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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따뜻 Nov 25. 2020

내 사진 속에 부모님은 어디에 계신가요?

우리는 살면서 부모님 사진을 몇번이나 찍을까?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며,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는 아이들을 찍는 일이다. 


카메라며, 핸드폰이며, 몸에 꼭 지니고서 먹는 모습, 우는 얼굴, 활짝 웃는 표정, 잔뜩 찡그린 얼굴, 간식 받고 좋아하는 모습, 등원하기 싫다고 떼쓴다고 벌렁 드러누운 정황 등등- 정말 불필요하리만큼 많은 사진들을 찍는다. 이런 행동의저변에는 오늘이 아니면 다시 못 볼 모습, 이란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아이의 모습.... 순간순간이 저릿할만큼 아쉽고, 또 그런 사진들이 켜켜이 쌓여서 때때로 새벽녘 혼자 깨어서 폰을 보며 눈물을 짓게도 하고, 남편과의 술상에서 술안주가 되어주기도 한다. 


며칠 전, 엄마의 생신이었다. 코로나의 여파로 집에서 간단하게 차려 먹었는데, 나름 내가 상도 차려 드렸고, 용돈도 딴 때보다 조금 더 넣었고 해서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갔었다. 식사를 하고, 케이크를 불고, 용돈 수여도 하고 그렇게 생신을 보낸 후- 며칠 뒤에 그 날 찍었던 핸드폰 속 영상들을 돌려보다가 눈물이 왈칵하고 터졌다. 


사진 속에 엄마아빠는 늘 구석진 프레임에 자리 잡고 계셨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드리는 아이들 옆에- 할머니 생신 축하합니다, 하고 노래 부르는 아이들 옆에- 할머니께 케이크 한 입을 떠드리는 아이들 옆에- 부모님은 그렇게 아이들이 주인인 사진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계셨다. 부끄러움에 귀까지 벌개진 나는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까지 모두 소환해보았지만, 항상 아이들을 안고 계신 부모님, 나 대신 아이들 밥을 먹여주고 계시던 부모님, 나 대신 아이들을 봐주고 계신 한 귀퉁이의 부모님이었던 것이다. 엄마 생신날, 어깨에 잔뜩 들어가 있던 뽕이 너무 부끄러워서 눈물이 터질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그랬다. 상대가 나를 찍어준 사진을 보면 상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고. 연애 때 신랑이 찍어준 내 사진과 지금 찍어준 사진만 봐도 차이는 명확하다. 순간순간, 사랑스러운 찰나들을 포착했던 연애 사진. 그리고 지금은 애들이랑 같이 한장 찍어보려고 서로 억지로 구도, 자리를 맞춰가며- 저 쪽으로 가봐- 한 쪽으로 더 붙어봐- 해가며 찍는 사진. 너무 명확하게 다를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렇다고 애정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ㅋㅋㅋ)


엄마, 아빠를 아이들만큼 애정을 담아 사진에 담아본 일이 있던가. 엄마, 아빠의 생이야말로 아이들보다 더 작은 촛불인데. 아무리 돌아와서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날이 언젠가 올텐데. 그냥, 아무 이유없이 엄마, 아빠가 너무 좋아서, 너무 예뻐서, 카메라를 들어본 일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른이 된 이후 지금까지, 없었다. 그냥 순수한 목적으로 엄마 아빠를 찍고 싶어 했던 건, 유년 시절 그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열 살 무렵 엄마, 아빠와 함께 올랐던 산에서- 엄마, 아빠 둘이 어깨 동무라도 해봐. 내가 찍어줄께. 지금 여기 풍경 무지 예뻐- 설레발 부려가며, 안 찍겠다는 부모님을 억지로 밀어부치며. 엄마, 아빠를 어떻게든 프레임에 담아주고 싶어했던, 엄마, 아빠가 내 온 우주였던. 그 때. 


오늘은 아이들이 나를 찍어준다고 하면 어색해서 절루 가- 엄마 사진 싫어해- 그렇게 막 찍으면 그거 몰카야- 하며 밀어내지 말고, 이 아이가 나를 담고 싶구나. 나를 애정하는 구나. 나는 이 아이의 우주로구나. 하며 최선을 다해 웃어줘야지. 

엄마, 아빠를 만나면, 그냥 이유없이, 그냥, 그냥, 좋다고, 좋아서 한장 찍고 싶다고, 사진 한장 찍어 두어야지. 내 사진첩 속에 엄마, 아빠가 주인공인 사진들이 넘쳐나도록. 어느 날, 엄마, 아빠가 간절히 만나고 싶은 날, 꺼내어 볼 수 있도록. 이 때 참, 우리 엄마아빠 고왔네, 동생과 술 한잔 나누며 추억할 수 있도록. 








* 혼자 글 쓰면서 눈물이 주르륵 나는 경험은 참 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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