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3주년 맞이 : 사직서와 창업을 동시에 고민하는 30대에게
창업이란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은행과 숫자에 대해선 젬병에 가까웠던 수포자가 (자기 돈 계산은 기가 막히게 잘함 예외 주의) 한 달에 몇 번은 은행을 가고, 내게 맞는 금융상품을 찾고, 주식 투자를 하고, 이젠 보험까지 비교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좋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고, 내 일이고 나의 비즈니스이기에 잘해야 하고, 열심히 해내야 하는 것이다.
20대 초반은 학교를 다니며 치열하게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직간접 체험하면서 보냈다면 20대 후반은 나는 무엇을 먹고살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탐색과 내 인생은 어떻게 구성해 나가야 이 출발점에서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는지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그 방향성을 확인했다.
정말 허투루 돈을 쓰는 법을 몰라 그 흔한 보험도 이제야 겨우 어린이 보험 막차를 탔다. 한 번은 점을 빼러 퇴근하고 피부과에 갔는데 나를 인도한 피부과 안쪽의 공간에 침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그 강남 주위에서 근무하고 퇴근한 20대, 30대 여자들이 하나같이 누워서 피부관리를 받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나만 빼고 하나같이 외모에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다들 크지 않은 월급 들일 텐데 (나포함) 자기 자신에게 투자도 하고 언제 돈을 모으는지 그러면서 언제 틈틈이 해외여행을 다니고 맛있는 걸 먹고 인증하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돌이켜보면 휴가기간에 미국에서 휴가를 보낼 때 새벽 2시나 4시쯤 두세 번은 깨서 이메일들이나 카톡으로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유럽에서 휴가를 보낼 때면 밤 9시나 오전 7시쯤부터는 워킹 모드였다. 동남아로 휴가를 갈 때면 쇼핑을 하다가도 택시 타고 들어와 호텔 라운지에서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일을 했고, 잠들기 전이나 새벽부터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곳을 찾아 밀린 이메일들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나는 나 자신을 갉아먹는 것을 느꼈다. 세상이 메긴 능력에 대한 가치와 평가들이 외부/내부에서 큰 차이를 보일 때 괴리감이 커졌다. 그리고 뭘 해도 즐겁지 않은 순간에도 일에 치여 살았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게 낭비로 다가왔다. 지금도 일에 치여사는 건 맞지만 나름의 강약 조절을 하며 내 삶을 다독이고 아끼며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면 당연히 프로세스와 체계 속에서 내가 발 빠르게 실천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재미난 것들을 하는데 어떤 회사든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나 뿐만 아니라 여느 직장인이면 느끼는 위계질서 속의 답답함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고 다른 욕심 없이 온전한 내 실력을 세상에 증명하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컸다. 다시 밑바닥부터 또 모래성을 쌓아 올리려면 얼마나 더 많은 고생들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눈앞이 캄캄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그 순간에도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진심은 통한다는 것이었고, 나의 진심이 통하지 않고 곡해 해석되는 순간들에 있어서는 서로의 안녕을 바라며 나의 선택과 나의 능력에 대한 지지가 옳았음을 세상에 증명하면 되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잉의 성공보다, 내실을 다지고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재성공은 이미 내가 한번 만들어본 것이기에 나의 진심과 실력, 그리고 내공과 열정이 어우러져 있었다. 창업이라는 걸 하면서도 귀한 제안들을 많이 받았지만, 그때는 지분이 뭔지도 모르고 투자의 개념도 정확히 몰랐었다. 내가 모르니까 무턱대고 진행하지 않았고 나 혼자 처음부터 모래성이 아닌 시멘트로 만들어진 견고한 성을 쌓아서 하나씩, 두 개씩 확장해 나가자는 결심이 들었다.
나의 업무적인 능력과 새로 만들어질 회사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포인트에 대해서 반문했다. 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열과 성을 다하는 열정과 진심, 그리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미리 반발짝 세상을 들여다보는 세상 공부와 대중들의 마음을 역으로 읽는 대처와 큰 기로에 있어서의 직감이었다. 그리고 나의 가치를 높이고, 세상에 나의 능력을 보다 적나라하게 증명하고 나란 존재를 나 스스로가 제일 먼저, 제일 많이 믿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어쩌다 창업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누군가 떠민 적은 없지만 나를 둘러싼 상황과 시점이 나를 그 자리에 데려다 놓았다. 나는 아직도 대표님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어색하고 낯간지럽고 부담스럽고 싫기까지 하다. 책임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책임이라는 의미가 대표라는 뜻에 대부분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들어간 과잉 존칭과 시선들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나와 우리 회사는 함께 발전하고 있다. 새로운 미팅과 시도 그리고 경험들에 실패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레코드를 만들고 공룡들 속에서 쉽사리 해내지 못하는 도전들까지 차근히 준비하고 있다. 늘 다른 데서 하지 못한 최초가 되고 싶단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단지 탤런트분들이 진짜 하고 싶어 하던 것들을 현실화시키는 데에 있어 나는 대표라는 명칭보다 리더라는 명칭을 선호한다. 이 프로젝트의 리더고, 이 회사의 리더고, 이 탤런트들과 사업권에 대한 리더다. 그렇게 우리에게 값진 기회를 주고 늘 응원하고 믿어주는 이상적인 관계의 탤런트분들이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일할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성취하고 디벨롭하면서 한 발짝 다가가는 올바른 길잡이이자 최고의 컨설턴트이자 행동대장이 되는데 집중한다. 채널이 약간 주춤할 때면 이슈들을 찾아 적재적소에 PR 하고, 내가 명품이나 값비싼 차를 타고 다니며 보이는 삶에 집중하는 돈대신 소셜미디어 광고를 태우고 그들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화려한 명품에 골프와 비싼 사치들을 접대하고 친분을 쌓아가는 비지니스의 방식보다 술 한 모금 안마시는 나는 실력이 있으면 결국 우리가 원하는 조건에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로 했다. 물론 그 방식도 우리나라의 비지니스에는 좋지만 적어도 지금 나의 스테이지에서는 더 단단한 코어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싶다. 사실 내가 골프나 술을 즐겨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얼마든지 술과 골프 없이도 소셜 활동들은 다양하게 할 수 있고, 그 사이에서 제대로 된 회사들을 만나고 나와 회사를 어필하고 기회를 만들어간다. 우리를 지지해주는 탤런트분들을 위해서라면 나 하나 희생하는 것은 그래서 문제가 해결되고 더 잘될 길이 있다면 너무도 즐겁다. 팩트에 기반하여 입에 바른 소리를 하고, 내가 고개를 숙이는 것에 참 익숙한 3년을 살았다. 그리고 이젠 우리라는 틀 안에 진정으로 감사한 존재인 직원분들의 조인으로 인해 세상에 내가 더 잘해야 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앞으로도 궂은일은 내가 먼저, 불필요한 스트레스 없이 합리적으로 즐겁게 과정을 풀어나가는데 앞장서는 리더가 되고 싶다. 물론 내가 책임져야 하는 우리를 위해서 어디서나 무릎을 꿇고, 입에 바른 소리를 하고, 내가 고개를 숙이는 것에 참 익숙한 매일을 보냄에도 그 고고했던 자존심은 닳을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옳다고 나를 다독여주고 있다.
한번 인생에서 결혼이나 초상을 치르면 인간관계가 정리된다는 말처럼, 나는 인생에 있어서 특별하고 큰 이벤트를 치른 셈이다. 그리고 우리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엮여서 서로를 원망하거나 미워할 에너지들이 너무 아깝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우리의 젊음과 창의력 그리고 조금의 선견지명을 원한다. 그 세상의 부름에 보답하면서 우리라는 평화롭게 열심히 일하는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잊지 않고 서로가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관계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매일에 뜻깊은 감사를 보낸다.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명예와 돈은 구조와 전략으로 이뤄진 자체 시스템이 되어 따라온다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조금 불안하지만 많이 행복하고 확신에 찬 매일을 그려나가기 위해 달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