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세계와 콘텐츠 세계의 간극
내가 콘텐츠 업계에 와서 느낀 것은 여기서는 흙수저였다는 게 오히려 장점이 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흙수저가 살아가기 어렵지만 콘텐츠 업계에서는 그게 가장 큰 무기가 된다. ‘내가 예전에 정말 가난하게 살았는데 노력을 해서 이렇게 부자가 됐다’ 라는 스토리가 있는 사람은 콘텐츠를 팔아먹기가 매우 쉽다. 그에 반해 금수저인 사람은 얘기할 거리가 없다. 지금 부자라고 해도 원래 집이 잘 살았으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해버리면 할 말이 없다. 현실에서의 금수저가 콘텐츠 업계에서는 흙수저가 되는 것이다. 학력도 마찬가지다. 현실 세계에서는 학력이 낮으면 살아가기가 쉽지 않지만 콘텐츠 업계는 다르다. ‘고졸 출신이 이렇게 성공했다’ 라는 식으로 마케팅을 하면 사람들이 혹하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과거에 가진 것이 없고 못배웠을수록 콘텐츠를 만들기가 유리하다.
그래서 나도 한 때는 ‘나도 차라리 어렸을 때 가난했었더라면’ 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현실 세계라면 내가 가진 각종 이점을 활용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텐데 오히려 그게 단점으로 작용하니 적응하기 힘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는 금수저 크리에이터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