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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악보 책거리

매주 토요일/일요일 안고 살던 멘델스존의 '사도바울'돌려보내기

by 지니이모 Hyo Jin

결혼식에서 사회자가 "신랑신부 행진" 하면 바로 나오는 음악인 웨딩마치를 작곡한 멘델스존이 작곡가, 지휘자, 피아니스트, 오르가니스트뿐 아니라 오랜 기간 빛을 못 본 바흐의 악보를 발굴하여 연구하고 연주하였다는 것은 이번 부활절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다. 바흐 사후 약 80년의 시간이 흐른 1829년, 당시 20세이든 펠릭스 멘델스존이 잠자는 악보들을 발굴하여 연구하고 바흐 학회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또 공연을 해 나간 것. 음악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거장 바흐는 독일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27년간 칸토 (Kantor)겸 음악감독으로 일했는데 생전에도 물론 음악가로서 인정과 존경을 받았으나 그 사후에는 멘델스존의 활약으로 바흐의 음악이 연구되고 소개되었다고 한다. 마치 바흐가 부활한 것처럼.


그렇게 바흐의 영향을 받은 멘델스존은 생전 3개의 오라토리오를 썼는데 그 첫 번째가 오라토리오 '사도바울'. 원곡은 2시간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 찬양대는 공연시간을 50분 정도로 하고 지휘자님이 엄선한 주요 곡을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3월과 4월의 주말을 반납하고 연습했다. 너무 어렵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해오던 성가대 생활 최초로 나는 악보를 집에 가지고 왔다. 짬날 때마다 Alto부분을 피아노로 치면서 익혔다. 그래도 4성부가 섞이고 반주가 들어오면 음잡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런데 연습할수록 정말 아름답고 시대를 앞서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적으로 많은 기법들이 들어갔겠지만 나는 코드 진행이 Major 7 에서 13 까지 또 diminish와 augment를 자연스럽게 쓰며 조성이 계속 바뀌면서도 물 흐르듯 하고 피아노 반주도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음 하나하나도 다 조화롭게 긴장과 해결, 격앙과 감동을 반복해 나가니 신비할 뿐이다. 그중에서 나는 Eb장조의 'Siehe!'로 시작하는 '보라! 시련을 참고 견딘 자 복되도다'와 6/8박자의 G장조로 Adante con moto의 '평화의 복음 저하는 저 사자들' 두 곡이 가장 좋아서 뚜벅뚜벅 슬로 모션으로 피아노 반주를 익혀 보기도 한다.


4월 20일 주일 7시 30분 흰 블라우스와 검정 치마를 챙겨 입고 목사님의 간단한 기도 후 공연이 시작되었고 마지막이 가까울수록 지치기도 하지만 이제 정말 공연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더 정성을 들였다. 둘째가 촬영일을 끝내고 힘들 텐데 화사한 꽃을 한 아름 건네어 주니 뭔가 정말 부활절이구나 부활이구나 싶었다. 담임목사님과 단체사진을 찍고 삼삼오오 친한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또 기념사진을 찍고 우리는 부활절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끝났으면 좀 섭섭했을 텐데 매주 토요일에 연습하던 습관에 오늘 토요일 한 번을 더 붙여 남산 산책을 하기로 한 것! 오전 10시에 만나서 한조에 7-8명씩 나뉘어 남산 산책을 하고 함께 점심을 하는 일정. 남산이라면 나의 나와바리(죄송) 아닌가. 나는 신이 나서 지하철을 탈까 차를 가져갈까 일찍 가서 커피를 마실까 까불다가 차를 가져갔는데 연등행사 때문에 주차장이 막혀 있어 근처 대학교 주차장까지 다녀오느라 지각할 뻔.


반갑게 맞아주는 대원들이 손에 안겨준 태극당 모나카를 먹으니 어지럼증도 가시고 힘이 난다. 동국대학교 앞에서 목멱산방 쪽으로 걷다가 다시 장충단 공원 쪽으로 와서 유명한 평양냉면에서 물냉면과 만두. 처음에는 평양냉면에 본래 돼지 고기가 들어갔던가? 좀 맛이 달라졌나 했는데 역시 시원한 국물이 온몸에 수분감을 준다. 대리석 외관이 멋진 신세계 남산에 가려는데 연수원이라고 나와서 포기하려다 계속 찾아보니 1층 트웰브는 브런치 카페. 높은 층고의 고풍스러운 샹들리에가 매력적인 로비를 지나 베이커리 진열대를 통과하여 내부로 가면 둥근 소파 자리가 운치 있는 커피/쵸코 크롸상 맛집! 우리 조 두 분은 먼저 귀가하시고 남은 다섯 명은 4인용 둥근 소파자리에 서로 딱 붙어 신앙 이야기 음악 이야기 인생이야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때론 진지하게 때론 깔깔대며 봄날의 커피를 즐겼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다시 대학교 주차장에 가서 차를 찾아 미루었던 남대문을 방문하여 평소 들여오고 싶었던 최애 서양란 만천홍을 안고 집으로 향한다. 부활절이 이렇게 찬란하구나. 그래 4월이지... 꽃도 바람도 하늘도 참 고맙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성경 통독, 오늘의 분량 녹음해서 올리기. 우연 또는 신기하게도 사도행전 6-9장인데 스데반의 순교와 사울의 회심이 나온다. 멘델스존의 '사도바울'에 나오는 '돌로 쳐서 돌로 쳐서 죽이시오' 합창과 성경이 보여주는 장면이 똑같다. 스데반은 이렇게 돌에 맞아 순교하고 교회를 박해하던 사울은 다메색 가는 길에 홀연히 하늘로부터 빛이 있어 눈을 멀게 된다. 3일간 먹지도 보지도 못하던 사울은 성령의 인도를 받은 아나니아에게 안수를 받고 비늘 같은 것이 눈에서 떨어져 나가 시력을 되찾고 음식을 먹어 다시 강건해진다. 그리고 다메색에 있는 제자들과 며칠 있은 후 즉시로 각 회당에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전한다. 사도바울이 된 것이다. 오라토리오 '사도바울'은 유대인이 예술시장을 장악한 뉴욕에서 초연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도 한다.




아담, 아브라함, 요셉, 모세, 예수, 베드로, 사도바울... 부활절 휴일을 보내며 생각해 보게 되는 성경 속의 장면들. 헨델, 바흐, 비발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트트, 멘델스죤.... 같은 성경을 보면서 감동을 받고 음악을 써내려 갔다니.... 수천년의 역사와 기도가 녹아 있는 오라토리오 '사도바울'을 함께 공부하고 노래 하니 올 봄엔 나무, 하늘, 새, 바람 그리고 그대와 나. 모두가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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