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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큐베리 Mar 28. 2024

스물넷, 나도 엄마가 되었다.

첫 번째 출산

햇볕의 따가움이 느껴지던 8월의 어느 날,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게 진통인가?’

진통인지 아닌지 알고 싶은 마음에 보건소 산모교실에서 배웠던 대로 시간을 쟀다.

갑자기 내 배가 거북이 등 껍질처럼 느껴지는 딱딱함이 느껴졌다.

가진통과 진진통을 구별하는 방법은 아주 쉬웠다.

배가 아파 힘들었지만 동시에 엄마가 해주는 분홍소시지가 먹고 싶었다.

처음 느껴보는 아픔인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과 함께 출산전에 하고 싶은 일들이 떠올랐다.

덕분에 아직은 가진통이란 생각이 들었다.

‘윽’ 배가 딱딱해지면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압박감이 느껴지면서 몸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당이 되지 않았다.


집에 있어도 되는 건지 걱정도 되고, 친정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

새벽 5시. 남편과 함께 교회로 향했다.

20분 간격의 진통을 느끼면서도 예배를 드렸다. 예배 후에 먹을 분홍소시지도 챙겨 왔는데..

소시지까지 먹고 나면 길에서 아이를 낳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6시 30분 즈음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에게 초산이라고 이야기하니 아무래도 한참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침대에 누워 쉬고 있으라 했다.

‘쉬라고? 이 상태로 쉬라고? 그게 가능할까?’

내 배안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느낌이다.

분명 아이는  명일 텐데...

왼쪽에서 툭! 오른쪽에서 툭! 그러다가 숨이 멎을 것 같은 거북이 변신술까지 더해졌다.

“으악!! 아파요~ 너무 아픈데? 진짜 아파요.”

“엄마~ 아직 나오려면 좀 있어야 돼요. 진정해요”

내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봤지만, 간호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떤 곳에든 힘을 줘야 할 것 같았다.

아이 낳는 장면에 왜 남편의 머리카락을 쥐어 잡는지 알 것 같은 순간이 다가왔다. 그 사이 남편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양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으아아악! 으악!!” 우아한 출산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되었다.

“저기요! 선생님~ 에어컨 좀 켜주세요.”

진통을 하다 멈추고 에어컨을 켜줄 것을 요청했다. 대기실이 시원해지고 나서야 좀 더 힘을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 것 같았다.


배는 거북이가 된 지 오래고, 화장실에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저 화장실 가고 싶어요. 아~ 나올 것 같은데... 화장실 갈래요”

“엄마! 화장실 가고 싶은 느낌은 들겠지만, 아직 아니에요. 좀 더 참아요”

“정말 마렵다니까요. 나 좀 보내줘요”

“엄마! 아직 아니......

어머~ 어떻게 해! 머리 보이잖아.

빨리 일어나 봐요. 힘주지 말고!

절대 힘주면 안 돼요. 아직 아니야. 힘주지 마요.

힘 빼요. 엄마. 힘 빼. 숨 쉬고~”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애원하던 그 순간

나는 내 발로 직접 걸어서 분만침대에 올랐다.

“엄마, 애기가 태변 먹은 것 같아요. 위험할 수 있어. 한 번에 갑시다. 자, 자. 힘줘봐요.

숨 들이마시고, 내쉬고, 한번 더! 오~오!

다시 다시! 힘 빼지 말고, 힘 더! 더! 더 줘요.”

“으악~~~!! 엄....... 마”

죽을 것 같았던 그 순간 내가 찾은 건 엄마였다.

엄마를 외치며, 마지막 힘을 다했을 때 “응애~응애~” 소리가 들렸다.

이젠 나도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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