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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히 Jun 13. 2024

웃으면서 똥 싸면서 우는 곳

 - 직장인에게 화장실이란 공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배변활동은 매우 중요한 활동 중의 하나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본능 중의 하나가 바로 배변활동인 것이다.


 회사라는 곳에서 화장실은 정말 많은 역할을 하는 공간인 듯하다. 내가 느낀 회사의 화장실은 바로

 ”놀면서 똥 싸면서 우는 곳“이었다.




  1. 나랑 친한 선배 한 명이 나에게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 말은 내가 화장실에 갈 때마다 종종 머릿속에 맴돌면서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었다.


 “똥 쌀 거면 회사 화장실에서 싸, 그래야 부자들처럼 똥 싸면서 돈 버는 거야”라고 말이다.


 회사원들이라면 모두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로망이 있다. 언젠가 로또 1등이 되어서 회사를 퇴사하는 것이다. 월급에 얽매이지 않고 부자가 되는 꿈을 꾸며, 로또 1등이 되길 바라면서 회사생활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똥 싸면서 돈 버는 것”이라는 건 회사원이라면 기분 좋을 한 마디인 것이다. 나 역시도 회사에서 화장실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적당히(?) 화장실의 공간을 즐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듯이 도가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최소 20분 이상 자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만히 들어보면 휴대폰 게임을 하는 소리가 들리고, 유튜브를 보는 소리가 옆칸에 고스란히 들리기도 한다.


 우스갯소리로 화장실에 인터넷을 끊어야 한다, 화장실칸에 타이머를 설치해야 한다 등의 얘기가 나오기도 했었다.


 어쨌든 회사 화장실은 유일하게 모두의 간섭을 차단할 수 있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2. 회사 화장실은 또한 혼자 울분을 삭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녀를 불문하고 화가 나거나 분노가 차오르면 눈물이 맺힐 때가 있다.


 종종 회사의 여성 직원분들이 화장실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너무나도 화가 나고 억울한 상황에 화장실에서 모든 감정을 쏟아붓고 물과 함께 내리는 것이리라.


 감정을 추스리기 위해서는 사무실이란 공간을 빠져나와 바깥바람을 쐬며 조금 걷다 보면 어느 정도 감정이 추슬러지는 것 같다.


 하지만 업무가 밀려있고, 일분일초가 긴박한 상황에서는 밖에 나가기가 눈치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화장실에서 잠깐이나마 감정을 추스르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휴게실이란 공간이 없다. 예전엔 휴게실이 있었지만 리모델링을 하면서 휴게실을 없애고 회의실을 많이 만든 것이었다.


 내 생각에 직원들을 위한 휴게실 또는 휴게공간이 없기 때문에 화장실이란 곳이 본래의 목적 외의 다른 공간성을 같이 지니게 된 것 같다.


 직원들이 업무에서 잠깐 벗어날 수 있는 공간, 눈치 안 보고 친한 사람들과 약간의 잡담을 할 수 있는 공간, 때론 구석 자리에서 눈물을 훔칠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이 마련된다면 화장실이 ”놀면서 똥 싸면서 우는 곳“이 되진 않을 것이다.


 회사의 화장실이란 공간이 이처럼 다양한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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