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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준영 Jun 19. 2021

우리의 가까운 과거이기도 한 어느 먼 나라의 현재

<위민 투 드라이브>

 작년에 알게 된 출판사 사장님이 신간 나왔다며 한 부 보내주신 책이다. 나는 원래 소설과 자서전은 잘 안 읽는데다가 여성인권, 남녀평등 같은 문제에 열성적인 편도 아니라 증정받지 않았다면 굳이 이 책을 찾아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단 첫 페이지를 펼치니 이 책, 읽는 이를 끌어들이는 초반의 흡입력이 꽤 좋다. 저자가 새벽에 집으로 들이닥친 공안원들에게 체포돼 교도소에 감금되는 장면부터 어린시절의 성장과정으로 돌아가 '문제'를 일으키게 되기까지를 서술한 방식은 괜찮은 영화의 이야기 전개 같은 느낌도 준다.


 첫 장면의 인상만 좋은 건 아니다. 평범한 노동자 가정 출신이지만 선망받는 직장을 갖게 된 저자의 삶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과 부조리의 경험들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서술한 점도 독자의 몰입과 공감을 잘 이끌어내는 요소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의외로 우리 사회의 가까운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많아 더 마음에 들었다. 70년대 후반에 태어난 저자가 어린시절부터 겪었던 일상의 폭력, 폭언, 성추행, 남녀차별 사례들 중 많은 것들이 나와 비슷한 나이의 한국인들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경험임을 느꼈을 때, 막연히 극단적인 가부장 사회, 전근대적 질서와 봉건적 인습에 붙잡혀 있는 먼 나라로 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오늘이 우리에게도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현실이었다는 걸 상기하게 된다.


 우리사회의 남녀평등이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페미니즘 운동에는 큰 관심이 없는 나같은 보통 남성들에게  이 책은 그 어떤 여성학, 페미니스트 이론서보다 현실감 있게 여성의 권리뿐 아니라 각종 사회적 차별, 인권의 문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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