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샹그릴라로 향하는 길 >
샹그릴라로 향하는 길.
지도에 나와있는 최단거리는 공사 중이라 돌아가야만 한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길에 옆은 깎아지른 듯한 암벽. 낙석 위험이 높아 보인다. 길고 짧은 터널도 많았지만, 차량 통행은 많지 않아 자전거로 이동하기에는 편한 길이었다.
맑은 아침 햇살 아래 좋은 풍경 속을 달리는 상쾌한 기분, 그리고 그날 하루 새로운 곳을 향한다는 기대감과 얽매인 것 없는 자유로움. 이동하는 날 아침엔 유독 기분이 좋다.
갈림길도 없고 단 하나의 길만 그대로 따라가는데 산과 강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아름다워 몇 번이고 멈춰 서서 눈과 사진기에 담고 간다. 그러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데, 어차피 다음번 마을에 도착하든 안 하든 큰 상관은 없다. 샹그릴라에서 비자 연장을 하면 되는데 아직은 시간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비상식량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하루 더 캠핑.
계곡이라 밤새 바람이 정말 강하게 불었다. 텐트 안에 물건도 많고 내가 누워있는데도 들썩거리며 통째로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강풍이었다. 아침에 텐트 바닥을 확인해 보니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조금 끌리고 긁히면서 작게 구멍이 생겼다... 타르쵸가 있는 곳은 역시나 바람이 강하다는 걸 또 실감한다.
이틀간의 캠핑을 마치고 Benzilanzhen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는데, 진사강을 끼고 있는 이 마을에는 식당과 숙소가 꽤 많다. 관광객들이 샹그릴라로 가기 전 경유하는 마을인 것 같다. 물론 지금은 비수기라 다른 곳에서처럼 마을 자체가 휑한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숙소를 얻을 수 있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며 밀린 빨래를 하고, 전자기기를 충전하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오랜만에 패스트푸드를 먹었는데 버거 세트 세 개를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다. 원래 여행하기 전부터 식사량이 많긴 했었는데, 여행하면서 양이 너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음식이 자전거를 타기 위한 에너지원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여분의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마음이 큰 탓인 것 같다.
2박 3일간 편히 휴식 후 다시 길을 나선다. 샹그릴라로 가는 길은 고도 1500미터 오르막이다. 다행히 경사가 급하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벌써 이만큼이나 올라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하루 만에 1000m 이상의 고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낮에는 강렬한 햇빛 때문에 온도 차가 그렇게 느껴지지 않다가도, 해가 저물고 나니 확실히 높은 산속의 공기는 다르다는 게 바로 느껴진다. 물론 위도가 많이 낮아졌고 고도도 3000미터 정도밖에 되질 않기 때문에 크게 춥지는 않았지만, 지난 며칠간의 따뜻한 기운에 익숙해진 탓인지 예상했던 것보다는 추웠다.
길을 가다가 캠핑을 할 적당한 곳을 발견했다. 허락을 받고 텐트를 친 곳은 젊은 티베트 부부가 운영하는 음식점 마당이었는데, 추운 날 밖에서 잠을 자는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자꾸 따뜻한 화로 옆자리를 권하신다. 그래서 텐트 밖으로 나와 화로 옆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최대한 할 수 있는 중국어를 모두 동원해 본다. 어쩔 수 없는 의사소통의 한계. 언어가 잘 통했다면 묻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샹그릴라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마을, 고즈넉한 풍경 이런 것이었다. 아침에 출발해서 점심에 샹그릴라에 도착했는데 예상했던 것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다. 병풍 같은 산속에 들어선 분지에, 주위에는 얕은 호수가 보이고 말들이 초지 위에서 한가로이 거닐고 있다. 비수기라서인지 관광지 느낌은 전혀 없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차분함이 좋다. 이곳에서 무사히 비자를 받을 때까지 평화로움을 유지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어떤 매력이 있기에 그렇게도 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들어두는지 여유를 가지고 살펴볼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