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로이 Jun 27. 2023

독일의 퀴어 퍼레이드

얼떨결에 퀴퍼를 구경하게 된 주말

그날도 언제나처럼 주말장을 구경하려고 슈투트가르트 시내로 나섰다. 독일에서는 여름 체리가 정말 맛있는데 주말장에서는 슈퍼마켓보다 알이 굵은 검은 숲 체리를 고깔에 세 주먹 정도 넣어서 4유로 남짓에 팔면서 덤으로 한 주먹을 더 주기까지 한다.


장을 다 보고 나서 시청 앞 네스프레소에 가서 새로 나온 아이스 카페라떼를 시음하며 서비스로 끼워 받은 쿠키를 오독 씹어먹는데 시청 앞에서 또 무슨 축제를 하는지 뭔가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름에는 슈투트가르트에서 주말마다 축제를 해서 그날도 그냥 많은 축제 중 하나인가보다 했는데 시청에 깃발까지 달려 있어 이 축제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 당시 나는 무지개의 의미를 몰랐고 당연히 6월이면 이런 퀴어 퍼레이드가 전세계의 도시에서 열린다는 것도 몰랐다.


뭔진 몰랐지만 일단 축제니까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네스프레소 2층 뷰 & 슈투트가르트 시청
커피를 다 마시고 축제의 정체를 알아보러 내려왔다
퀴어 퍼레이드의 시작 /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퀴어 퍼레이드가 열리면 마을 사람들이 길가에 서서 무지개 깃발을 막 흔들던데 이 사람들도 그러려고 나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평소보다 엄청나게 사람이 많았다.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

위 사진의 끝에서부터 내가 서 있던 곳까지 사람들로 가득찬 버스가 오고 길에 서 있던 사람들이 막 환호했다. 보통은 차량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인데 이 버스를 아무도 막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길래 나도 같이 손을 흔들었다.


저 버스의 정체가 궁금해서 따라가 봤더니 아까 장이 열렸던 곳에 각종 위스키와 보드카 브랜드의 부스가 있었다.


조니워커 위스키 부스
공짜로 받은 조니워커 칵테일 / 뒤에 있는 건물은 11세기에 지어진 대성당이다

소량이긴 하지만 이 정도 양이면 한 잔에 7유로 정도 할 텐데 이걸 무료로 나눠주다니 아주 놀라웠다. 지금 모든 것을 알게 된 시점에서는 이것도 브랜드 마케팅의 일환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놀랍지 않은데 그때는 이 축제가 퀴어 퍼레이드란 걸 몰랐기 때문에 모든 부스에서 이렇게 공짜 술을 나눠주는 게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술이 많았다… 정말 많았다…

술 때문인지 뭔진 모르지만 모두들 꽤나 즐거워 보였다.


내가 폰으로 사진을 찍으니 웃어 줬다!

압솔뤼 보드카는 모스크바 뮬 칵테일로나 마셔 봐서 어떤 맛인지 모르지만 아주 유명하단 건 안다! 왜냐면 좀 힙하다는 카페나 바에 가면 항상 압솔뤼 보드카 병을 인테리어 용품으로 쓰니까!


건물 하나를 지나면 이렇게나 다른 분위기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건물 뒤로는 저렇게 술이 넘치고 무지개로 가득찬 축제가 열리고 있었는데 건물 하나를 지나는 순간 완전히 다른 곳에 온 것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적인 풍경이 되는 것이 놀라웠다.



6월이 지나면 내년 6월이 되어서야 퀴어 퍼레이드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써 봤다. 나 자신은 퀴어 커뮤니티의 일원이 아니고 따라서 퍼레이드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런 하루가 있었다는 것을 소개하고 싶었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슈투트가르트 와인 축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