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실무에서 경험했던 과정
필자는 2곳의 회사 다니며 총 5년 3개월 동안 공간 디자인 일을 했다. 전체 기간 중 4년 정도는 어린 나이에 운이 좋게 프로젝트 PM 위치에서 업무를 진행했다. 직접 필자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들을 공유하고자 글을 쓴다. 첫 챕터에서는 공간 프로젝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체적으로 훑어보고 이후 다음 챕터부터는 한 단계씩 자세하게 알아보려고 한다.
이 글은 예비 인테리어, 전시, 공간 디자이너가 되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실무를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집필할 것이다. 과거 필자도 취준생이었기에 실무를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은 열망을 잘 알고 있다.
전체 프로젝트 과정을 설명하기 앞서 어느 정도 기준을 잡고 가야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설명할 프로젝트의 기준은 특정 브랜드를 광고주로 하는 전시디자인(비상설)을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전체 프로젝트 과정]
1. 오리엔테이션(OT) - 2. 입찰(비딩) - 3. 킥오프 미팅 - 4. 디자인 실무 작업 - 5. 견적서 작업 - 6. 계약서 작성 - 7. 실시설계 - 8. 발주 - 9. 검수 - 10. 현장시공 - 11. 철거/원복 - 12. 정산서 작업
상위 과정은 필자가 주로 경험했던 순서였다. 모든 프로젝트가 상위 과정에 딱딱 맞춰져 진행된 적은 없었다. 위 과정의 순서가 바뀌거나 몇 가지 과정이 생략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순서로 일이 진행된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위의 순서에서 축약된 단어들로만 구성되어 있어 이해가 힘들 것이다. 1 ~ 11 단계별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자.
1단계. 오리엔테이션(OT)
말 그대로 신입생 OT처럼 프로젝트에 대해 가이드를 받는다. 정부를 상대로 하는 G2B(government to Business) 또는 사기업 브랜드 비딩 건으로 프로젝트에 대한 안내문(제안요청서, RFP)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는 그들이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예산은 얼마인지, 현장은 어디인지 등 프로젝트에 필요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2단계. 입찰(비딩)
1단계에서 OT를 통해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이에 충족하는 제안서를 작성하여 입찰에 참여한다. 이 단계에서 4단계. 디자인 실무 작업이 들어간다. 제안서를 작성하려면 기획, 디자인, 시공, 운영, 사후관리 등 프로젝트의 내용들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어떤 브랜드를 위한 무대 공간 프로젝트라면 무대디자인을 시각화(2D/3D Rendering)해서 보여줘야 한다. 이 부분은 4단계에서 더 자세하게 논의하도록 하자.
결론적으로 제안서를 제출하고 입찰에서 1등을 하게 되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아쉽게도 2등부터는 의미가 없다. (G2B의 경우 1등 수주업체가 포기를 하면 이어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럴 경우는 드물다.)
3단계. 킥오프 미팅
프로젝트를 수주한 업체는 클라이언트와 만나 첫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 이것이 '킥오프 미팅'이다. 이 미팅에서는 오리엔테이션 당시 제안요청서, RFP에 요구사항을 더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대부분은 처음 받은 제안요청서에 기재된 요구사항과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프로젝트의 가예산을 공유해준다. 예산에 따라서 디자인, 마감재, 일정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꼭 파악을 해야 한다. 추가로 킥오프 미팅을 시공이 될 현장에서 하는 경우도 많다. 직접 현장을 보고 실측을 해야 어떤 공간 디자인이 나올까 미리 생각해볼 수 있고 나중에 현장을 또 안 와봐도 되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다시 정리하면 킥오프 미팅 때는 클라이언트의 구체적인 요구사항, 프로젝트의 가예산, 현장 실측이 중요하다.
4단계. 디자인 실무 작업
디자인 실무 작업을 하기 이전에 미팅 때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면밀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방향성을 도출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결론적으로 만족도도 올라갈 확률이 크다.
디자인 실무 작업 안에서 순서가 세부적으로 나뉜다.
클라이언트 니즈 파악 - 자료조사(리서치) - 아이디어 발산 - 아이디어 수렴 - 기획 방향 설정 - 콘셉트 도출 -
아이디어 스케치 - 2D Code - 2D CAD 설계 - 3D 시각화
이렇게 10단계 정도로 나뉘어 진행한다. 이 순서들 또한 서로 바뀌는 경우도 있고 마감일이 급한 경우는 몇 단계를 생략하고 급한 대로 시각화 작업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부분의 프로젝트 결과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단계별로 진행해야 제일 효율적이고 만족도가 높은 디자인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각 단계별 세부내용은 향후에 다뤄보고 보통은 상기에 제시된 순서대로 디자인 실무 작업이 진행된다는 것만 일단 알아주면 좋을 것 같다.
5단계. 견적서 작업
디자인 실무 작업이 정리가 되면 견적을 담당한 직원은 최종적으로 나온 2D 도면과 3D 렌더링 기준으로 시공일정 체크, 자재 물량산출, 마감재 체크, 제작/시공 협력업체에 견적 의뢰 후 견적 취합을 하여 견적서를 만든다. 이 시점에서 제작/시공 협력업체들에게 프로젝트 시공일정, 철거 일정을 공유해서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견적서 작업을 할 시에는 디자인팀과 긴밀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디자인이 수정되었는데 이를 서로 공유하지 않으면 나중에 발주할 때 큰 로스가 생길 수가 있다. 디자인 수정 - 견적서 항목 항상 같이 생각해야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항상 이 부분을 신경 쓰면서 견적서 작업을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최종적으로 나온 디자인 세부사항과 견적서 항목이 일치하는지 필히 확인을 해야 한다.
6단계. 계약서 작성
전체 과정 중에 제일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최종 견적서를 클라이언트에게 보내주고 최종 컨펌이 되면 그 견적서를 토대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보통은 정부에서 만든 [공사표준계약서]를 바탕으로 작성한다. 여러 항목이 있는데 여기서 갑과 을이 서로 협의 하에 추가 항목을 넣어도 된다. 2020년 코로나가 심각했을 때, 이를 천재지변으로 간주하고 마지막 항목에 정부의 코로나 지침에 따라 행사 취소 시, 프로젝트 진행된 것까지 정산받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또한 계약서에 명기된 선금, 중도금, 잔금이 있는데 선금이 들어오면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보통은 그렇지만 이 또한 클라이언트와 어떻게 협의했는지에 따라 다르다. 아무래도 선금을 받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게 안정적이니 이를 잘 염두하고 진행해야 한다.
7단계. 실시 설계
4, 5단계에서 도출된 최종 디자인과 견적을 바탕으로 실시 설계도면을 작업한다. 실시설계 전에 클라이언트와 디자인에 관한 내용을 완벽히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 전제조건을 충족한다면 실시설계 도면 작업을 시작해도 된다. 실시설계는 4단계. 디자인 실무에서 언급한 2D CAD 설계 작업과는 차이가 있다. 이 단계에서 작업된 도면을 바탕으로 더 구체화하여 실제로 제작할 수 있는 도면을 만드는 것이 실시설계 도면이다. 이는 도면을 보고 실제 제작하는 작업자를 위한 도면이므로 간결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면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실시설계 도면을 시공 협력업체 작업자 분과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 실시설계 도면을 공유해서 보완점을 피드백받아서 실제로 작업자가 제작할 수 있도록 정리한다.
8단계. 발주
최종적으로 실시설계 도면이 완성되면 발주를 하면 되는데 발주 이전에 각 시공 협력업체와 일정을 체크해야 한다. 언제 발주를 해야 마감기한에 맞춰 제작물이 나올 수 있는지 꼭 일정을 체크해야 한다. 발주 일정을 클라이언트에게도 공유해서 더 이상의 디자인 수정은 안된다는 점을 인지 시키고 발주 도면은 항상 클라이언트 담당자와 같이 확인을 해야 한다. 제작물 형태, 크기, 수량, 마감재, 시공위치 등을 세부적으로 확인한다. 최종 확인 후 각 제작 업체들에게 발주를 넣는다.
9단계. 검수
발주 도면을 시공 제작 업체들에게 넘겼으면 끝이 아니다. 꼭 제작하고 있는 현장에 가서 확인을 해야 한다. 제작되고 있는 상황을 중간 점검을 해서 이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각 제작 업체 공장 방문 일정을 잡아서 진행상황을 점검한다. 발주 단계에서 말한 제작물 형태, 크기, 수량, 마감재, 시공위치 등을 발주 도면 그대로 제작되고 있는지 체크한다. 또한 프로젝트 시공/설치 일정, 철거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10단계. 현장시공
이 단계에서는 현장을 정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가야 한다. 그만큼 각오를 해야 한다. 현장소장을 맡은 직원은 최종 디자인, 최종 실시설계 도면, 그 외 특이사항 등을 충분히 숙지하고 프로젝트 관련 자료를 준비해서 현장을 가야만 한다. 현장에서 내용도 모르고 우왕좌왕하면 모든 사람이 힘들어진다. 현장 안전 관련 사항들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현장 공간 크기는 도면과 일치하는지, 설계한 도면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제작물의 위치가 맞는지, 현장에서 돌발상황은 없는지 등 체크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자세한 것은 추후 다루기로 하고 이 단계에서 중요한 점은 현장소장이 주체적으로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시공 협력업체 작업자 분들에게 확실하고 명확한 가이드를 줄 수 있어야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11단계. 철거/원복
철거 단계에서도 위 단계와 마찬가지로 프로젝트 내용을 알고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나마 시공 단계보다는 신경 쓸 것이 많지는 않지만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철거 시에 사고가 날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안전 관련 용품을 잘 착용하고 안전수칙을 준수하면서 작업하는지 봐야 한다. 그리고 전시 프로젝트의 경우 보통 현장 건축물을 건들지 않고 자체 제작물을 설치하고 철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시공간에서는 건축 벽에 직접 시공하지 않고 목공 벽을 따로 만들어 건축 벽 앞에 세우는 방식이 많이 쓰인다. 하지만 기존 건축물을 건드는 경우에는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건축 벽이 백색 페인트칠이었는데 여기를 디자인 콘셉트 때문에 노란색으로 칠한 경우 다시 백색으로 칠해줘야 한다. 이 부분은 꼭 건축 시설물 담당자와도 사전에 협의가 되어야 한다.
12단계. 정산서 작업
드디어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이다. 철거까지 끝난 프로젝트의 최종 예산을 정리해서 회사에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체크해보는 단계이다. 전체 프로젝트 예산을 적고 사전에 각 시공 협력업체에서 견적서를 받아 지출한 항목, 프로젝트에 필요한 물품 구매 항목, 현장에서 기존 계획과 다르게 시공하여 발생한 추가 지출 항목, 현장에서 소비한 항목(식대, 주유비, 주차비, 잡철물 등)을 합산해 최종적으로 얼마가 남았는지 작성한다. 이 내용을 포함한 견적서도 수정하여 클라이언트 쪽에 공유하고 최종 컨펌을 받아 최종 정산을 하면 프로젝트가 마무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