해 ‘71년 창설된 호주, 뉴질랜드, 태평양 도서국 및 기타 자치령 간 정상급 협의체(18개 회원국)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Pacific Islands Forum)이 있다. 89년부터 PIF 정상회의 주간 역외 관심 국가들과 개최하는 대화상대국 회의(PFD: Post Forum Dialogue)에서는 공동의 이슈에 대해 태평양 도서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일본, 중국, EU 등 18개 대화상대국들 간 심도 있는 토론의 장이 펼쳐진다. 한국은 PFD에 95년 가입하여 7차부터 매년 회의에 참석해 오고 있다.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서 나아가, 양 지역 간의 관계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한국 외교부는 대한 투자진흥공사(KOTRA)와 한국 국제협력단(KOICA)과 같은 공공기관 및 한국무역협회, 한국수입협회와 같은 민단 경제 협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수입협회는 태평양 도서국들의 고품질 생산품들이 한국 시장에 수입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면서, 한국 고객들이 태평양 도서국가들에 더욱더 친숙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주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11월 한국수입협회는 한국 외교부의 지원으로 한국의 경제 사절단을 모집하여 직접 피지에서 ‘한-태평양 도서국 무역 및 투자 포럼’을 개최하였다.


특히 두 지역 간의 경제 사회 개발에 있어 개발협력이 필수적 도구로 활용되어야 한다. 태평양 도서국가들은 대부분 영미권 국가 및 일본 등 강대국들로부터의 식민 경험을 겪은 뒤 독립했으며, 지리적으로 근접하면서도 태평양 지역의 선진국인 호주와 뉴질랜드에 경제 사회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14개 도서 국가들 중 파푸아 뉴기니와 피지가 GDP 규모 면에서 해당 지역 경제의 7~80%를 차지하고 있어 도서국들 간 개발 및 경제 수준 격차가 존재한다. 이는 현지 주민들이 누려할 권리로부터 멀어져 지속적으로 불평등한 환경에 노출되게 하는 동시에, 한국의 경제적 진출에도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2008년부터 한국(외교부)은 한-태평양 국가 간 실질협력 강화를 위한 협력사업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한-태평양 도서국(Pacific Island Forum, PIF) 협력기금을 설립해 매년 지원한 금액이 총 850만 달러를 넘긴다. 그간 협력기금을 통해 전자정부 및 보건의료 인력 초청 연수사업, 기후예측정보 서비스 사업, 불법어업행위 및 해양오염 감시 사업 등 개발협력과 다름없는 사업들을 시행해 왔다. 2019년 3월, 문재인 정부는 한-PIF 협력기금을 활용하여 ‘한-태평양 도서국 무역 관광 진흥 프로그램’를 착수하며 그간 보건-의료, 인프라 개선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 온 우리의 태평양 도서국들에 대한 공적개발원조를 무역-관광 분야로 확대하였다. 이를 통해 양측 국민 간 상호 이해 제고 및 지속 가능한 경제개발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 및 뉴질랜드와 더불어 중국과 일본의 무상원조는 태평양 도서국의 사회적 기반 영역 개발에 기여하며 현지에서 자국 기업의 경제 활동에도 이득을 주고 있다. 주 피지 한국 대사는 태평양 도서국 포럼 기금에 더해, 우리 또한 한국 국제협력단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주로 태양광 패널과 같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태평양 도서국들에 투자를 해야 한다며, 원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KOICA는 피지와 솔로몬제도에 사무소를 두고 현지 정부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전자정부, 기후변화 등 다양한 개발 분야에서 각종 프로젝트, 컨설팅, 연수사업을 펼치는 동시에 봉사단 파견을 통해 인적 교류 및 재능 기부를 펼치고 있다. 그 규모는 보다 증대되어야 하며 기타 소규모 도서국가들에도 그 혜택이 공유되어야 할 것이다. 타 선진국들의 대 태평양 도서국 외교 정책 및 교류 활동 동향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눈과 귀를 열고 있다가 한국만의 특색 있는 정책을 개발해 한국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최근 외교부에서 추진 중인 ‘남태평양 협력센터’의 출범은 양 지역 간 협력 관계를 보다 큰 규모로 확장시키는 동시에,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소통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10개 국가로 이루어진 ASEAN처럼 태평양 도서국가들도 14개로 이루어져 있지만 하나의 집단으로 이해하게 된다. 국가 하나하나 가진 역사, 정치, 경제, 문화, 사회에 대해 한국민 및 기업가들이 인식하고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