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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따뜻 Nov 27. 2020

동상이몽

우리는 왜 타인의 삶이 더 나아 보일까? 

우리집 3호기 4살 막내가 등원 준비를 하고 있다. 어미가 바지부터 양말까지 모두 입혀주고 신겨주니 우리집 2호기 6살 둘째가 푸념을 늘어 놓는다. 


[2호기] "아우~ 좋겠다! 하온이는 엄마가 다 해주고~! 나도 하온이 하고 싶다!!!!


그 푸념을 들은 1호기 8살 첫째가 비웃듯, 피식 웃고선, 


[1호기] "난 네가 부럽거든? 어린이집 생활이 얼마나 편한 줄 알아? 초등학교 오면 넌 죽음이야. 지금이 좋은 줄 알아. 난 네 대신 어린이집 가고 싶다. 니가 부럽다!!!!!"


1,2호기의 대화를 물끄러미 듣고 있던 애비가- 세상에서 가장 깊은 한숨을 푸욱.....! 내뱉으며 한탄을 한다. (거의 토하듯이)  


[애비] "이것들아!!! 난 일 안해도 되는 니네들이 제일 부럽거든? 떠들지 말고 어서 준비들이나 하셔!!! 일 안 나가도 되니 좋겄다!!!!" 


.

.

.

.

.


하아..............

그들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는 애미의 한숨이 바다의 심해만큼 깊고도 깊다. 


'난 일만 해도 되는 네가 부럽다.......................'









누군 좋겠다, 쟤는 참 팔자가 좋다, 이런 생각은 누구나 한번씩 해볼만 하다. 인간이 공감의 동물이라 한들, 내 고통만큼 상대의 고통이 와닿지 않는다. 서로 애 셋 키워보겠다고 아둥바둥하는 남편이, 아내가, 서로서로 안쓰럽지만, 결국 내 몸이 힘들면 상대의 힘듦을 져버린다. 아내가 하는 집안일을 외면하기도 하고, 그런 남편을 보며 피토하듯 화를 내기도 하고.... 


막내는 막내의 고충이, 둘째는 둘째의 힘듦이, 첫째는 첫째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듯이, 남편도 남편 나름의 무게가 분명히 있었을텐데, 나는 속으로 저렇게 생각하고야 말았다. 일이면 일, 육아면 육아, 집안일이면 집안일, 딱 한가지만 내 어깨에 얹어 있으면 좋겠다고. 3가지 모두 내 어깨에 얹어놓고 짊어지니, 일도 자꾸 어깨에서 흘러내려가고, 육아도 한 귀퉁이로 새어 나가고, 집안일은 바닥에 내려놓는 꼴이니. 그것이 내 자존감을 알게 모르게 도둑질 중이니. 제발, 한 가지만 하고 싶다고. 


타인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는 순간, 불행의 늪으로 빠진다고들 한다. 말은 늘 그렇게 하고, 이론엔 바삭해서 SNS 속 남의 행복을 엿볼 때엔 늘 도도한 자세를 장착하고 이런 거에 휘둘리는 그런 약한 사람 아니야. 라고 뻐기면서...... 정작 늘, 내 옆에 있는 남편과 노동의 양을 비교하고, 주어진 휴식 시간의 양을 비교하고, 육아의 비중도 비교해가며, 내가 더 많이 짊어지고 있다고, 정확히 반반씩 짊어지고 걷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탄을 하며 피해망상 프레임에 갇히는 나 자신을 보라. 어리석음을 알면서 내일 또 비교할 나 자신을 보라. 


오늘 하루, 내 마음을 지옥 속으로 만들었던, 그 어리석은 비교를 반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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