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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ny 동명 Sin Jan 25. 2020

2019 애리조나, 유타 3대 캐년 마라톤

2019 Grand Circle Trailfest - Day 4 - 1

10.1.19 - Salt Lake City, UT - Kanab, UT

10.2.19 - Bryce Canyon, UT

10.3.19 - Zion Canyon, UT

10.4.19 - Horseshoe bend trail, AZ

10.5.19 - Kanab, UT - Salt Lake City, UT


셋째 날 홀슈 밴드 레이스


드디어 결전에 날이 밝았다

3일간에 레이스를 마무리 짓는 날이기도 하고, 내가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 곳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홀슈 밴드는 내 버켓 리스트에 있는 장소로 애리조나와 유타가 만나는 지역, Glen Canyon에 위치한 말발굽 모양에 협곡이다

협곡 아래로 콜로라도 강이 지나가고 아주 오랫동안 강물에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곳인데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최고에 인증샷 장소로 꼽힌다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더 설명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지난밤 역시 밤새 부는 바람과 추운 날씨에 자고 깨기를 반복했지만 역시 피곤에는 약이 없는 듯 3일 통틀어 제일 오래 잔 것 같다

전날 3시간 정도 잤는데 오늘은 못해도 7시간은 잔 것 같다 ㅎㅎ

잠은 많이 잤어도 몸은 천근만근 안 쑤시는 곳이 없었고 목감기는 심해질 대로 심해져 이제는 아예 소리조차 나오질 않는다 그리고 이상하게 자꾸 귀에 물이 찬 느낌이 아주 불쾌하다

내 침대가 너무나 그리운 아침이다


어쨌든 오늘이 새벽 별 빛 마사지받으면서 축복받은 레이스에 참가하는 마지막 날이다

모든 불편함도 감사하며 오늘 아침은 미국 컵라면에 샌드위치, 커피 든든히 챙겨 먹고 부랴부랴 애리조나 글랜 캐년으로 출발했다

조금 쌀쌀하고 바람이 강하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날씨였고 코스 자체도 완만해서 아주 좋았다

다만 발목까지 푹푹 꺼지는 모래 위에서 뛰자니 속력도 나오질 않았고 시작부터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레이스 시작한 지 불과 10분여 만에 내 버켓 리스트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던 홀스슈 밴드가 눈앞에 펼쳐지면서 '아.. 오늘도 레이스는 글렀구나.. 에라 모르겠다 사진이나 찍자~~ ㅋㅋㅋ' 하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진 찍기 시작했다

인생 샷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최대한 많이, 많은 각도로 사진을 찍고 싶어서 레이스보단 사진 찍는데 한참에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마음이 다급해진 난 서둘러 전속력으로 레이스에 집중했다

8마일을 달리는 동안 살을 태워버릴 듯한 햇빛과 모래, 나무 한그루 없는 사막 한가운데서 달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렇게 8마일 워터 스테이션을 지나고 이곳 레이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Lake Powell 나바호 인디언 지역에 도착했다

이곳은 인디언 보호 지역이기 때문에 사진 촬영이 금지되고 아무나,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만 이번 레이스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코스여서 어렵지 않게 사진을 찍고 충분히 둘러볼 수 있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곳 이름이 waterhole canyon 물구덩이란 이름답게 지금은 완전히 말라있지만 오래전에 지나다닌 강물로 인해 생긴 아름다운 돌 모양과 색, 모든 게 너무 신비로운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엔텔로프 캐년 하고 비슷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협곡 위로 비추는 햇빛 조명에 수시로 바뀌는 협곡 안 색은 영롱하고 신비로웠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 버켓 리스트로 엔텔로프 캐년을 꼽는데 왜 그런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렇게 한참 캐년 안에 캐년을 걷다가 나와 마지막 2마일 모래 구덩이 코스에서 난 남아있는 내 모든 에너지를 레이스에 쏟아부었다

이미 많은 선수들이 지쳐 걷고 있었지만 난 이 레이스를 후회 없이 마치고 싶어 전속력으로 열심히 뛰었다

주변에 많은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파이팅하는 나에게 많은 박수와 응원을 해줬다


그렇게 길고도 짧은 3일간에 어메이징 한 레이스는 끝이 났다

더워 죽을 것 같았고, 햇빛에 타서 날아갈 것 같았고, 발목부터 허리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지만 끝이 났다는 섭섭함과 후련함에 마음이 복잡 미묘했다

난 레이스에 참가한 모든 선수가 피니쉬 라인을 통과할 때까지 남아 응원하고 그렇게 마지막 날 레이스를 즐겼다

몸 컨디션이 엉망이지만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까 글렌 캐년 근처를 더 돌아다니고 유명한 맛집도 좀 찾아다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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