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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던 커쇼의 3000K 달성 경기

by clayton
KakaoTalk_20250706_210716566_01.jpg 사진 @mlb


LA 다저스의 영원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메이저리그 역대 20번째 3,000탈삼진 기록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좌완 투수로는 스티브 칼튼, 랜디 존슨, CC 사바시아에 이은 역대 4번째, 현역 선수로는 저스틴 벌랜더와 맥스 슈어저에 이은 3번째 기록입니다.


커쇼는 지난 7월 2일(미국시각)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커쇼의 3,000탈삼진 기록이 달성되는 순간까지 결코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웬만한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던 커쇼의 3,000탈삼진 달성 경기를 다시 되짚어봅니다.


KakaoTalk_20250706_120601644.jpg 사진 @mlb


1. 홈관중 앞에서 기록을 달성할 수 있는 마지막 아웃카운트


커쇼의 3,000탈삼진 기록은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홈팬들과 함께였기에 더욱 빛날 수 있었습니다. 경기 전 대기록까지 탈삼진 3개 만을 남기고 있었기에 커쇼의 기록 달성을 직관하기 위해 많은 홈팬들이 큰 기대를 안고 경기장에 들어섰습니다.


만약 이날 경기에서 커쇼가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매우 유력한 확률로 원정 경기에서 기록을 달성했을 겁니다. 커쇼의 로테이션상 다음 등판은 밀워키 원정 또는 샌프란시스코 원정 경기였기 때문입니다.


커쇼는 6회 화이트삭스 비니 카프라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3000K 기록을 기어코 만들어냈는데요, 6회 마지막 아웃카운트이자 커쇼가 이날 경기 잡아낸 마지막 아웃카운트였습니다.


만약 카프라를 삼진으로 잡아내지 못했다면 7회에 커쇼가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6회를 마친 후 커쇼의 투구 수가 정확히 100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아마도 무리였을 겁니다. 그랬다면 홈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아낌없는 축하를 받으며 커쇼가 마운드를 내려오는 감동적인 장면은 아마 볼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마지막 기회를 살린 버저비터였던 셈이죠.


KakaoTalk_20250706_210716566_03.jpg 사진 @mlb


2. 대기록까지 삼진 3개, 삼진 기회는 무려 15번


사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기록까지 삼진 3개만을 남기고 있었기에 무난하게 기록 달성이 예상되었습니다. 이전 네 번의 등판에서 최소 4개 이상의 삼진을 커쇼가 기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 커쇼도, 커쇼를 상대했던 시카고 화이트삭스 타자들도 모두 대기록을 의식했기 때문일까요? 기다리던 삼진이 좀처럼 나오지 않으면서 기록을 기다리던 많은 이들을 마음 졸이게 했습니다.


커쇼는 2회까지 6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무려 7명의 타자에게 투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아내는 승부를 펼쳤는데요, 2회까지 기록한 삼진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3회 들어 다저스 동료였던 미겔 바르가스를 상대로 잡아낸 삼진이 첫 삼진이었습니다.


커쇼는 이날 경기에서 6회까지 18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무려 15번이나 투 스트라이크 승부를 펼쳤습니다. 삼진의 기회가 무려 15번이나 있었던 셈인데요, 마지막 스트라이크 하나가 계속 잡히지 않아 경기 내내 애를 태웠던 것이죠. 어쨌든 기록을 달성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했지만 기록 달성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KakaoTalk_20250706_210716566.jpg 사진 @mlb


3. 동료 선수의 부상, 그리고 극적인 끝내기 승리


이날 경기 커쇼의 기록 달성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 순간은 또 있었는데요, 기록 달성의 순간이 된 비니 카프라와 승부하는 장면에서 동료 맥스 먼시가 무릎 부상으로 경기에서 빠지는 안타까운 순간이었습니다.


먼시는 3루로 쇄도하던 2루 주자 마이클 A. 테일러와 부딪히면서 무릎을 감싸 쥐며 경기장에 쓰려졌는데요, 결국 키케 에르난데스와 교체되어 커쇼의 대기록 달성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지나고 나서 보니 참 우여곡절이 많았던 커쇼의 3,000K 달성 경기였습니다.


2-4로 경기 내내 뒤져있던 다저스 타자들도 9회 말 들어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9회 말 시작하자마자 무사 만루의 기회를 만들어내며 순식간에 4-4 동점을 만들어냈고, 프레디 프리먼이 오타니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사실 커쇼의 대기록 달성에 모든 이의 관심이 쏠려 이날 경기의 승패는 다소 뒷전이 되었던 상황이었는데요, 팀의 끝내기 승리로 커쇼는 마음껏 대기록 달성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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