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이쑤 Apr 28. 2023

나만 불편해? 몰라도 될 권리^^

 tmi 자체 필터링이 필요한 사회

 인스타그램을 하다보면 정말 알고 싶지 않은 사생활의 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반문하게 된다. 셋째를 가졌는데 예상치 못한 아이라 감사하다, 이것까진 축하하고 좋은 일이니 모르는 사람이라도 축하해줄 수 있다. 그런데 구구절절 와이프를 이렇게 저렇게 설득을 해서 정관수술을 하니 마니 했고 묶었니 풀었니 하는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전부 tmi로 들린다. 사생활을 공개하면서 더 끈끈해지고 친해지는 부분은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말할 권리가 있듯, 내가 이 말을 듣지 않거나 들었을때 불쾌함이나 피로도를 느끼는 사회적 상식과 선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 말 자체를 그러면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들은 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이 있을때 목소리 정말 크게 다 들리면서 하는 게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꼭 공공장소에서 해야할 것 같으면 아래와 같은 전제들이 존재한다.

1. 평소 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타인이 들리지 않게)

2. 그 말을 듣는 상대와는 평소에 이런 말을 나눠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의 가까운 관계라는 전제

3. 그 이야기를 듣고 조금의 pause없이 있는 그대로를 공감해주고 축하해주거나 고민해줄 수 있는 사이


 이러한 전제들이 필요한 이유는 이런 이야기들을 길거리에서 종교단체들이 마이크를 들고 크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 스토리를 모든 이들이 들어도 괜찮은가? 거부감이 없는가? 말하는 사람이 민망하지 않은가? 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간단하게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 정도만 했다거나, 혹은 팔로우를 하지 않아도 인기글은 연관이 된 계정은 노출이 되기 마련인데 방심하고 그냥 일상을 보다가 헉하고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선 누가 내 핸드폰 뒤나 옆을 보는지 둘러보게되는 컨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컨텐츠들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상파에서도 부부심리상담을 주제로 이런 이야기들이 기사화되면 포털 사이트 한 가운데에 뜬다. 아무리 자극적인 기사를 뽑는 거지만 정말 저런 상담 내용들은 그렇게 본인들이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이면 돈을 주고 사람들 모르게 상담을 받아서 해결했으면 한다. 방송국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부부의 문제 해결이 아니라 개인의 몰라도 될 권리에 대해서 얼마나 심의하고 생각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구혜선이 이혼전쟁을 선포할때 두 사람이 온 국민들에게 나눠준 tmi들은 정말 잊고 싶은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주제와 이야깃거리로 화면에 비춰지지만 이젠 두 사람 모두 얼굴만 보면 떠오르게 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정말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오은영 선생님이지만 부부끼리 있는 tmi 뿐 아니라 남녀 관계에 있어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대중매체에서 이런 자체 필터링은 꼭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고민들은 온라인에서도 성인들임을 인증하는 커뮤니티나 엄마들의 맘카페에서 이뤄져도 충분한데 그 바운더리가 자꾸 선을 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이혼 브이로그들은 tmi의 선을 넘지 않고 온전히 함께 슬퍼하고 응원해주는 컨텐츠들이 늘어나고있다.

 이런 성에 대한 것뿐 아니라 누가 사귀고 뭐때문에 헤어지고 하는 일들은 유투브에서도 정말 애정을 가진 팬들은 그게 관심이고 알고 싶은 이야기지만 보통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미주알 고주알하는 것은 그와 엮인 상대에 대한 예의의 선을 넘어서게 된다. 예를들어 이혼 브이로그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본인의 얼굴을 밝히지 않고 목소리만 밝혀서 이혼을 하고 장단점, 내가 왜 이혼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하다보면 당연히 헤어진 상대에게 화살이나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욕하지 말라고 하더라도 사사건건 어떻게 하다가 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연히 본인의 관점에서 본인이 아무리 팩트에 따라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공정한 시선이 될 수 없고 사람들은 개인사에 그렇게 누가 옳니, 그르니 해줘야할 필요가 없다. 듣는 사람은 그만큼 말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과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급격히 에너지와 기운이 소진된다. 그래서 이혼을 하게 된 객관적인 사실을 기준으로 내가 어떻게 이혼을 헤쳐나가는지, 내가 어떤 마음이 들어 헤어짐을 결심하게 되었는지등의 이야기는 이혼을 준비하는, 혹은 이혼한 삶이 궁금한 사람들의 클릭과 관심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무조건적으로 tmi가 넘치는 이혼 브이로그가 해가 되고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이혼 이후의 삶을 담담하고, 이혼에 국한되지 않고 인상찌푸리지 않게 본인의 이혼 경험을 살려 세상을 바라보는 눈으로 현생을 해석하는 유쾌한 브이로거도 있다. 이 채널에선 왜 이혼을 했는지에 대한 부분들은 무엇때문이라는 확실한 이유는 알려주지만 전남편이 무슨 말을 했고, 전 시어머니가 이래라 저래라 해서 내가 이랬다는 등의 이야기들은 하지 않는다. 이건 이 유투버의 개인적인 친구일때, 혹은 이 유투버를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팬미팅이나 단톡방이 있을때 한걸음 더 서로를 알아가려는 의지가 있을때 들어주고 그 사람 입장에서 공감해주는 여유와 마음의 준비를 한 사람들에게 허용되는 특권이자 바른 형태이다.

최근에 이승기 결혼식에서 축사를 맡은 이순재가 이야기한 언행에 시끄럽다. tmi를 몰라도 되는, 친하지

않은, 들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대중매체들이 쏟아내는 소식으로 인해 사람들은 불쾌함을 느낀다. 해당 결혼식은 비공개로 이뤄졌으며, 이 결혼식에 초대받은 지인들은 듣는 순간 놀랐지만 그래도 응원하는 가까운 사이라 이해해줄 수 있다. 하지만 대중과 이승기는 남이다. 이승기는 우리를 모른다. 이를 퍼다나른 언론과 이런 코멘트를 필터링없이 대중의 모를 권리를 철저히 무시하는 포털사이트가 문제다. 분명 포털 사이트 상단에 올리는 일은 자동 조회수 기준이 아닌, 편집자의 픽에 제목을 글자수에 맞춰 내용의 헤드라인을 따로 포털에서 뽑았을 것이고 이런 내용을 여과없이 쏟아내는 언론인들 마저 얼마나 듣고 보는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코로나 이후로 사람들은 외로워졌다. 인스타그램과 유투브에서는 본인의 사생활과 경험들을 나누고 응원하면서 서로를 지지해주는 애틋함이 생긴 대신 오프라인에서의 관계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대중매체라는 것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혀 몰라도 되는 상황을 알아야하는 노출도가 있다. 온라인을 통해서 본인의 경험을 나누되 그 경계와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칭얼거리며 본인의 편을 들어달라고 하는 것은 자제하고, 부부의 일, 커플의 일, 친구의 일은 두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본인이 느낀 마음과 어떻게 앞으로 이런 과거의 경험들을 토대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담담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꼭 해야하고 필요한 tmi 섞인 이야기들은 아주 친한 오프라인 친구들의 마음의 여유가 있을때, 혹은 이런 이야기들을 암묵적으로 해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분위기의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위로 받고 나누는 사이가 되었으면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