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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히 May 24. 2024

몰입의 순간, 생각의 우주

 - 몰입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자유시간은 바로 출퇴근 시간이다. 직장까지 지하철로 약 40분 정도의 거리. 수많은 사람들 중 내가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리고 몇 년 동안 반복된 출퇴근을 경험해 봤을 때, 내가 아는 사람을 마주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나 할까?


 수많은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지고, 옷의 감촉이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이어폰 하나만 있으면 온전히 혼자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나는 출퇴근 시간엔 노래를 들음과 동시에 웹툰을 봤었고, 그게 아니라면 유튜브와 숏츠를 보는 등 자극적안 콘텐츠만을 추구했었다.


 하지만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후 나는 출퇴근 시간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그 변화라고 하는 게 대단할 건 없었다.


 웹툰, 유튜브, 숏츠 등 휘발성의 콘텐츠들을 멀리하고자 했다. 대신 조금 더 호흡이 길고 생각의 여지가 있는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독서가 잘 안 될 때에는 무작정 휴대폰에서 메모 어플을 실행시켜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날은 글을 쓰고 싶었던 소재가 있었기 때문에 폰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대단한 필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좋아서 글을 쓰는 것뿐이다. 물론 나의 글을 읽어주는 소중한 분들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의 마음 한 켠에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말이다.


 오늘은 내가 모르는 나 자신한테 생각지도 못한 귀중한 시간을 선물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온전히 글을 쓰는데 몰입을 하게 된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몰입이란 단어를 글자 자체로만 이해하고 있었을 뿐, 몰입의 감정을 느낀 적은 없었다. 내가 생각하고 글을 쓸 때까지만 해도 이 느낌이 몰입인지조차 깨닫지 못했다. 지하철을 탄지 약 30분 정도 지났을까?


 사람들의 움직임이 내 시야에 들어왔고, 그들의 움직임에서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들었다.


“아차차, 여기에서 내려야 한다.”


후다닥 사람들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그 순간 내가 느꼈던 감정이 바로 몰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을 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웹툰은 한 화, 한 화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편을 다 보면 몰입이 끝나게 된다. 그 순간은 채 3분도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유튜브를 보더라도 영상의 시간제한이 정해져 있고, 하물며 숏츠는 1분이면 끝이다.


 하지만 생각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표현하다 보니 나의 생각엔 끝이 없었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 순간 시간이 정지한 느낌이었고 생각의 우주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진정한 몰입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몰입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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