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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May 26. 2024

대한민국에서 어린 여자가 사업한다는 것

창업 6년 차 대한민국 30대초 여성 경영후기

바야흐로 엄동설한의 시기다.

국내외 정세는 늘 좋은 적 없듯 어릴때부터 위기와 큰위기로 나뉘고 있고 요즘도 한국의 경제 수치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가라앉는 배가 따로 없다. 오늘이 최고의 영광의 자리인듯 우리가 아니더라도 주위에 업체들이나 건너건너 업체들이 잘나가고 대박나고, 잘하고 있다는 소식보다 문을 닫았다거나 폐업위기에 있다거나 매출이 반쪽으로 줄었다거나하는 안 좋은 소식들만 들려온다. 경제가 정말 안좋긴 안좋나보다. 하지만 10여년째 매년 삼성전자의 신년사는 위기의 삼성이 주제라는 카더라가 있듯이 그 위기의식 속에서 기회를 잡는 사람과 기업은 있다.

 일단 20대에 나는 얼떨결에 법인 사업자를 내고 사업이 뭔지 모르고 사업을 하게 되었다. 사장님이라는 직함도 대표라는 직함도 모든 것이 익숙치 않고 책임의 무게가 뒤따르는 것이 익숙할때가 되니 나라는 존재는 고갈되어있었다.

 주위에서 친구들은 특히 여자인 친구들은 나를 부럽다는 말 대신 대단하다고 말한다. 내가 만들어낸 수치보다 한국에서 어린 여자로 사업을 유지시키는 것 자체에 대한 칭찬이다. 사실 아직도 그 말의 시선이 어떤지는 잘 모른다. 그냥 해야하는 일들이 많고, 내가 직접 책임지고 진두지휘해야하는 시기가 와서 이를 받아들였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여자라서 억울한 일도 많았고, 어리다고 무시당하는 일은 일쑤다. 하지만 미팅 시작할때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미팅이 끝나고나면 어리다고 무시할게 아니고 여자라고 무시할게 아니고 회사 자체도 생각보다 탄탄하고 놀라움의 연속의 수치와 만들어온 히스토리와 데이타를 증명하다보면 아빠뻘의 대표님들이나 거들먹 거렸던 삼촌뻘의 부장님, 차장님들이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가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동요는 없다. 먹고사는데 저런 태도를 당한다고 해서 큰 지장이 없고 치명적인 장애물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남자고 나이가 있었으면 더 스무스하게 혹은 더 크게 사업을 할 수 있었을거란 어렴풋한 확신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업을 할수록 역차별이라는 생각을 많이 할때가 많다. 많은 논란이 있을수 있겠지만 나는 노동자로써도 살아보고 사업자로써도 살아온 시기가 반반쯤 된다. 아니 노동자로써 살았던 시기가 더 많다. 철저히 나의 경험의 기준으로 보면 한국에서는 사업자가 절대 프렌들리하지 않다. 인터넷 공간에서 쉽게 휘갈기는 니네 잘먹고 잘살잖아 하기엔 그만큼 유지하려고 아주 보통의 직장인들에 비해서 얼마나 밤잠 안자고 인맥, 시스템, 노력없이 오랜 기간 회사를 운영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직장에서 시간을 죽이는 단어인 월급루팡이라는 단어가 대중적인 단어가 될만큼 회사는 안다. 자기 일처럼 죽어라 열심히 일한 사람은 나도 마찬가지고 사업자든 한 회사에 소속되어있는 직장이든 언제든, 어떻게해서든 대우해준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런 시기가 온다.

 개인을 넘어 투자 프렌들리하지 않은 국가라는 사실도 문제가 크다. 이미 나는 모든 한국의 기술력과 경쟁력의 가치를 보고 장기투자한 대기업 주식들은 분식회계와 세력들로 투자를 잘 모르는 나 마저 미국 주식으로 돌아서고 보란듯이 가치 투자로 웃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소득이 얼마인가에 관계없이 대표라는 이유로 가입이 불가하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무주택자를 위한 혜택들도 대표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누릴수 없다. 4대보험은 나 뿐만 아니라 나처럼 성실하게 최저임금받던 시절부터 아픈 것마저 사치일만큼 일에 치여서 보낸 직장인 시절 그리고 그대로 한달도 채 쉬지 못하고 바로 사업자를 내고 일을 했을때까지 병원에서 누리는 의료보험 혜택을 누린 기억이 드물다. 세금을 많이 낸다고 해서 나중에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처럼 미래에 보장을 받거나 못해도 인천공항에서 패스트트랙을 이용한다는등 작은 혜택조차 없다.

 


사실 예상은 했지만 평소에 남녀차별이나 다른 차별대우들을 느껴도 속으로 '그래? 내가 보여줄게. 1년있다보자.'등의 마인드로 내 갈길 가다보면 딱히 타격없이 웃으며 내가 잘먹고 잘사는 복수가 최고의 복수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회사에 있을땐 동기들과 같은 미팅이나 같은 상황이라도 동기들은 늘 궁시렁거렸고 불쾌함을 느꼈던 아젠다 중 성차별, 나이에 대한 역차별등 여러가지 스테레오타입들을 마주하며 일한다는게 유리천장이라거나 별로 관심있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회사내의 직원이 아니고 회사가 내가 되는 대표의 자리에선 생활속에서 차별이 혼재함을 이제서야 뼈져리게 느낀다. 은행에 가면 직원들부터 아래위를 훑으면서 말한다. 열에 아홉은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대표님 도장과 대리인 신분증 가지고 오라고 말한다.

"제가 대표인데요?"

  라고 하면 아 그러세요? 대표님? 하면서 갑자기 허리를 세운다. 사실 이런덴 회사 계좌만 빵빵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정신 승리를 한다. 순간 뭐지? 라는 생각은 들지만 이건 정말 작은 예이고, 속이 상하고 기분이 나쁜 순간들은 참 많다. 속에 담아두고 곱씹을수록 억울하거나 속상할 수 있지만 이를 담아두면 나에게만 손해다. 나에게 부정적인 에너지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잊고 스쳐지나려고 노력한다.


 종종 생각한다. 내가 만약에 똑같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남자였으면 나는 정말 이렇게 살지 않았을 것 같다. 멋진 스포츠카에 명품 시계를 차고 톰브라운 셔츠에 스톤 아일랜드 져지를 입고 투자 크게 받아 화려한 사옥짓고 투자자들이나 파트너 업체들과 술마시고 형님 형님 하면서 네트워킹에 온 힘을 쏟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투자가 통화 한마디에 몇십업씩 어떤 회사에 대한 매출 없이 진행할 수 있었을 적에도 투자를 한 푼 받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가 쉽게 보이거나 우습게 보였던 경우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자생능력이 뛰어나고 위기에 강해야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성과들의 수치와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사옥이나 수십억, 수백억의 투자들 보다 적어도 내가 속해있는 사업군에서는 더 중요했다.

나는 오히려 세상의 차별을 역으로 이용했다.
겉으로 보여지는 허울대신 속을 채울수 있는 어린나이에
큰 뒷배 없이 여자가 사업을 한다는 것은 좋은 무기가 되었다.

사실 여자는 멋진 스포츠카에서 내린다고해서 남자들이 느끼는 시선만큼 큰 하차감이 없다. 네트워킹도 진짜 우리와 파트너쉽을 현재 맺고 있는 탈렌트들을 어떻게 하면 더 가치있는 결과들을과 즐거운 과정을 만들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했다. 늘 매일이 도전이고 뒤쳐지기 싫어서 앞을 나아간다고 발버둥치다보면 조금씩 한움큼씩 성장하는 재미로 긴 시간들을 견뎌냈다. 사실 견뎌냈다기 보다 그냥 생각없이 주워진 일 매일 100%, 주말에도 쉬는 휴가때도 150%, 300%씩 책읽고 배우고 보고 생각하고 또 빌드업하는 과정을 무한루프로 반복하다보면 다른데 신경쓸 시간이 없다.


사업은 성취감이 크고 고통과 인내는 쓰디 쓰다. 사실 성공해서 누리는 호사(그렇게 큰 호사를 누리지 못해서 모를지도 모른다...)보다 내가 내 이름으로 내 실력으로, 나와 우리 직원분들의 힘으로 만들어냈다는 성취감 하나만큼 귀한 가치는 없다. 하지만 늘 불안하고, 고민하고, 쉼과 업무에 대한 경계없이 배우고 생각하는 시간들을 합치면 소득 대비 책임이나 게런티된 미래가 아무것도 없는 등의 계산기에서는 사업은 영 마진이 안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위에서 사업을 할지 고민상담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한다. 그러면 내가 다시 6년전 9월로 돌아가 치열하게 사업을 할지 회사의 슈퍼스타로 살지 수입을 10분에 1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나는 주저없이 회사에 남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바깥 세상은 히말라야보다 더 건조하고, 시베리아보다 더 춥습니다. 시장이 좋을때는 나만 그리고 우리 회사만 뒤쳐지고 못하는 기분이 들고 시장이 안좋을때는 너도 나도 타이타닉에 탄 배같습니다. 바깥만 추우면 다행입니다. 회사의 시스템을 탄탄하게 하고 직원분들과 하나의 비전으로 크랙에도 다시 리커버할수 있으려면 잘될때나 안될때나 늘 현명한 마음가짐과 태도 그리고 한결같은 리더쉽과 비전, 부지런함 모두를 가져야합니다. 책임감이라는 세글자는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의 무게를 가정한다면 나 뿐만 아니라 회사와 직원분들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거기에 따라오는 파트너들과 탈렌트들까지 연계한 묵직한 책임감의 무게는 세글자로 형언하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질과 양입니다. 최대한 가능한만큼 따뜻한 밥 먹으세요. 그리고 정 사업을 하시겠다면 사업이 주는 달콤함 빼고 사업이 주는 힘듬만 100%라고 생각해도 즐거우면 그때 오랜시간 준비하고, 큰 확신으로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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