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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잼 Mar 23. 2021

첫 번째 도전, 브런치 고시 패스하기

이게 은근 긴장이 된다니까?

내가 뭐라고 여기서 고민을 하고 있나

창을 닫았다가, 열었다가,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가를 반복한다. 눈 앞에 보이는 건 '작가님을 소개해 주세요'라는 질문이다. 항상 카카오의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왔다. 물론 브런치에 연재된 수많은 글들을 보면서 줄곧 그 생각들을 종잇장처럼 꾸깃꾸깃 접어내야 할 때도 있었다. 다양한 스펙과 여러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화려하게, 혹은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를 보며 '내가 뭐라고' 하는 생각이 우선 튀어나왔다. 그건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그 어느 때보다도 솔직한 속마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고민을 떠안으며 작가 신청을 굳이 한 이유는, 나의 경험이 다른 분들께 미약하나마 '도움'이 된다면 최대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전하고 싶어서였다. 물론 나의 글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겠지만,  'Content(콘텐츠)'로 올려는 두되 그것이 이용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사용자'들의 선택의 몫으로 남겨놔야 한다. 그저 세상의 수많은 'Content Creator(콘텐츠 크리에이터)'들 중 한 명만큼의 역할은 해보고 싶어 졌다. 그간 쌓아둔 내 하와이에서의 생활과 경험치도 그만큼의 효용을 할 수만 있다면.



그러니까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예비 작가로 꾸준한 연습을 하며 '브런치' 도전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가끔 아쉽게 미끄러져 '브런치 4 째예요...' 하며 속상해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는 듯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나의 글솜씨 역시 그렇게  출중하지 않다. 그래서 나름 열심히 작성했다고 생각하며 완성한 블로그  에세이 포스팅을 다음  다시 보며 지울까 말까 고민하기를 수백 번이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미 읽어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부끄러움은  혼자 감당하면 충분하니까.



브런치의 필명은 제이미로 등록했다. 하와이에서 생겨난 나의 모든 아이덴티티는 '제이미'라는 이름 아래 모두 담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작가 소개에는 필명에 대한 설명과 하와이에 관련된 나의 다채로운 캐릭터들 전부를 넣었다. 작가 소개는 300자를 넘지 않아야 한다.

'한국 본명이 따로 있지만, 이름이 Oriental(오리엔탈)하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발음을 어려워하시기에 Jamie(제이미)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아이덴티티는 다양합니다. 시작은 이방인이자, 회계를 공부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비혼을 외쳤지만 덜컥 결혼도 했습니다...(생략)'



작가 소개가 끝나고 나면 주제, 소재 그리고 목차에 대한 300자 이내의 설명이 요구된다. 글자 수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정돈해서 알맹이만 담는 것이 관건이다.

'주로 해외 이주와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둘 다 인생을 좌우할 터닝포인트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시안'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현지에서의 '영어 공부'루트, 어린 나이에 결혼한 20대 부부가 대화하는 법 등을 다루고자 합니다..(생략).'



결론적으로 작가 신청을 하면서 느낀 점은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 녹여내는 것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처럼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여 풀어내는 이야기일 수도, 혹은 공통적인 소재의 경우 본인만의 글쓰기 방식으로 '색다르게' 구현하여 창작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옵션은 작가 개개인이 어떤 능력을 손에 쥐고 있느냐에 따라 달렸다. 그래도 갈피가 잡히지 않을 땐, 이미 브런치에 연재된 여러 스타일의 작가님들이 기고하신 '가장 첫 글'을 보며 공부를 해도 좋다.



Lizzo의 Juice 속 가사 한 구절처럼

작가 신청을 할 시 본인의 글쓰기를 보여주는 샘플 에세이도 당연히 필요로 한다. 에세이는 세 편까지 제출할 수 있지만 나의 경우 하나만 제출했다. 어정쩡하게 기준에 맞는 글 세 편보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의도에 부합하는 정확한 한 편을 심사받고 싶은 의지였다. SNS 및 이미 운영중인 블로그 URL 역시 별도로 제출하지 않았다. 오로지 요구되는 최소한의 옵션만 채워서 넣는 것이, 복잡한 것을 보다 싫어하는 나의 성향에도 퍽 잘 어울렸다.


가끔 흥이 나고 싶을 때 찾아 듣는 Lizzo라는 가수의 Juice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반복되곤 했다.

'내가 빛이 날 수 있다면, 너희들 역시 그럴 수 있어'

생각해 보면 마치 만화 OST의 한 구절처럼 조금 유치한 듯 하나, 그건 이 시점에서 내가 브런치 작가의 장벽을 너무 높게 생각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글의 'ㄱ'도 모르는 내가 통과했으니, 당연히 당신도 통과할 수 있다.

그러니 언제 덜컥 받아버릴지 모르는 '거절 이메일' 대한 걱정은 잠시 접고 우선은 도전해 보시기를 바란다.

창피함은 잠깐이지만,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도전 끝에 따라오는 성취감은  오래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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