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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경 Jan 12. 2020

'까방권'이 예능 캐릭터에 미치는 영향

<펭수> <장성규> <박준형>

    

<워크맨의 장성규>부터 <EBS 펭수> <와썹맨 박준형>까지, 2049 사이 소위 ‘B급’ 캐릭터가 성행했다. '워크맨'은 300만 구독자를 훨씬 넘은 지 오래고, 펭수는 예능과 영화를 오가는 명실상부 '톱'스타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성공에 대해 '위아래가 없는 B급' 캐릭터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이 'B급'이라는 워딩의 마법은 어디까지일까. 모든 웃긴 콘텐츠의 성공을 'B급'이라고 퉁칠 수 있을까.



'B급’은 사실 유행이라기보다, 항상 있었던 개념이었다. 10년 전 시작된 MBC ‘무한도전’이 대표적인 B급 방송이었고, 대부분의 유튜브 콘텐츠는  B급이다. 때문에 장성규와 펭수를 ‘B급이라 성공했다’고만 하고 넘어가기에는 다소 나이브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유행에 공통점을 뽑을 또 다른 개념은 없을까?

 EBS <자이언트 펭TV> 中

장성규와 펭수, 박준형. 이들의 공통점을 뽑아보자면 까방권이 있는 악동’이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예능 생태계에는 이렇다 할 악한 캐릭터가 없었다. ‘악당’ 박명수, ‘배신자’ 노홍철, ‘독설가' 김구라는 전성기가 지나며 캐릭터성을 모두 소진했다. 예능판에는 이제 새로운 악한 캐릭터가 등장해야 한다. 그러나 높아진 도덕적 기준, 과도한 악성 댓글 등으로 누구도 섣불리 도전하지 못했다.


*까방권 : '까임 방지권’을 줄여 일컫는 말이다. 이는 과거의 선행, 또는 특성으로 앞으로의 비난에 대해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MBC <라디오 스타> 中

이러한 와중에 장성규와 박준형, 펭수가 등장했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막 나가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방어막’이 있다는 것이다. 장성규는 방송에서 선을 넘는 동시 SNS에서는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호통 치기에만 그쳤던 박명수, 김구라와 달리 ‘충성 팬’을 만들어냈다. 이 팬들은 장성규가 어떤 악플을 받더라도 나서서 방어해준다.


박준형은 ‘한국말을 잘 못한다’는 특성 덕분에 막말을 내뱉더라도 그것이 웃음으로 승화된다. 더불어 'BAAAM'이라는 미국식 표현 하나면 모든 게 설명된다.

JTBC <와썹맨>

펭수 또한 거침없는 언행의 주체가 결국 ‘귀여운 펭귄’으로 인식되기에 시청자들에게 용인 가능하다. 그가 탈을 쓰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토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이 정도 인기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이 ‘악동’ 캐릭터가 성행하는 것은,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망이 담긴 것이라 볼 수 있다. 예능의 기승전결을 위해 악동 캐릭터는 필수다. 이들은 밋밋한(?) 인물에 호통을 쳐 주목받게 하고, 다른 악동과 투닥거리며 케미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장성규보다도 좀 더 조심스럽고 웃긴 악을 발굴해야 한다. 아슬아슬하게 선을 오가는 장성규가 아닌, 확실히 '선은 지키는' 악동 말이다. 과거 대부분의 악은 ‘남성 개그맨’에서 나왔다. 이제는 여성 악도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 유명 토크쇼 MC ‘엘런 드 제너러스’는 거침없이 말하면서도 PC함(정치적 올바름)을 지키기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김숙, 박미선 등은 거침없는 입담에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들의 예능감은 여전히 과소평가되었다(이것보다 더 떠야 한다). 또 다른 ‘개념 있는 악인’, ‘착한 악인’이 나오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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