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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ny 동명 Sin Feb 10. 2020

2020 알래스카 로드 트립

1/5/2020 - 1/14/2020 알래스카 로드 트립 이야기에 시작

"I've decided I'm going to live this life for some time to come

The freedom and simple beauty is just too good to pass up" 

- INTO THE WILD 책중에서


이번 알래스카 여행 이야기는 어떤 책 한 권에서 시작했다

때는 2009년쯤..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 든 책 한 권, 지금 생각해보니 이 책은 내가 골랐다기 보단 그냥 운명처럼 나에게 찾아온 것 같다

당시 좋아했던 친구가 대학원 시험 준비 중이었는데 그날 마침 서점에서 데이트를 하게 되었고 그 친구가 공부할 동안 난 주문한 커피와 함께 시간을 때울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전화기로 SNS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 뭔가 없어 보일 것 같았고, 잡지보단 책을 읽는 게 낫겠다 싶어 한참 동안 서점을 둘러봤다

소설이나 자기 개발서 보단 여행 쪽 책을 읽는 게 대충 시간 때우기 좋겠다 싶어 이런저런 책을 뒤적거리던 중 두껍지 않고 뭔가 정감 있어 보이는 표지에 제목이 강렬한 한 책을 집어 들게 됐다

다들 그렇진 않겠지만 난 책에 그림이나 사진이 좀 들어가야 정이 가는데 대충 훑어보니 몇몇 사진과 어떤 보물섬을 표시해 놓은 것 같은 지도, 그곳에 표시된 이동 루트 등이 흥미 있어 그 책을 고르게 되었다

자리를 잡고 읽다 보니 책에 내용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특별했고, 평소 써본 적도 없던 난해한 단어들과 표현들 때문에 책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스토리 자체가 워낙 다이내믹하게 흘러가서 나는 앉은자리에서 커피를 다 마시고 앞에 앉아있던 친구가 공부가 다 끝날 때까지 시간 가는 것도 잊은 채 아주 오랜만에 책에 집중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똑똑하고 좋은 집안에 앞길이 창창했던 20살 초반에 백인 청년

자신감 넘치고, 오만하며, 고집이 세고, 자기 세계가 뚜렷한 반면에 진지하고, 마음 따뜻했던 크리스토퍼 맥캔들레스

그는 대학 시절 자아성찰적인 질문이 가득했고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편견과 의미 없는 가식을 증오한다

크리스토퍼는 대학 졸업식 후 어느 날 갑자기 연락도 없이 스스로 이 사회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자신에 이름과 신분증, 돈, 가족, 모든 걸 버리고 자유를 찾아 오래된 차와 간단한 옷가지만 챙긴 채 알래스카로 모험적인 여행을 떠난다.

알래스카로 가는 도중 차가 물에 떠내려 가자 수중에 남아 있던 얼마 안 되는 돈도 다 태워버리고 도보로 여행을 이어간다

그러다 돈이 필요할 때면 근처 농장에서 허드레 일을 하면서 여행비를 충당했고 거리에서 만난 여러 인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결국 알래스카에 도착한다

크리스토퍼 아니 자기 이름을 '알렉산더 슈퍼트램프'로 불리길 원했으니 이후로는 알렉산더라고 불러야겠다.  이 책은 훗날 알렉산더가 알래스카에서 생활중에 아무도 모르게 쓸쓸히 죽고, 그가 여행 동안 쓴 일기와 거리에서 만난 인연들에게 쓴 편지, 인터뷰 등을 토대로 쓰이게 되었다


어렵고 난해함 속에서도 심플하고 확실한 그의 신념과 고집, 그리고 세상에 대한 그만의 편견과 외침.. 주옥같지만 거칠고 직설적인 글 표현 그리고 그 모든 걸 실행으로 옮기는 용기와 자신감은 늘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그렇게 무모하면서도 용감하고 똑똑했지만 자만했던 알렉산더는 자기가 동경한 자연에서 자신만에 편견과 오만함으로 그에게 자유를 선물한 알래스카 드넬리 산 한가운데서 그 짧은 삶을 마감한다

그의 짧지만 뜨거웠던 어드벤처 이야기는 어떤 사람들에겐 한없이 하찮고, 개념 없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매일 반복되는 이민 생활과 일,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2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던 나에게 여행과 어드벤처, 그리고 인생에 새로운 에너지를 선물해 주었다

그래서 난 지난 10여 년 동안 알렉산더의 그 오만함과 편견, 허망하게 끝나버린 그에 인생, 그리고 그가 인생 마지막 순간을 보낸 버려진 버스, 이런 것들마저 동경해왔고 매년 휴가 때마다 알래스카 여행을 꿈꿨다

그러나 매년 짧은 휴가 일정도 그랬고, 막상 기회가 생기더라도 알래스카 여행 계획을 잡을 때면 '알래스카'라는 장소가 주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두려움에 알래스카로 떠나는 걸 주저하게 되었다

알래스카 여행은 두려웠지만 그래도 기회가 생길 때마다 더 많은 곳을 여행했고 그러면서 많은 경험과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 알래스카 여행을 꿈꿨을 때부터 꼭 겨울 알래스카를 보고 싶었는데 이번 알래스카 여행은 마침 운영하던 가게를 정리하면서 시간적인 여유도 생겼고, 나를 돌아보고, 재정비해야 할 시간이 절실했던 나에게 절호에 기회였다

난 2주에 걸쳐 그동안 쌓은 내 모든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알래스카 여행 일지와 알래스카 주 여행 가이드북을 읽으면서 이 여행을 준비했고, 워낙 오랫동안 꿈꿨던 여행이다 보니 욕심을 좀 많이 부려 빡빡한 로드 트립으로 여행 컨셉을 잡았다

알래스카 여행 루트

어차피 제일 추운 시즌이라 알래스카를 여행하는 사람은 극소수여서 모든 여행사나 크루즈 등은 모두 닫은 상태였고 원래부터 내 여행관에 편한 여행은 옵션에 없다


여행 루트는 지도를 토대로 가고 싶은 곳과 보고 싶은 곳을 도시별로 정했고, 운전 거리와 짧은 낮시간(4~5시간 정도)을 계산해서 Airbnb와 산장, 모텔로 숙소를 정했다  

숙소가 정해진 후에는 수시로 현지 Airbnb 주인과 연락하고, 알래스카 주 여행청 웹사이트를 보면서 현지 날씨와 도로 사정, 지도를 숙지했다

난 이번 알래스카 여행 동안 오로라를 꼭 보고 싶고 알랙산더가 죽은 드넬리 산에 가고 싶다

그리고 그가 알래스카에 도착해서 정착하고 죽는 순간까지 지냈던 '매직버스'를 꼭 가고 싶다

알렉산더가 알래스카에서 지낸 버려진 버스 'Magic Bus'

여행과 모험을 좋아하고 'Into The Wild'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매직버스'는 성지 같은 곳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인터넷엔 '매직버스'에 가서 알랙산더가 남긴 사진과 같은 포즈로 인증샷을 찍어서 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번 여행 동안 내 모든 바람과 계획이 다 이루어 질진 모르겠지만 난 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 전 과는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준 한 사람에 대한 존경에 보답으로 준비 내내 설레었다


동부에서 알래스카로 가는 비행기 루트는 논스톱 비행 편이 없어서 캘리포니아나 포틀랜드 아니면 시애틀을 경유해야만 한다

그래서 기왕 경유를 하는 거면 이번 기회에 더 많은 곳을 가봐야겠다 싶어 하루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따뜻한 햇빛과 바닷바람 쐬고 하루는 포틀랜드에서 커피와 맥주 마시고 남은 하루는 시애틀에서 잠 못 들 계획으로 나에 알래스카 여행 경로를 결정했다


1/5/2020 - 1/14/2020

Baltimore - Los Angeles - Portland - Anchorage - Coppers Landing - Homer  - Seward - Whittier - Copperville - Valdez -  Glennallen - Fairbanks - Denali National Park - Magic Bus - Seattle - Baltimore


이제 떠나기 전에 겁나 춥다고 소문난 알래스카 겨울에 견딜만한 짐을 싸고, 오로라 사진 잘 찍는 방법 공부하고, 동네별 맛집, 하고 싶고, 보고 싶은 것들 플랜으로 잘 짜 봐야겠다

이 너저분한 짐을 잘 정리해서 싸는 것도 여행 실력


랩탑과 책, 메모지, 지도, 비상금 이 정도면 준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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