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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히 Apr 29. 2024

바람을 마주해야 날 수 있다.

 - 새는 날 때 바람을 등지지 않는다.

 바람이 부는 어느 날이었다. 바람을 맞으며 걸으면서 문득 바람에도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되뇌게 되었다. 우리나라 말에도 바람이라 하면 산들바람, 늦바람, 댑바람, 돌개바람, 실바람 등등 바람의 강도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숨을 깊게 들이키며 온전히 바람을 느껴보았다. 기분 좋은 냄새가 코끝으로 들어와 머릿속을 간지럽혔다. 그러다 문득 바람과 연관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라며 상상의 바람을 머릿속에 흘려보내보았다.


 상상의 바람이 몰아치며 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새. 새는 어떻게 날까?


 내가 바람을 마주하며 바람의 속도를 온전히 느끼듯이 새 또한 날기 위해서 바람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해야 힘들이지 않고 날 수 있는 것이다.


 바람을 등지고 걸어가면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산들바람의 속도와 같은 속도로 등을 지고 걸으면 산들바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분 좋은 바람인데도 말이다.


 반면에 강한 바람이 불 때에는 바람을 등지고 걷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강한 바람과 같은 속도로 뛰어야만 바람의 속도를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내가 걸어온 방향과 반대로 강한 바람이 분다면? 왔던 길 그대로 바람을 피해 뛰어갈 것인가? 나는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수많은 바람과 함께 살아가는 새를 보면서 바람을 피하는 것이 정답이 아닌 것 같았다.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더라도 바람을 마주하면서 바람의 속도, 방향, 세기 등을 온전히 느껴야지만 추락하지 않고 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


 바람이 무섭다고 바람을 등지면 날지 못한다. 바람에 휩쓸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추락하고 말 것이다.


 새는 날기 위해서는 바람을 마주해야만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기분 좋은 바람을 마주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감당하기 힘들 만큼 강한 바람을 맞이해야 할 경우도 있다.


 어려움이 닥쳐서 무섭다고 등을 지고, 그 고통과 어려움을 마주하지 않으면 고난에 밀려 스스로가 추락하게 되지 않을까?


 나는 오늘부터 내가 향하는 길에 있어서 바람이 불더라도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산들바람이 불면 기분 좋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돌개바람이 불면 잠깐 멈추더라도 바람을 마주하고 온전히 느끼고 이해할 것이다.


 새는 바람을 마주해야 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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