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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 Mar 26. 2022

드라이브 가지 않을래?




‘드라이브 가지 않을래?’하고 

그가 내게 물었다.

‘멀지 않아….

 보여주고 싶은 데가 있어.’     


우리는 하모니카 음악을 들으며, 

촘촘히 늘어선 앞차 꽁무니를 따라

도시와 멀어졌다.     


그런데 가는 도중 해가 지고 말았다.


모르는 곳도 싫은데,

어두운 모르는 곳은 더 싫었다.     

‘너무 늦었는데 

그냥 돌아가면 안 돼?’

먼 길이 싫은 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그날은 분명 초여름의 하루였다.

익히 아는 그저 그런 교외 풍경,

새로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짜증이 나려는데, 불쑥 그가

‘창문 열어 봐….’했다.

스르륵 갑자기 공기가 시원해진다 싶더니

눈앞에 그 길이 나타났다.

이름도 모를 큰 나무들이 

사이좋게 나란히 서서 길을 이루었다.     


시속 15킬로….

밤이 깨운 푸른 잎들이 호흡을 시작하자

그 신선하고 촉촉한 생명의 향기가

와르르 밀려 들어왔다.     


800미터쯤 될까?

길지 않은 그 길을

천천히 한 번,

더 천천히 두 번,

또 그렇게 세 번,

걸음 걷듯 드라이브를 즐겼다.     


'정말 시원하지?’

우리 주위로 시간이 느리게

아주 느리게 흘러갔다.     


고요한 밤길에게 

눈 부신 헤드라이트가 미안해 

그만 도시로 돌아오면서

‘꼭 다시 와야지’ 했는데

30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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