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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토랑 Oct 23. 2023

데일 카네기의 처세술에 따라 살면 인생이 꼬인다

뇌과학자들이 밝혀낸 카네기의 자기계발서 속 치명적인 결함


자기계발서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일 카네기,


지금도 그의 책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현대 뇌과학자들은 그의 자기계발론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걸 밝혀냈습니다.





[철학자와 맞짱 토론 두 번째 에피소드 : 데일 카네기 편]

카네기 왈 : 우리의 생각이 곧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




자기계발서의 원조격인 데일 카네기는 물론 고전 철학자들부터 현대 자기계발서 저자들까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우리의 생각이 곧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는 말이죠.


오늘의 주인공 카네기는 그의 대표적인 자기계발서 <자기관리론>에서 철학자 랄프 월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온종일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이다." 
시인이자 철학자 렐프 월도 에머슨의 말이다.

내가 삶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 또한 우리의 생각,마음가짐이 인생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생각이 인생을 만들고, 운명을 결정짓는다.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는 발상은 카네기의 자기관리론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최악의 사태를 미리 '생각'해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걱정을 극복하라고 말하거나, 타인의 비판은 스스로가 유명해졌다는 징표로 '생각'함으로써 자유로워지라는 방식으로 말이죠.  


강력한 의지로 생각한 대로 삶을 이끌어나가는 그의 말은 강력한 호소력이 있어 나라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불티나게 렸습니다.


하지만 1980년 미국의 한 신경과학자는 카네기의 주장과는 반대로 인간에겐 의지대로 삶을 이끌어 갈 능력이 없다는 걸 실험으로 입증해 냈습니다.





카네기 선생님, 무슨 말이시죠??

자유의지 허상에 불과니다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 퇴근 후 집에 가서 엽떡을 시켜 먹었다면, 우리는 진짜로 엽떡을 먹기로 '선택'한 걸까요?


인간 의식 분야의 선구자였던 미국의 신경과학자 벤자민 리벳(Benjamin Libet, 1916~2007)


1980년 미국의 신경과학자 벤자민 리벳(당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합니다.


리벳 교수는 실험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원하는 순간에 손가락을 까닥거려보라고 말하고 그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 신호를 관측했습니다.


상식대로 라면


1단계 : 손가락을 구부리겠다고 결심했을 때 보이는 뇌파 ->

2단계 :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 신경의 활성화 ->

3단계 : 손가락 구부리기


이런 순서로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실험에서는


1단계 :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 신경의 활성화 ->

2단계 : 손가락을 구부리겠다고 결심했을 때 보이는 뇌파 ->

3단계 : 손가락 구부리기


이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험자들이 손가락을 구부리겠다는 의지를 갖기 전에 0.35초 이전에 이미 뇌에서는 손가락을 구부리도록 지시를 내린 거죠.


이 실험은 사람이 어떤 선택을 내리기 전에 이미 뇌에선 행동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자유의지는 허상에 불과하다. 인간의 의지는 뇌 물리적 반응의 결과물일 뿐이다"라는 주장에 강력한 근거로 활용됐습니다.


이 실험을 기점으로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있다는 말은 상식의 지위를 빼앗고 말았죠.


인간이 의지로 삶을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카네기가 25년 더 살아 인간의 의지가 뇌의 신호체계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걸 직접 목격했다면 적잖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예리한 판단력을 가진 분은



"아니 고작 0.35초 가지고 그걸 어떻게 판단해?"




라는 반론이 생각나셨을 겁니다.


네 맞습니다.


0.35초라는 시간은 실험 과정에서 관측 오차로도 생길 수 있는 간격이죠.


영국-독일 뇌 연구자 존 딜런 헤인스(John-Dylan Haynes)


이런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 2008년, 존 딜런 헤인스 연구팀은 MRI 장비를 활용해서 벤자민 리벳이 한 실험을 업그레이드해서 다시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참여자들이 버튼을 눌러야겠다고 생각하기 10초 전부터 이미 뇌는 움직이고 있었고, 심지어 뇌의 신호를 통해 왼쪽 버튼을 누를지 오른쪽 버튼을 누를지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게 밝혀졌죠.


이는 뇌파를 측정하면 한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걸 넘어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갖게 될지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습니다.


이것은 뇌의 물리적 반응이 인간의 의지를 '만들어 낸다'는 걸 더 확실히 보여준 실험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최초의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사진 출처 : 엽떡 홈페이지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 퇴근 후 엽떡을 시켜 먹었다면 그건 내가 엽떡을 시켜 먹기로 선택한 게 아니라, 뇌의 물리적 작용에 의해서 엽떡을 시켜 먹기로 이미 결정돼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뇌에서 보낸 신호를 충실히 이행했을 뿐 자유롭게 선택한 게 아닌 거죠.


충격적이죠?


그런데 이게 과학자들만의 주장이냐?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 1976년 2월 24일 ~ ) 이스라엘의 역사학자이며 세계적 스테디셀러〈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의 저자


사피엔스로 유명한 역사학자 유발하라리도 자신의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자유의지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 기독교 신학자들이 만든 신화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뇌과학자들의 실험 결과를 근거로 들며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도 영혼과 자유의지란 없다"


"자유의지란 인간의 선택을 인간의 의지에 맡김으로써 신이 인간을 처벌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위해 신학자들이 만든 발명품에 불과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와서, 현대 뇌과학의 연구 성과는 "우리의 생각이 곧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라는 카데기의 말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카네기는 마치 우리가 결심하기만 하면 생각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뇌에서 보내는 신호대로 선택하고 행동할 뿐이니까요.


카네기의 책을 아무리 읽어도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가 잠에 드는 건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우리는 뇌에서 보내는 신호에 따라서 이미 결정돼 있는 대로 스마트폰을 손에 쥔거 뿐이죠.


마찬가지로 마음 먹은 대로 자신의 행동을 바꿔서 매 순간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은 사람은 카네기의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아도 알아서 그렇게 행동할 사람인 겁니다.


이런 점에서 "생각을 바꿔서 인생을 바꾸라"라고 조언하는 카네기의 말에 충실해 내 의지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매일 자신의 게으름만 탓하며 그 자리에서 정체돼 빙빙 도는 삶을 살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막살아도 되는 건가?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사실은 데일카네기의 자기계발론에 허점이 있다는 걸 입증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인간에겐 스스로 선택할 능력이 없다면?


그저 이미 결정돼 있는 대로 살뿐이라면?


그때부턴 극악무도한 살인마도 자신의 의지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게 아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살인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나라가 뒤집어 질 겁니다.


자유의지에 관한 논쟁은 "실험 결과 봤지? 자유의지는 허상에 불과해"라고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고 말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라고 주장한 철학자의 의견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여기까지 살펴보아야 카네기의 자기계발론을 조금 더 균형 있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철학자 알프레드 멜은 선택은 그렇게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선택을 내리는 그 순간에 내 의지보다 뇌의 물리적 반응이 앞서 있더라도, 그 선택을 하기까지는 이제껏 나의 모든 생각들과 주변의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수능을 마치고 입학 원서에 쓸 때, 제가 철학과에 가겠다고 마음먹기 전부터 이미 뇌에선 손으로 "철학과"라는 단어를 쓸 준비 하라고 시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철학과를 선택하겠다는 저의 결정은 어렸을 때의 경험, 고등학교 생활, 읽었던 책들, 깊은 감명을 주었던 어른들의 조언 등 폭넓은 사건들이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입학 원서를 쓰는 그 순간에 뇌가 더 앞서 있다고 해서 제가 자유의지 없이 뇌에서 보내는 물리적 신호대로 철학과를 선택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죠.


실험실에서 통제된 상황에서 하는 선택과 실제 우리가 인생에서 내리는 중요한 결정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괴리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알프레드 멜은 뇌과학자들의 실험 결과를 근거로 자유의지가 없다고 말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한 거죠.




데일 카네기의 인생 조언을

내 삶의 무기로 만드는 방법




이제 여기까지 논의를 종합해 보겠습니다.


뇌과학의 연구 성과는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뇌의 물리적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는 거부하지 못할 명백한 증거들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면 전두엽이 손상되면 평소에 온화했던 사람 감정 조절을 못한다거나 해마가 손상되면 기억력을 잃어버리는 것처럼요.


이런 점에서 데일 카네기의 기대와는 다르게 우리는 내 생각대로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 역시 짧게는 이제껏 우리가 살아온 방식에 따라 만들어지고,


길게는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축적된 진화적 데이터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의지가 완전히 의미 없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또한 알프레드 멜이 말했던 것처럼 긴 호흡의 선택은 나의 의지가 개입될 충분한 여지가 있죠.


자유의지 논쟁에서 양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합의점을 찾는다면,


지금 바로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 삶을 바꿀 순 없어도,  '미래의 나'가 다른 선택을 내리도록 차즘 나를 변화시키는  가능하다는 중간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하는 데일 카네기의 조언을 내 삶의 무기로 만드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내 의지를 활용해서 지금 나의 생각을 바꾸는 게 어렵다면 미래의 나가 가진 생각을 바꾸는 거죠.


내일의 내가 아무리 의지를 발휘하려고 해도 퇴근해서도 TV만 볼 거라는 게 여지없이 확실하다면, 집에 TV를 모두 없애고 책장만 남겨두는 방법으로 내일의 내가 책을 읽게 강제할 수 있습니다.


매일 밤 11시마다 야식을 먹어서 고민이라면 심야 러닝 클럽에 들어가서 야식을 먹을 기회 자체를 박탈해 버릴 수 있죠.


카네기의 말에 따라 내 생각대로 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면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 내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카네기의 생각과 정반대 편에 서서 내 의지력을 의심하면서 "나는 나의 생각대로 절대 변할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미리 세팅한다면,


우리는 일상에서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게 뇌과학적으로든, 철학적으로든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자기계발법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철학자와 맞짱 토론 두 번째 에피소드: 데일 카네기 편>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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