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출근길, 지친 사람들의 표정, 마스크의 답답함
코로나 시대에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터로 향한다. 그 속에 나도 있다. 지하철 조명은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밝지만 출퇴근 지하철 분위기는 어둡다. 코로나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봤을 때 사람들의 지친 표정 안에는 회사를 가서 맡은 일을 해야 한다는 피로감, 압박감, 부담감이 느껴졌다. 내가 회사 일로 그런 감정들을 느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다. 신입사원 때는 회사 일을 열심히 해내서 대표님에게 인정을 받으면 뿌듯하고 회사 다닐 맛이 났다. 그때의 나는 입사 1년 반 만에 팀장직을 맡았다. 감투의 효과인지 몰라도 제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다. 이러한 모습들이 회사에서 미덕이라고 생각했고 하는 일도 확실히 많았다.
쓴소리 못하던 당시 착한 여자 친구가 일 좀 그만하라고 언성을 높일 정도로 일에 미쳐있었다. 그때 당시 나는 신념을 그렇게 만들었고 믿고 있었다. 이 생각이 무너졌을 때는 한순간이었다.
핸드폰 통화기록을 보니 회사 사람들, 거래처 사람들, 일에 관련된 사람들 외에는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아했던 취미생활들이 없어져 있었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이따금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아 핸드폰으로 검색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나의 뇌가 회사 일에만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비슷한 상황들이 한순간에 나의 정신과 내가 만든 신념을 무너뜨렸다. 마치 바깥쪽으로 벽을 쌓았는데 벽 안쪽으로는 텅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무엇을 지키기 위해 벽을 쌓았는가?" 이 물음에 답이 없었다.
이 순간 이후로 다시 나를 찾아가는 노력을 했다. 내가 예전에 좋아했던 운동, 전시, 영화 등 나를 채워주는 것들로 벽 안쪽을 채워갔다. 자연스레 재미를 붙였고 취미 활동에 빠져들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다시 알아갔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있는지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좋아했던 취미 활동들이 토대가 되어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한국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길가다가 문득 스토리가 생각났었다. 아이디어를 생각날 때마다 메모해놓았는데 영화를 보다가 문득 시놉시스와 같은 글을 한번 써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도 영화 때문에 흥미가 생겨 쓰고 있다. 이런 활동은 나에게 새로운 영역을 눈뜨게 해 주었고 나의 직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디자인을 할 때 영감을 주었다.
그래서 과거의 나처럼 너무 회사 일에만 매진 안 했으면 좋겠다. 당신은 당신 자체로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살 수 있다. 회사 일을 대충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회사 일은 책임지고 잘 해내면 당당할 수 있다. 이때의 당당함은 나에게 큰 힘이 된다. 일을 잘 처리하면 오롯이 퇴근 후의 시간은 내 것이 된다. 일처리 후 직장상사를 안심시키면 연락 올 일도 없지 않은가. 그럼 그 시간 동안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나를 잃지 않고 채워가면 이게 다시 원동력이 되어 회사 일도 잘 해낼 수 있는 것 같다.
직장인 분들 자신을 잃지 말고 자신을 채워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