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와 오버프라이스의 그 어딘가
한 몇 년간 나는 쿠팡을 좋아했다. 로켓배송처럼 쉽고 편한 게 없었다. 심지어 지방에 살 때도 로켓배송에 해당되는 지역이라 정말 편한 도시의 혜택을 마구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쿠팡맨 택배차가 집 앞에 주차가 되어있으면 괜히 설레기도 했다. 그리 귀차니즘이 심한 편이 아닌데 자기 전에 무언가를 주문해놓으면 눈을 뜨고 문 앞에 나가 있기도 하고, 새벽에 와있지 않으면 이른 오후엔 오겠지 하고 마음 놓고 있었다. 마치 꼭 빨리 배송해주지 않아도 늘 기대에는 충족시키는 빠른 배송을 해주시기에 현관문을 열고 선물 같은 하루의 배송을 맞이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로켓배송에 나가는 회원제 비용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물건을 조금씩 자주 시켜 이용했고, 장보기부터 값비싼 전자제품 그리고 생필품에 반창고 같은 작은 물품까지도 하나나 두 개 담아 편하게 사곤 했다. 아빠가 어느 순간부터 쿠팡이 비싸다고 하셨다. 그리고 과일도 로켓프레쉬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가격이 비싼 것에 비해 그리 퀄리티나 당도가 높지 않음을 여럿 느꼈다. 쿠팡플레이를 이용하면서 약간 쿠팡에 떠버린 마음을 삭혀볼까 했지만 이미 넷플릭스가 더 편한 나로서는 꼭 쿠팡 플레이서만 보고 싶고 보게 하는 컨텐츠가 아주 많지도 않았던 이도 저도 아닌 혜택 중 하나였다. 쿠팡을 이용하면서 코로나가 처음 시작하고 나서는 정말 티켓팅 전쟁을 하는 것처럼 최대한 빨리 물건을 주문해야 품절이 이뤄지기 전에 주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단 쿠팡으로 몰아서 써야겠단 생각을 했지만 쿠팡에 돈을 쓸수록 이에 대한 혜택이 따로 주워지지 않아 굳이 쿠팡에 이렇게 헌신하다 헌신짝 되는 느낌을 몇 번 받았다. 그리고 과일에 대해서 조금 불만족스럽고 간편식의 종류나 퀄리티가 일정 수준 이하 혹은 pb상품이 쿠팡이 만들어서 코스트코의 컬크랜드만큼 좋고 합리적이다란 생각은 딱히 한 적이 없다. 그래서 헬로네이처를 함께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헬로네이처는 쿠폰을 엄청 뿌려서 조금 비싼 가격이지만 늘 일정 금액을 억지로 채워서라도 3만원이나 5만원 이상 구매를 했을 때 20% 할인쿠폰을 받으면 그게 결국 쿠팡보다 훨씬 싸게 좋은 물건을 사는 비결이었고 헬로네이처에서만 취급하는 맛있는 간편식의 퀄리티는 늘 기본 이상이었다. 막상 쿠팡보다 헬로네이처가 더 비싼 것 같아도 꼭 사야 할 것만 사게 되고 쿠팡보다 덜 비싼 것 같고 배송이나 모든 물건을 취급하진 않지만 헬로네이처가 취급하는 물건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컸다. 그리고 컬리는 그냥 비쌌고 도도해 보여서 뭔가 곁을 내주기 벅찼다.
쿠팡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기능은 해외직구 아이템이다. 가격적인 메리트와 빠른 배송 그리고 제품이 다양하다. 미국에서 먹곤 하던 스낵이나 영양제등은 정말 매력적이다. 배대지 사이트의 vip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쿠팡 해외직구처럼 매력적인 시스템은 없는 것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쿠팡을 끊게 되었다.
최근에 나는 ssg을 사용한다. 훨씬 신선하고, 제품에 대한 직관적인 정보가 확실하고 배송 알림에 대해서 쿠팡이 이야기하는 감정노동과 과잉친절의 선이 아닌 쓱은 시스템적으로 더 섬세하게 고객을 다룬다. 배송기사가 몇 시쯤 도착할 계획이고, 어플에 가면 몇 번째 배송을 진행 중이고 하는 한국인들의 다급한 마음을 긁어주는 확실한 tmi들을 실시간으로 방출할 수 있게 해 준다. 쿠팡에 있는 것들은 다 쓱배송에도 있다. 그런데 쓱배송은 비싼 것, 싼 것 모두 한 번에 고를 수 있다. 백화점에서 취급하는 과일들과 이마트에서 취급하는 과일들을 한 번에 살 수 있다. 그리고 세일도 하는데 재고떨이의 느낌은 덜하다.
쿠팡에서는 usb나 폼롤러 혹은 전자기기 등을 로켓배송으로 믿고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주문하곤 했지만 나는 그 돈을 네이버 쇼핑에 쓴다. 돈을 쓸 만큼 확실히 페이백이 되기 때문에 얼마를 내가 네이버에 내고 혜택을 매달 보고 있고 포인트가 쌓이는 속도가 엄청나다. 2,3일 기다려도 일반 택배를 이용하더라도 늘 500원에서 2,000원까지도 구매 때마다 쌓이기 때문에 나는 해외에서 오는 제품부터 시작해서 콜라나 쿠팡에서 메리트 있게 사야 했던 물건을 하루 이틀을 더 늦게 받고 포인트를 쌓고 그것의 현금화가 쉬운 네이버 페이를 선호한다.
쿠팡 없인 못 살 줄 알았다. 쿠팡이 너무 좋았고 친절하고 빠른 쿠팡맨의 노고가 너무 감사했다. 그런데 쿠팡없이 더 잘살게 된 나 자신을 보고, 쿠팡의 미래가 과연 얼마나 찬란할 수 있는가를 돌이켜 보게 되었다. 쿠팡 직원분들과 미팅을 했을 때 정말 로켓에 올라탄 사람들처럼 애사심이 넘쳐흘렀다. 자기 회사와 자기 회사가 팔고 있는 프로덕트에 대한 확신에 차고 일에 대한 의무보다 세상을 바꾸는 쿠팡의 흐름에 기여한다는 프라이드가 몸소 체감되었다. 정말 매력적인 회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이제 쿠팡 없이 너무 잘 살게 되었다. 아니 더 현명한 소비자가 된 것 같다. 돈은 적게 쓰는 것 같고, 제품은 더 싼 것 같다. 그리고 쿠팡이 빠르기 때문에 괜히 살까 말까 할때 살까로 귀결되었던 덜 필요한 제품들을 더 사게 했다. 쿠팡이 주는 빠른 배송은 쓱에서도 충분히 자기 전에 주문하면 가능하고, 쓱은 쿠폰도 많이 주고 배송비 무료 쿠폰도 자주 줘서 여러 번 배송비에 맞지 않게 시키더라도 멤버쉽 비용 없이 쿠팡보다 만족스러운 음식과 과일의 퀄리티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프리미엄 상품에 대한 것도 따로 다른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아서 편리하다. 쿠팡에서 샀던 전자기기나 다른 생필품은 2,3일 늦게 사거나 급할 땐 다이소에서 일단 사거나 오프라인에서 사도 크게 살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게 사는 게 더 싸게 치고 포인트도 많이 쌓고, 쌓인 포인트는 쌓인 그 순간 바로 현금화가 가능하다. 브랜드들도 다 스마트 스토어에는 입점되어있으니 제품도 믿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리 좋아라 했던 쿠팡을 잊고도 잘 산다. 아니 더 잘 산다. 소비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 네이버 쇼핑 매출액이 쿠팡 매출액을 뛰어넘는다. 네이버 쇼핑은 중간에서 페이 시스템만 붙였지만 쿠팡은 그 매출액을 찍기 위해서 쿠팡맨들을 위해 복지도 해야 하고, 물류창고도 세워야 하고, 네이버 쇼핑이 하는 자체 페이 시스템도 만들어야 하고 네이버가 있는 기존의 고객층을 사로잡아야 하는 메리트도 있어야 한다. 쿠팡 로켓 배송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유 없이 반품을 너무 잘해준다. 배드 컨슈머는 아니지만 한국은 그 반품 체계가 너무 귀찮았는데 쿠팡에서 반품을 한번 하고 감동했다. 미국의 시스템을 그래도 베껴온 좋은 베낌의 예였다. 물론 우리나라는 배드 컨슈머가 너무 많은 부분들을 감안하고서 대의를 위해 결정한 부분 같았다. 그렇게 좋고 매력적인 반품, 해외 배송 인프라, 쿠팡 플레이까지 다 좋은데 물건이 그리 좋은지 모르겠고 물건이 왜 너무 비싼 것도 아니고 좋은 제품이 아닌데 살짝 비싼 게 약간 사람을 당했단 생각이 들게 한다. 차라리 퀄리티를 엄청 높인 제품군들을 비싸게 받는 것도 아니고 쿠팡을 굳이 이용해야 하는 매력의 포인트들은 다른 경쟁 업체들에서 하나둘씩 나눠먹기 하며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안타깝기도 하고, 이리도 좋아했던 쿠팡이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 나 자신이 놀라울 지경이다.
이렇게 보니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