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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Mar 17. 2023

베를린에서 하루를

어느 여름날 베를린에서 좋아했던 곳

2017년 7월 베를린에 여행을 가서 일주일간 머물렀던 적이 있다.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독일에서 슈투트가르트를 가장 사랑하지만 베를린은 슈투트가르트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멋진 도시다.


에어비앤비가 있던 동네의 지하철역


독일에 살 때 독일어 수업을 같이 들었던 미국인이 자기는 베를린에서 6개월을 지냈는데 역사, 정치, 예술을 좋아한다면 베를린에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 사람이 ”If you love history, politics and art, Berlin is the place to be. I came here because I like none of them”이라는 말을 하며 순식간에 슈투트가르트를 ‘노잼도시’로 만들어 버리긴 했지만 슈투트가르트를 사랑하는 나조차도 인정할 만큼 베를린은 독일에서 역사, 정치, 예술적 자원을 가장 풍부하게 가진 곳이다.


KDW Berlin

베를린의 백화점 KDW는 카우프하우스 데스 베스텐스(Kaufhaus des Westens)를 줄여 부르는 이름으로, 카데베라고 읽는다. 서방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을 베를린에 만들겠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라는데, 그 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유럽에 라파예트 파리 등 더 큰 백화점이 생겨 버렸다. 내가 갔던 날은 모든 상품을 50%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는 여름 세일 기간인데다 아무리 뮌헨과 함부르크가 돈이 많다지만 역시 수도를 이길 수는 없는지 내가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에도 다른 곳보다 더 많은 상품이 있어서 넋을 놓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백화점 앞뜰에는 세계 곰 전시회가 있어 세계 각국의 색과 그림으로 옷을 입은 곰들이 늘어서 있었다.


Kaufhaus des Westens


소니센터

포츠담 광장의 소니 센터에는 독일 영화사의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규모의 영화 박물관과 독일에서는 매우 드물게도 독일어 더빙 없이 자막으로 원어 영화를 상영하는 소니 영화관이 있다. 영화관은 2019년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최근 사진을 보니 여전히 영업 중인 모양이다. 전설적인 독일 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가 생전에 남긴 모든 자료가 이 박물관에 기증되었다는 것을 얼마전에 읽고서야 마를레네 디트리히에 대해 다룬 특별 전시실까지 있었던 것이 이해되었다. 독일 고전 영화를 좋아한다면 정말 볼 것이 많은 곳이지만 이곳에는 영어로 된 오디오가이드도 없고 박물관 내 설명도 친절한 편이 아니라 독일어를 잘 하는 상태에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Screening in English!!!

내가 살던 슈투트가르트에는 웬만한 영미권 영화는 독일어로 더빙해서 상영했는데 매주 다른 프랑스 영화 하나를 프랑스 원어로 상영해서 영화가 보고 싶을 때면 프랑스 영화를 보러 가거나 아예 프랑스에 가서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더빙된 영화를 봤다. 하지만 프랑스어 더빙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뿐, 배우의 입모양과 귀에 들리는 소리가 달라 영화에 몰입이 잘 되지 않아 아쉬웠다. 그래서 영미권 영화를 더빙 대신 원어인 영어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반가웠지만 베를린은 정말이지 큰 도시인데 볼거리가 도시 전체에 흩어져 있어 도무지 영화를 볼 시간을 내지 못할 만큼 바빴다. 여하튼 이 영화관은 베를린 시민들의 만남의 광장으로 기능한다고 한다.


Sony-Center


두스만 서점

나는 독서광답게 어떤 곳을 여행할 때 서점 위치부터 알아두는데, 이 서점은 유럽 내 어느 서점과 비교해도 내 마음 속 최고로 남아 있다. 우선 자정까지 영업하는 독보적인 영업시간에서 다른 곳과 비교가 불가능하고 독일어 책도 엄청나게 많지만 영어와 프랑스어 책 코너가 정말 커서 그간 읽고 싶었지만 온라인이 아닌 실제 서점이나 도서관에 없어서 못 읽었던 모든 영어 책이 여기 다 있었다. 그리고 그날따라 모든 영어 서적을 30% 할인가로 판매했다! 며칠전에 서울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네 시간을 녹여버린 것에서 알 수 있듯 여기도 매일 가서 책을 읽다 왔는데 정말 좋았다. 지금 구글맵을 보니 소니 센터에도 지점이 생겨 있다!


Dussmann das KulturKaufhaus


리터슈포트 쇼코벨트

독일의 자존심 리터슈포트 초콜릿 체험관이 베를린에 있는데 리터슈포트에서 나오는 모든 맛의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는 데다 커스텀 초콜릿을 눈앞에서 만들어줘서 온갖 토핑을 넣어 세 가지 사이즈의 원하는 맛 초콜릿을 손에 쥘 수 있다. 당연히도 전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지만 리터슈포트 초콜릿을 좋아한다면 꼭 가볼 만 하다.


Ritter Sport Colorful Chocolate World Berlin




독일인들은 가장 독일다운 도시, 외국인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도시로 뮌헨을 꼽고 같은 지표에서 뮌헨의 정반대에 있는 도시로 꼽히는 곳이 바로 베를린이다. 하지만 베를린은 외국인인 나에게는 바로 그런 이유로 독일의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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