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020 오레건주 포틀랜드
Portland, Oregon
드디어 처음으로 오레건 주에 발을 디뎠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 인터넷에서 먼저 접한 포틀랜드는 한마디로 '힙스터'와 '히피'들에 성지,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도시, 놀고먹기 좋은 도시로 설명되어 있었다
일 년에 반은 비가 온다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따뜻한 햇살에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고 온 나는 비행기 창 밖으로 보이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우중충한 포틀랜드 모습에 갑자기 기분이 차분해졌고 찐한 다크 로스트 커피나 무거운 레드 와인이 생각났다
여기 와보니 왜 그렇게 커피랑 맥주, 와인이 유명한지 알 것 같다
정말 커피나 와인 즐기기 딱 좋은 날씨다 ㅎㅎ
그래서 렌터카를 타자마자 바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커피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Stumptown Coffee Roasters'로 향했다
포틀랜드에서는 스타벅스보다 유명하고 인스타에서는 많은 여행객에 '최애' 인증샷 장소로 유명한 커피집이다
특히 Ace Hotel 안에 위치한 지점이 유명한데 간판부터 낡고 허름한 이 호텔 안 지점이 왜 그렇게 유명 한진 잘 모르겠다
특히 'HOTEL' sign이 놓인 소파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찍는 인증샷이 유명한데 이 자리에 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줄을 선다고 들었다
난 운이 좋게도 한가한 월요일 오전 시간에 도착해서 여유롭게 명당자리에 앉아 라떼 한잔과 인터넷 기사를 보면서 포틀랜드 현지인 인척 잠깐에 여유를 가졌다
여러 종류에 커피를 매일 마시고 좋아하는데 이곳 포틀랜드 에이스 호텔 스텀프타운 커피집에서 마시는 라떼는 기대했던 것보다 향긋하고 맛이 좋았다
이 맛있는 커피는 굳이 이 장소가 아니어도 충분히 맛있을 것 같다
커피를 마신 후에는 다운타운 거리를 좀 걸어 다녔다
바람이 차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긴 했지만 정겹게 생긴 다운타운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포틀랜드에서 제일 유명한 도넛 샵 중에 한 곳인 'Voodoo doughnut'에 도착했다
어렸을 때부터 단거나 군것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평생 몇 개 안 먹어본 도넛이지만 그래도 많이 유명하다길래 구경 삼아 들어가 봤다
이곳도 주말이나 저녁시간에는 가게 밖으로 한참을 줄 서야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는데 시간대를 잘 맞춰 온 것 같다 ㅎㅎ
가게 안은 조잡스럽게 보이는 디자인이 가득했고 얼핏 타투샵 같이 보이기도 했다
가격은 동네 '던킨 도넛'과 비교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생전 처음 보는 충격적인 비주얼에 도넛들이 쇼케이스 안에 가득했다
도대체 도넛 위에 뭘 그렇게 많이 올렸는지 저 도넛 하나면 성인 하루 권장 칼로리를 훌쩍 넘길 것만 같다
그나저나 저런 도넛을 만들 생각을 어떻게, 왜 했는지 ㅋㅋ 나한테는 저 도넛들이 흉물스럽게 보였다 ㅋㅋ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기념 삼아 몇 개 사서 맛보려고 오더를 하는데 뭘 사야 할지 몰라서 그냥 플레인 도넛과, 시나몬 설탕 가루가 뿌려진 미니 도넛 6개를 오더 했다
그러자 오더를 받던 직원이 아무 말 없이 나를 한참 동안 빤히 쳐다봤다
'뭐지? 내가 뭐 잘못했나? 내 머리스타일 보고 반했나?' 그러고 나도 똑같이 쳐다보고 있는데 '이게 다야? 진짜 이게 다야?'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누가 봐도 여행객 같아 보이는데 여기까지 와서 나처럼 아무 특색 없는 플레인 도넛을 사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단다
그래서 오더가 다 안 끝난 줄 알았다고.. ㅎㅎ
다음 편에서 다시 쓸 얘기지만 난 이 도넛을 먹을지 말지 고민도 안 하고 여기저기 들고 다니다가 결국 알래스카까지 가지고 가서 앵커리지에 첫 AirBnB 민박집주인한테 선물로 줬다 ㅋㅋㅋㅋㅋ
어차피 먹지도 않고 선물할 거였으면 이것저것 신기하게 생긴 것들 사서 줄걸.. ㅠㅠㅠ
난 도넛 샵을 나와서 몇 군데 더 돌아다니고 근처에 유명한 수제 햄버거 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에 다운타운을 벗어났다
포틀랜드는 캘리포니아에서 알래스카로 가는 경유지여서 따로 티켓을 살 필요도 짐을 찾을 필요도 없어 편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
저녁 6시까지는 다시 공항으로 가야 해서 다운타운에서 멀리 떠나지 못했는데 마침 다운타운에서 차로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폭포가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서둘러 향했다
멀트노마 폭포는 서부 지역에서 가장 높고 (189미터) 미국에서 2번째로 높은 폭포이다
이곳은 고속도로 한가운데 위치해서 그런지 다른 유명한 곳과 다르게 주차비나 입장료가 따로 없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고속도로 밑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금방 폭포 앞에 도착할 수 있다
폭포 주변은 공원같이 되어있고 폭포 꼭대기 전망대까지 오솔길로 잘 이어져 있어 어렵지 않게 폭포 위까지 걸어갈 수 있다
내가 도착 한때는 좀 추울 때라 그런지 정상까지 가는 길은 막혀있었지만 다행히 폭포 중간에 위치한 '벤슨 브리지'까지는 갈 수 있었다
멀트노마 폭포는 전에 가봤던 테네시주 채터누가 동굴에 위치한 '루비 폭포'와는 다른 느낌에 웅장함이 있었다
여기서 한참 동안 폭포 기운으로 에너지 충전한 후에 폭포 밑에 위치한 기념품점에서 기념품 몇 개 사고 바로 공항으로 돌아갔다
반나절, 아주 잠깐 경험한 포틀랜드지만 이곳은 'Keep Portland Wierd' 란 슬로건이 아주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개방적인 생각과 '힙' 하고 자유로움을 여유 있게 즐기는 사람들과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펼쳐지는 자연에 아름다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고 날씨는 조금 우울 하지만 구석구석 과하지 않은 화려함이 포틀랜드라는 도시를 더 사랑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곧 도착하는 알래스카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는 포틀랜드에 대한 아쉬움이 이렇게 클지는 생각도 못했다
멀지 않은 시간 안에 포틀랜드에 음식과 와인, 자연을 주제로 여행을 계획해 봐야겠다
자!! 이제 곧 알래스카다
벌써부터 심장이 이렇게 두근거리는데 도착하면 어떤 느낌일까
피부로 직접 겪는 화씨 영하에 날씨는 어떤 느낌일까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수만 가지 질문들을 설렘으로 간직한 채 4시간이면 알래스카 앵커리지 도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