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켄시(はらけんし) 작가의 '귀여운 소녀 그리기(かわいい女の子が描きたく
아래에 작성한 글을 브런치로 옮깁니다.
■ 출처: https://zzom.io/cute-girl/
네이버 '코믹스튜디오(manga studio) 디지털 만화제작을 배워보자!' 카페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제공: '코믹스튜디오(manga studio) 디지털 만화제작을 배워보자!' 카페
번역서: 귀여운 소녀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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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귀여운 소녀 그리기
작가: 하라켄시 / 역자: 고영희
출판사: 영진닷컴
미소녀 멋지게/아름답게/예쁘게 그리는 방법
‘예쁘게’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돌아보게 하는 책
‘예쁘게’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4명의 캐릭터로 다르게 표현하여 잘 풀어냄
특정 드로잉 툴에 의존되지 않게 일반적인 접근 방법을 설명함
언급하지 않았으면 신경 쓰지 않았을 법한 주제를 잘 짚어 줌
작가의 세심한 노하우가 잘 녹아 있음
너무 얕지 않게, 너무 깊지 않게 양면 펼침 페이지 안에서 한 주제를 마무리함
분석할 수 있는 예제 파일이 없음 (레이어 구성이 인쇄되어 있음)
용어를 직역한 듯한 한국에선 잘 쓰지 않는 표현이 일부 보임
사용 툴을 명시되진 않았지만 브러시 이름 등은 특정 툴 의존적이라 바로 따라 하기도 애매함
B5 규격의 일러스트 종이책 특성상 그림이 잘 보이지 않음 (이건 다른 책도 그러하니 받아들여야)
그림을 크게 볼 수 있게 QR 코드로 작가님 인스타 작품이나 픽시브로 연결하면 좋았을 듯
기본적인 작화가 가능한 사람
여체, 머리카락, 피부 표현이 어려운 사람
(성인 취향) 웹툰 작품을 준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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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닷컴이 책을 내고 네이버 ‘코믹스튜디오(manga studio) 디지털 만화제작을 배워보자!’ 카페가 후기 이벤트를 진행한 덕분에 따끈한 번역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책은 진작에 받았지만 마침 번역하던 일러스트 책을 준비하느라 후기를 계속 못 쓰고 있다가 이제야 주변을 정리하고 후기를 써 본다.
후기를 준비하기 전부터 원서의 제목에서 볼 수 있는 ‘かわいい’라는 개념을 어떻게 번역했는지가 궁금했다. 왜냐면 ‘かわいい’라는 말 자체가 직역하면 ‘귀여운’이겠지만 일본에서는 ‘아름답다’, ‘섹시하다’, ‘예쁘다’ 등 폭넓은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그 의미가 좁혀지는 상당히 범용적인 단어다.
사실 이게 번역될 때 어떻게 표현되나 궁금했었는데 애당초 원서부터 저자가 해당 단어에 대한 포괄적인 의미에 대해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를 해두었다. 그래서 ‘이게 귀여운 거야?’, ‘이런 걸 귀엽다고 하는 거야?’라는 불필요한 의구심을 덜어낼 수 있었다.
대체로 데포르메 스타일로 그리는 사람이나 인스타툰을 그리는 사람은 굳이 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 같이 디테일한 표현을 하지 않고 생략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지하게 일러스트를 뽑아내서 한 작품, 한 작품을 만들어낼 사람이나 양산으로 찍어 내더라도 여성의 신체 표현과 동세에 공을 들여야 하는 성인 취향의 웹툰 지망생이나 게임 일러스트 작가에게 도움 될 것 같다.
내용 면에서는 다른 입문서와 비슷하지만 중간중간에 작가의 노하우를 담은 포인트가 괜찮았고 무엇보다 그림체 자체가 싫지 않은 스타일이라 보는 내내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책을 다 볼 때까지 어떤 이미지가 나올지 몰라 후방은 좀 조심스러웠다.)
책 전반의 장점은 다른 후기 작성자와 비슷하고 중복되는 내용이라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몇 장면 꼽아 보았다.
시선 처리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못했는데 콕 집어줘서 좋았다. 캐릭터 일러스트를 볼 때 무의식적으로 눈을 먼저 보게 되는데 거기서 오는 느낌을 의도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잘 그린 그림을 설명하는 것보다 못 그린 그림을 설명하는 게 더 도움 된다. 통상 첨삭 지도하는 과정을 보면 개선할 포인트를 잘 짚어주는데 혼자서 그걸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팔을 그릴 때 보통은 의상에 가려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데 뼈와 근육을 다른 색으로 표시한 게 도움 되었다.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부분을 재발견하는 느낌으로 포인트를 잘 짚어서 보여주는 느낌이다.
여성을 그린 경험이 적다 보니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잘 짚어 주었다. 흔히 여성이 남성을 흉내 내거나 남성이 여성을 흉내 낼 때 무의식적으로 하는 동세가 있는데 그걸 명시적으로 표현한 게 좋았다.
완전한 흰색과 검은색을 가급적 피하라는 부분이 특히 많이 공감되었다.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의도한 게 아니라면 블렌드 모드를 적용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두라는 얘긴데 추후에 다양하게 변화를 줄 걸 감안하면 이 부분은 명확하게 의식해둘 필요가 있겠다.
보완 전 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표현한 게 좋았다.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넘어갈 수 있지만 짚어 보면 이게 맞는 거 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원서의 문장, 단어가 1:1로 직역된 느낌이라 잘 쓰지 않는 단어는 의미를 풀어쓰거나 각주로 설명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이건 양면 펼침 고정 레이아웃의 도서 특성 상 텍스트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고 제한된 번역비 안에서 너무 공 들이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 몇 가지를 꼽아보았다. 덧붙여 원서 기획 과정에서 개선되면 좋았을 것 같은 것도 함께 메모해 두었다.
원서 제목의 느낌이 살지 않아 아쉬웠다. 원서 제목이 ‘かわいい女の子が描きたくなる本’ 인데 의미상 ‘귀여운 여자 아이를 그리고 싶게 만드는 책’ 정도다. 번역서 제목은 ‘귀여운 미소녀 그리기’로 담백하게 끝나는데 부제목은 ‘얼굴부터 발끝까지’로 나왔다. 부제목이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어 큰 무리는 없는데 ‘그리고 싶게 만드는’의 의미가 빠진 게 많이 아쉽다. 도서명은 ‘관제/관칭’ + ‘도서명’ + ‘부제’의 세 요소로 만들어지는데 조금 더 키워드를 잘 배치하면 해당 의미를 담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앞서 실패 사례가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의미 파악이나 공감이 어려우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머리카락의 뿌리와 끝의 양이 맞지 않습니다’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머리카락이 너무 많은 느낌’이라는 부연 설명을 봐도 의미 파악이 힘들다 보니 해당 컷은 무의미한 컷이 되는 셈이다. 그림을 봐도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데 원문의 문장, 단어에 의존하기보다는 저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확인한 다음 저자의 의도가 독자에게 전달되게 표현되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나중에 원서를 볼 기회가 있다면 원래 어떤 의미로 한 얘긴지 확인해 보면 좋겠다.
번역이 아쉬운 다른 예로 ‘머리카락 끝을 구분하여 그리게 되면 머리카락을 그릴 때의 변형이 넓어집니다’가 있다. 여기서 ‘변형’이 아마도 ‘バリエーション(variation)’을 직역한 게 아닐까 짐작된다. ‘변형이 넓어진다’가 상당히 부자연스러운데 의미상으로는 ‘머리카락 끝만 달리 해도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다’, ‘머리카락 끝의 표현만으로도 헤어스타일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정도의 의미로 좀 더 풀어써도 좋았겠다.
직역한 느낌이 아쉬운 경우로 아마도 원서에는 한자로 작을 소(小), 큰 대(大)를 썼을 것 같다. 직역하더라도 의미는 전달되니 큰 무리는 없지만 읽을 때 껄끄러운 느낌이 있다. 차라리 ‘작다’, ‘크다’와 ‘가슴이 작은 경우’, ‘가슴이 큰 경우’ 정도로 써 주는 게 읽을 때 목넘김이 좋고 내용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러스트 입문서를 번역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한국에서는 잘 쓰지 않는 단어를 어떻게 이해시키느냐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게 ‘가필’, ‘청서’인데 일러스크 관련 커뮤니티에 문의해도 ‘가필’, ‘청서’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업종 특성상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다보니 의미를 대충 짐작하고 이해는 하는데 직접 그 용어를 쓰는 것 같진 않다. 그나마 재학 중에 한자 교육을 받은 이들은 어떤 공정인지 이해하는 반면, 재학 중에 한자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은 전혀 엉뚱한 걸 연상하기도 한다. (한자 병행 표기의 필요성)
의미상 ‘지저분한 선화를 깔끔하게 정리한다, 거친 선을 다듬는다’ 정도의 맥락이므로 ‘선 따기, 선화 정리, 선화 다듬기’ 정도로 표현되면 좋았겠다. ‘가필’은 의미상 ‘수정하기, 보정하기, 덧 그리기’ 정도일 텐데 ‘보완하기’ 정도로 표현해도 좋았겠다. 한편 주요 표시로 되어 있는 ‘3D CG의 자료를 보면서 색칠해 갑니다’ 부분에서 ‘3D CG’가 따로 제공된 건가 싶어서 한참 찾았다. 의미상 ‘다른 3D 작품의 입체감과 명암을 참고해서 채색해 보세요.’ 정도로 표현되면 오해가 없겠다.
이건 원서 기획 과정에서의 아쉬운 부분인데 책 여기저기에 레이어 이름이나 레이어 구성 형태 등이 나오는데 실제로 실습 가능한 파일이 출판사에서 제공하고 있지 않아서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해해야 한다. 원서 자체가 파일을 제공하지 않는 건가 싶어 원서 출판사 홈페이지를 뒤져봤으나 따로 제공되는 파일은 없어 보인다.
121페이지는 다른 페이지에 비해 유독 읽을 때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몇 가지 다듬어 보자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싶다. ‘이 그레이 바탕은 선택 범위를 작성하기 위한 것으로 최종적으로 레이어를 숨기거나 삭제합니다.’ 이 표현은 의미상 ‘그레이로 칠한 부분은 채색 범위를 제한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다 쓴 다음에는 숨기거나 삭제합니다.’ 정도의 내용이 담기면 좋겠다.
‘칠하는 부분을 선택하고 폴더에 대해서 [선택 범위 이외를 마스크]를 실행하면, 캐릭터나 바닥 소품 실루엣의 바깥쪽에 마스크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은 ‘그레이로 칠한 부분을 선택한 다음 폴더에 [선택 범위 이외를 마스크]를 적용합니다. 캐릭터나 소품 등을 제외한 빈 영역에 마스크가 입혀집니다.’ 정도로 표현을 다듬거나 의미를 조금 더 담아주면 좋겠다. 후반부로 갈수록 표현이 좀 거친 편인데 반복되는 교정/교열, 윤문 과정에서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채택 방안 A’, ‘불채택 방안 B’에서 ‘불채택’이란 표현이 많이 껄끄럽다. 원서를 직역해서 그럴 거라고 짐작하는데 의미상 ‘여러 배경을 그려보고 그중에 채택되지 않은 예’라고 한다면 최종 결과와 상대적인 개념으로 ‘1안’, ‘2안’, ‘채택안’이나 ‘후보 1’, ‘후보 2’ 혹은 ‘시안 1’, ‘시안 2’, ‘최종안’ 정도로 표현해도 좋았겠다.
끝으로 좋았던 점이기도 하고 아쉬웠던 점이기도 한 게 이 페이지인데 이제까지 설명한 이미지의 레이어를 단계별로 분석한 건 잘한 것 같다. 다만 부록으로 예제 파일이 제공되었다면 PC나 태블릿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걸 지면에서 확인하는 게 상당히 힘들 수 있다.
한편 종이책인 점을 감안하여 각 레이어에 대한 페이지 번호를 넣은 것은 정말 다행스럽다. 실제로 해당 페이지를 넘겨서 찾아볼지는 독자의 몫이긴 하지만 만약 전자책에서 이 부분이 페이지 링크로 처리했다면 전자책을 사볼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사실 예제 파일만 제공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일본 출판사 홈페이지를 뒤져봐도 다운로드 파일은 없었다.
책 내용면에서는 필요한 내용과 생각지지 못한 내용을 잘 담고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굳이 아쉬운 점을 나열한 이유는 다른 후기에 이미 좋은 점이 많이 언급되어 다시 중복할 이유는 없었고 번역자와 초보 출판인의 입장에서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하는 관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해 봤다.
최근 나 역시 같은 규격의 일러스트 입문서를 번역해 보니 양면 펼침 고정 레이아웃 원서 안에서 표현의 제약이 상당하다는 걸 체감한 데다 지면 크기의 제약으로 그림을 충분히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기도 했다. 특히 나 역시 번역하는 과정에서 거듭 고민했던 한국에서는 잘 쓰지 않는, 하지만 일본에서는 당연하게 사용하는 일러스트 용어에 대해서는 차차 번역서가 보급되면 거부감 없이 통용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사실 해당 용어는 서구식 미술 관련 학과에서 쓰지 않는 용어라 일반적인 전공자에겐 낯선 용어이고 (그들이 일본발 콘텐츠로 교육받지 않으니) 반대로 일본에서 제작한 일러스트 툴의 한국어판 매뉴얼이나 일서를 번역한 한국어판 입문서에서나 접할 수 있는 표현이다 보니 한국의 드로잉 애플리케이션(서비스) 사용자가 매뉴얼을 접하는 기회가 많을수록 자연스럽게 수용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동영상 강의 콘텐츠로 배우지 텍스트 메뉴얼을 보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도 널리 통용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암튼 원서 제목 ‘かわいい女の子が描きたくなる本’ 말 그대로 ‘귀여운 여자 아이를 그리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다행스러운 건 책을 완주하면서 후방 주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적당한 수위라 다소 안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제 책은 살펴봤으니 그리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싶다는 의욕이 게으른 몸뚱이를 일으킬 수 있도록 일단 펜부터 잡아봐야겠다. 아 참, 종이책의 지면 제약으로 작은 그림을 보는 게 아쉬운 독자라면 작가의 SNS 계정을 따라가 보자. 인스타그램과 픽시브에 종이책의 삽화가 다수 게재도어 있으니 따라서 그릴 때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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