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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히 May 03. 2024

연꽃은 슬프지 않을까?

 - 남들과 다르게 산다는 것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난다. 특히나 연꽃은 불교에서 의미가 깊은 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속세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진흙으로 보며, 세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을 연꽃으로 비유한다고 볼 수 있다.


  고통이 가득한 세상을 뚫고 나와 깨달음을 얻고 성취를 이루어 내는 것을 연꽃으로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번 대만으로 여행 갔었을 때 타이베이 식물원을 방문했었다. 딱히 식물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비도 오고 마땅히 할 게 없었기 때문에 근처 식물원을 갔었던 것이다. (입장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대만 여행하시는 분들은 한 번 방문해 볼 만하다.)


 식물원을 방문하기에는 좋은 날씨가 아니었다. 해는 구름뒤에 숨어있었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이정표는 신경 쓰지 않고 무작정 발길 닿는 데로 걸었다.


 울창한 숲을 거닐면서 나무들이 내뿜는 청량한 산소를 들이켰다. 나뭇잎에 부딪히는 빗소리도 들리니, 비 올 때 식물원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처 없이 걷다가 길의 모퉁이를 돌아서니 연잎으로 가득한 연못이 눈앞에 펼쳐졌다. 뜻밖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서 나도 모르게 숨이 멎었고 연잎과 연꽃들을 넋 놓고 바라보게 되었다.


 수많은 연잎들 위로 빗물이 고여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빽빽이 피어있지 않고 간간이 피어있는 연꽃들의 자태가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연못에 우두커니 서서 연꽃을 바라보았다. 연잎도 신기하지만 연꽃을 보니, 연잎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진흙 속에 피는 꽃이라니, 그러고 보니 연못에는 연꽃만이 있을 뿐 다른 꽃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문득 연꽃은 “모난 정 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아무도 없는데 너 혼자 꽃을 피우려고 하니?”

“왜 그렇게 혼자 튀려고 하니?”


주위 연잎들의 시기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자신들도 연꽃을 피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꽃잎을 틔운 연꽃을 시샘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연꽃을 보며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영웅 같은 꽃이고 숭고한 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땅 위에서는 꽃을 피울 수 없고, 다른 연잎들의 시샘을 받는 고통스러운 존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꽃들과는 다르게 물 위에서 피는 꽃, 진흙 속에서 피는 꽃. 그리고 같은 연잎 무리 내에서도 몇 송이 안 되는 봉우리를 피우는 꽃.


 남들과 다르게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존경의 대상이자 우상이 될 수 있겠지만, 가까이에 있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꽃은 슬프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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