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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라의현인 Jul 30. 2023

영화리뷰 - <조커> vs <기생충>

조커 vs 기생충 / DC vs 마블

1. 미국의 히어로 vs 한국의 히어로


미국의 영화산업을 대변하는 할리우드에서는 과거부터 히어로물이 매우 발달했다. 슈퍼맨, 베트맨, 007 시리즈 등 이들은 혼자서 총알을 피해다니고,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힘으로 적을 무찌르는 일당백의 모습을 보인다. 반면, 한국은 기본적으로 히어로물의 형태가 매우 다르다. 일단,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모습을 가진 캐릭터가 드물뿐더러 한 개인의 능력보다는 여러명의 협력을 통해 난관을 타개해나간다. 이 점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보일수도 있다. 물론 장군의 아들의 김두한, 아저씨의 원빈 등 예외는 있으나 이들 역시 인간의 능력을 초월했다기보다는 인간의 범주 내에서 현실적으로 충분히 있을법한 강한 주먹으로서의 히어로다. 이러한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나는 사회학적으로 미국은 개인주의가 발달한 반면 한국은 전체주의가 발달한 것에서 원인을 찾는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미국에서 생존은 한 개인의 문제이며(홉스적 세계관 속에 따라서 총기소유도 자유이다) 개인의 초월적 능력이 난관을 타개하는 열쇠이다. 반면, 전체주의가 발달한 한국에서는 단체의 결집력, 단체가 움직이는 전술이 생존에 중요한 열쇠이다. 이러한 차이가 두 국가 영화의 세계관의 차이를 가져왔지 싶다.


2. 시스템에 대한 항거의 자세


조커는 한 사람이 시스템에 항거하는 자세의 변화를 보여준다. 아서플렉(호아킨 피닉스)은 선천적으로 웃음을 참지 못하는 병에 걸렸으나 웃음을 주고자 하는 코미디언을 꿈꾸고 아이러니하게 참지 못하는 웃음 때문에 코미디언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불평등이 만연하는 고담 시에서 사회적 신분상승을 위한 사다리가 걷어차여진 것이다. 이에 좌절하고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으로 그는 새로운 신분상승의 기회를 잡는다. 이는 시스템(제도) 내에서의 신분상승이 아니라 시스템 밖에서 제도를 전복하는 형태의 신분상승이다. 결국 그는 머레이 쇼에 나와 시스템을 비웃듯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인 머레이를 라이브로 죽이고 최고의 코미디언 및 사회변혁가로 등극한다.


반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현실 타개 방법이 다르다. 기생충에서 보여주는 현실 역시 사회적 불평등이 만연한 공간이다. 그 곳에서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새로운 신분으로 바꿔치기 해 사회적 신분상승을 위한 사다리를 올라타는 기우(최우식)를 비롯한 기택(송강호)의 가족은 시스템의 구멍을 한껏 이용한다. 허영과 본능, 사회적 시각에 대한 열망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에 기초한 사기를 통해 시스템 내부에서 사다리를 한번에 점프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경쟁자는 삭제된다. 즉, 기생충에서의 현실 타개는 더욱 리얼리즘에 가까운 시스템 내부에서의 항거이다.

3. 마블의 길 vs DC의 길


DC는 흥행성적면에서 마블에 확실히 뒤쳐졌다. DC의 <저스티스리그>와 마블의 <어밴져스> 흥행성적만 봐도 단적으로 비교가 된다. 마블의 히어로는 화려하다. 능력이 초인적이고, 세계관이 우주까지 광범위하며, 주인공의 인간적인 고뇌보다는 영웅으로서 악당을 궤멸하는 과정과 액션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DC의 히어로는 고독하다. 히어로라는 고독한 존재에서 비롯되는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추어 악당을 궤멸하는 것과 함께 그들의 심리묘사에 무게감을 준다. 화려한 마블의 액션 히어로물은 통쾌하고 신난다. 반면 DC의 히어로물은 어둡고 우울하다(통쾌한면도 물론 있지만). 따라서 DC의 히어로물은 마블의 히어로물보다 관객층이 얇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이 흥행에서 밀리는 이유이다.


영화가 현실을 새로운 시각을


 바라보고 현실의 문제점을 투영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에서 DC의 히어로물은 의미가 있다. <조커> 역시 ‘악’이라는 존재가 평범함 속에서 어떻게 탄생하여 응축되어 세상을 범죄의 온상으로 만들어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 속에 아서 플렉(조커)이 희망 > 한계 > 절망 > 각성 > 탈피하며 ‘악’ 그 자체가 된다. 조커는 주인공이 통쾌하게 악을 물리치는 그런 히어로물이 아니다. 오히려 악이 되어가는 과정과 악이 될 수 밖에 없던 이유를 설득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히어로물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의미있는 것은 단지 호아킨 피닉스의 소름끼치는 연기력 뿐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시스템의 모순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DC가 마블과 다른 점이고 DC의 영화사적 의의가 있는 것이다.


- 2019년 10월 29일 작성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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