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로이 Mar 21. 2023

폴란드의 예술가 스타니스와프 비스피안스키 전시회

크라쿠프가 자랑하는 예술가의 생애를 되돌아보기

스타니스와프 비스피안스키(Stanisław Wyspiański, 1869-1907)는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일생을 보낸 예술가이다. 그는 당대 극작가, 연출가, 시인, 실내 장식가로 활동했고 동시에 폴란드 아르누보 예술사에서 가장 잘 알려진 화가이다.


작은 헬렌과 꽃병, 1902, 종이에 파스텔

2019년 초 우연히 이 그림을 트위터 어딘가에서 보고 이 그림 한 점을 실제로 보기 위해 폴란드 크라쿠프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에서 폴란드에 가는 것보다 비행기표 가격이 훨씬 싸고 가기도 수월했지만 상대적으로 좋아했던 여행지인 빈이나 밀라노행 티켓보다 다섯 배나 비쌌으므로 나름대로는 큰 결심이었다.

크라쿠프 국립 미술관에서는 크라쿠프 출신 예술가이자 극작가였던 스타니스와프 비스피안스키의 전시회가 열렸는데, 화가의 딸을 그린 이 그림을 표제작으로 내세웠다. 독일에서 지내면서 수많은 미술품을 볼 기회가 있었지만 이 그림의 색감이나 표현방식이 그 어느 것과도 닮지 않아서 이 그림에 끌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화가가 자신의 딸을 그린 애정어린 시선이 와닿아서 이 그림을 꼭 실제로 보고 싶었다.


파노라마로는 윗부분이 잘려서 전부 담을 수 없었다
추락한 천사 연작, 1895, 크라쿠프 프란시스코 성당 내부 장식

전시회장의 입구에 들어서니 거대한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들이 나를 맞이했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그림이 주를 이뤘지만 정중앙에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천사를 그린 그림이 있어 몽환적인 느낌을 받았다.


요지아 펠트만의 초상, 1905, 카드보드에 파스텔

이 그림은 실제 인물인 요지아를 그린 것이지만 아이들의 그림을 즐겨 그려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도 많이 남아 있다.


젊은 여인의 초상, 1894, 종이에 파스텔

누구를 그린 것인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화가의 지인 중 한 명인 헬레나 리들루브나를 그린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파리의 생테티엔 성당, 1892, 목재 위 유화

이 그림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표현한 방식이 신기했다. 똑같이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그린 샤갈의 그림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모양이 단순화되긴 했어도 빛뭉치로 표현하지는 않는데 여기에서는 과감하게 스테인드글라스의 디테일을 생략한 대신 성당의 내부 묘사에 좀 더 중점을 둔 느낌이다.

센 강의 바지선, 1892, 목재 위 유화

언뜻 보기에는 어두운 분위기이지만 뒷편에 붉게 타오르며 건물 뒤로 사라지는 태양과 그 빛으로 물든 하늘의 묘사가 좋았다. 게다가 저무는 햇빛이 비치는 부분의 강물도 주황빛으로 묘사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비스피안스키의 어린 딸을 그린 그림 외에는 큰 기대가 없었던 전시회였지만 그가 평생을 크라쿠프에 살며 모든 작품 활동을 이곳에서 한 만큼 크라쿠프 시 정부와 국립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500여점의 작품을 전시한 대규모 전시회라 볼거리가 많았다. 이 전시회에는 작가가 생전에 그렸던 수많은 작품들과 설계에 참여했던 건축물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전부 하나같이 훌륭해서 새로운 예술가를 알게 되는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특히 전시회에 입장하자마자 보게 되었던 벽은 층고가 높은데다 넓기까지 한 벽 한 칸을 통째로 저렇게 꾸며둬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중앙에 있는 천사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아 화가의 어린 딸을 그린 그림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도 잊고 한동안 그 앞에 서 있었다.


전시회에 대한 짧은 홍보 영상



스타니스와프 비스피안스키의 자화상, 1903, 종이에 파스텔

비스피안스키는 길지 않은 생애에 걸쳐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 다수가 폴란드 크라쿠프 국립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전시회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몇 년이 걸린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포함해 여러 프로젝트에 의욕적으로 참여했는데 그의 창작에의 집념과 맡은 일을 완수하겠다는 책임감은 어마어마해서 사망 직전까지도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가 작품의 소재로 삼은 대상은 일상 속 가족과 친구들에서부터 폴란드 남부 자코파네 지역의 민담, 그리스 신화, 종교,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했다.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태어나 작품활동을 하고 사망한 예술가로서 크라쿠프 당국은 그를 높이 기려 크라쿠프 국립 미술관 소속의 비스피안스키 미술관을 설립했으며 비스피안스키 파빌리온에서는 그가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 3점을 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엔나 벨베데레에서의 에곤 쉴레 전시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