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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히 May 06. 2024

첫 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 첫 글쓰기의 시작점

 글쓰기를 한 지 어느덧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첫 번째 목적은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회사 후배들과 회사 동료들을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회사에서 후배들을 위한 엑셀 매뉴얼을 만들었었다. 누군가의 지시로 만든 것이 아니었고 나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 만든 것도 아니었다. 정말로 나의 후배들과 나의 동료들이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를 바라는 호의적인 마음으로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의 수직적이라는 특수한 관계는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호의를 위해 후배들의 성장을 도모하고자 자료를 만들고 공유해 준다고 한들, 그들 스스로가 배움의 의지가 없고, 성장의 의지가 없으면 나의 자료는 단지 스팸 메일과 동급의 취급을 받을 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 자료”를 만드는 것은 엄밀히 따지고 보면 회사에서 내가 맡은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나를 보는 사람들이 존재했었다.


“조대리, 이거 뭐 만드는 거야?, 지금 하고 있는 거는 어떤 업무인 거야?”


 스크린 샷으로 캡처를 하고, 매뉴얼을 만들고 있는 작업에 ”업무“라는 단어를 써가며 의문을 던진다는 것은 회사에서 ”제대로 된 일“을 하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8시간의 근로를 하면서 업무 누락이 발생하거나, 맡은 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단지 나뿐만이 아니라 회사 구성원들이 조금이나마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를 바랐을 뿐이었고, 조직을 위해 조금이나마 일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목적이었다 한들 내가 하는 일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었다. 회사라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는 뛰어난 후배나 뛰어난 직장 동료가 생긴다는 것은 곧 자신의 경쟁자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성장이 멈춘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 사다리를 오르는 옆 사람 끌어내리기‘ 이기 때문이다.


 약간의 비판과 시기 질투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몇몇의 선배들과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내가 만든 매뉴얼과 자료를 살려보고자 노력했었다. 별도의 비공개 게시판을 만들었고 후배들의 참석을 이끌어내기 위해 퀴즈 형태로 만들었었다. 의도적으로 경쟁을 부추겼고, 1단계를 통과해야지만 2단계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성취감과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몇몇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을지 모르지만, 신입 사원 등 엑셀의 기초가 부족한 후배들에게는 오히려 자괴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꾸역꾸역 내가 기획한 목표까지는 진행했었지만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을 공유하기에는 나 스스로의 원동력이 부족했었다.


 매뉴얼이라든지 지식의 정보 전달이 목적인 글에서는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거나 이전의 내용을 수정해야 할 경우가 잦게 발생한다. 하지만 수정된 자료를 메일로 공유하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구성원들 모두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뉴얼이 포함된 나의 메일이 우선순위가 될 수 없었고, 메일을 읽는 것조차 후순위로 미뤄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2년.. 시간이 흘렀고, 내가 만든 매뉴얼들과 자료들은 생명의 불꽃이 꺼져 있었다. 살아있는 자료가 아닌 죽은 자료가 된 것이었다. 그동안 내가 정성스레 정리해 놓은 자료와 글들이 아깝게 느껴졌고 내가 퇴사를 하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블로그에 하나씩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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