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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요 Jun 24. 2024

펠리컨적 사고에서 시작된 '메타인지'

'사소함'의 크기에 대한 감각




웃을 일이 아니다. 친구가 재밌다고 보낸 인스타그램 DM은 결코 나를 웃게 하지 못했다. 제목은 '펠리컨적 사고- 일단 시도함'이라는 타이틀로 몇 개의 사진이 모여있는 내용이었다. 사진 속 펠리컨은 주제도 모르고, 입을 벌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먹는 것을 시도한다.


요즘 가뜩이나 스스로 메타인지를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의 펠리컨이 풀린 눈인지 뭔지 모를 맹한 눈으로 냅다 이것저것 부리짓을 하고 있는 모습이 웃끼기는 커녕 내게는 완전히 다큐로 다가온 것이다.


사진_ 문제의 하나도 안웃낀 펠리컨적 사고....


잔뜩 심각해져서 찬찬히 댓글까지 싹 다 읽어보니 대부분 '웃끼다', '저런 마인드를 본받자'와 같은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는데 내 눈에 걸린 내용은 하필 '저건 먹어도 문젠데...'라는 좋아요 따위는 하나 없는 썰렁한 댓글 하나가 눈에 가장 들어왔다. 맞는 말이다. 저건 펠리컨이 가령 먹는 것을 해냈다고 하더라도 그건 더 큰 문제다.


가만히 앉아, 지금의 나는 어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지 생각을 해 보았다. '한 걸음부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더 볼품없는 조각을 주워 먹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허황되지 않도록 내가 주워 먹을 수 있는 '사소함'의 크기에 대한 감각을 익혀갈 쯤엔, 적어도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몸 보다 큰 덩어리를 한입에 넣으려는 맹랑한 생각은 하지 않겠지 싶다.


메타인지에 대한 고민을 '펠리컨적 사고'에서 풀다니. 이게 더 웃낌



2024.06.24 (PM 3:31)

웃자고 보낸짤에
혼자 엄청 심각해진 인간펠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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