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샨띠정 Oct 24. 2024

나들이 오신 동네 어르신 할매들

여름날의 외출

나른한 오후의 기운이 어깨 힘을 빠지게 하려는 순간. 동네 어르신 할머니들 세 분이서 북카페 문 앞에 나타나셨다.

한번 오신다고 하시더니 드디어 우리 북카페에 오셨다. 얼마나 반갑던지. 91세에 하늘나라로 가신 울 할머니께서 내 앞에 천사처럼 나타나신 것만 같았다.


얼른 나가서 자동문이 닫혀 다치시지 않도록 스위치를 눌러 드렸다.

시원한 세미나룸에 모셔다 드리고 메뉴판을 드리며 주문을 받는데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열여섯 소녀들처럼 까르르까르르 웃으시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내 입에서도 웃음소리가 덩달아 흘러나왔다.


동네 어머니들과의 대화는 늘 유쾌하고 마음을 즐겁게 한다.

"커피 말고 맛있는 걸로 줘요."

"시원한 걸로 드릴까요?"

"너무 찬 건 안돼~"

"난 자몽은 먹으면 안 된대."

"망고 들어있는 거 줘요~"

"망고 요구르트 스무디는 차가워요."

"괜찮아요. 그냥 그걸로 세 개 줘요."

젊었을 때는 찬 것도 잘 먹었는데 이제 늙어서 찬 것도 못 드신다며 걱정을 하시면서도 망고 요구르트 스무디를 주문하셨다.


"달지도 않고 맛있네~"

너무 차가울까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맛있게 잘 드셔서 감사했다. 그런데 두 어머니께서 웃으시며 찬 걸 먹으니 머리가 아프시단다.


얼른 주방으로 가서 따뜻한 녹차라테와 자색고구마라테를 준비해서 어르신들께 갖다 드렸더니 따뜻하고 맛있다고 하시며 좋아라 하셔서 마음이 놓였다.


다행히도 망고 요구르트 스무디도 다 드시고 따뜻한 라테도 다 드시고는 배가 불러서 저녁은 건너뛰시겠다는 어머니들, 귀여우시다.


"카페에 따라가면 뭔지도 모르니까 그냥 같은  거 시키라고 해. 그러면 맛도 없어서 입만 대고 먹는 시늉만 하고는 비싼 돈만 내버리고 오는데 여기는 참 맛있네."

어르신들의 칭찬에 내 입이 귀에 걸린다.

기분이 참 좋다.


수박이랑 복숭아를 접시에 썰어다 드렸더니 조금밖에 안 드셨다. 배가 너무 불러서 다 못 드시고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얼마예요?"

"계산해야지."


돈을 받기가 너무 죄송했다.

꼭 받아야 한 다시며 세 분 모두 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내셨는데, 나는 가장 언니 되시는 어르신의 돈을 받아 계산했다.


"12,000원이에요."

"왜 그렇게 싸? 한 사람당 12,000원 받아도 되겠구먼."

"많이 받아야 돈을 벌지. 손해 보겠네."

"괜찮아요 ~"


걱정해 주시고 생각해 주시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무더운 여름날.

모두 휴가를 떠나고 북카페에 오는 손님들도 많지 않아 내심 걱정이 되는 터였다.

마침 그때, 마음에 힘내라고 하늘에서 천사들의 응원부대가 다녀가 주신 것만 같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녹차라떼와 자색 고구마라떼
이전 24화 시골 북카페에 눈이 내리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