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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캄프카 Aug 15. 2021

성냥팔이 소녀

공유저작물 창작공모전 응시

망각의 속성과 지속되는 삶에 대한 고찰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기억에서 지워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인간은 잊히기 쉽지 않고 잊힌 삶이 인간적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잊힌 삶 후의 삶, 혹은 새로 시작하는 삶 또한 희망적일 거라 전망하기 어렵다.

현실은 지옥이지만 도망간 곳에 낙원은 없다.

- K


“헉!”

눈이 떠졌다.

“끄응.”

팔꿈치, 무릎 할 거 없이 욱신거렸다. 심호흡을 하면서 몸을 서서히 뒤척인다. 양철로 된 침대 이음새에서 삐걱거리는 요란한 금속음이 울렸다. 소리가 너무 심하게 나지 않게 조심한다. 눈을 뜬 지 한참 지나 겨우 발을 바닥에 붙인다. 나무 바닥에서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최대한 조심스레 다음 발걸음을 옮긴다. 둘 중 한 명이라도 깨면 또 구타가 이어질 게 뻔했다.

길은 이제 어슴푸레해지기 시작했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둘은 그리 부지런한 편은 아니다. 다른 두 아이의 머리맡을 지나 방 밖으로 나왔다. 입에서는 하얀 김이 내 날숨에 맞춰 피어올랐다. 배가 요동쳤다. 그 소리에 집안사람들이 깰까 두려울 정도였지만 요기할 만한 것은 없었다.

찬장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팔기 위해 미리 떼어다 놓은 성냥 뭉치가 있었다. 되는대로 몇 개를 챙겨 대충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이 계절에 맞는 차림이 아니었다. 그런 것은 이곳에 와서 가져본 적이 없었다. 팔꿈치와 무릎은 덧댄 천마저 해져 있었고 손에 잡혀 눌러쓴 모자와 코트도 군데군데 터져서 솜이 드러나 있거나 올이 풀려 있었다. 모든 옷은 색이 바래 아이의 거무죽죽한 피부색과 오묘한 조화를 이뤘다. 멀리서 보면 무채색의 형체가 꾸물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는 원래 시골 마을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곳에서의 삶은 적어도 이곳 도시에서의 삶보다는 훨씬 나았다. 적어도 흠씬 두들겨 맞은 다음에 잡동사니를 팔러 길을 배회하지는 않아도 됐다. 먹을 게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쉬어버린 오트밀 죽 한 그릇으로 하루를 버티는 수준은 아니었다. 동네 친구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아이를 아껴주는 할머니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찾아왔다. 아이는 잘 기억도 나지 않던 남자가 본인을 아버지라고 했다. 그날 밤 할머니와 아버지라던 남자는 긴 이야기를 나눴다. 중간중간 언성이 높아지나 싶었지만 할머니는 내가 들을 걸 걱정했는지 이내 목소리를 낮췄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그 남자를 따라 길을 나서 이 도시로 왔다. 태어나 처음으로 기차를 탔다. 거대한 기차역과 붐비는 사람들로 머리가 어찔해질 지경이었다.

남자의 집에는 그의 부인이라고 하는 여인과 그들의 아이들 둘이 있었다. 남자는 내일부터 그 아이들을 따라가 일을 하고 돈을 벌어오라고 했다. 돈을 벌어오지 못하면 밥은 없다고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지옥이었다. 도시의 아침은 시골의 그것보다 일렀다. 남들보다 빨리, 그리고 더 많이 돈을 벌기 위한 경쟁의 장이었다. 아이는 하루아침에 그 난장 속으로 던져졌다. 거기서 적절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합당한’ 폭력이 가해졌다. 그 남자가 아이를 데리고 온 이유는 노동력을 더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오늘 아이가 이렇게 일찍 집을 나선 이유는 남들보다 일찍 경쟁에서 앞서기 위함이 아니었다. 아이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아주 조금씩 돈을 따로 모았다. 원래는 이 돈으로 기차표를 사 할머니가 있는 시골로 내려가려 했다. 그런데 어제 여자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와 아이의 침대와 짐을 뒤졌다. 따로 모았던 돈의 일부가 나왔다. 같이 방을 쓰던 두 아이를 통해 알게 된 것인지 공장에서 지급된 월급의 액수를 듣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당장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여자는 돈을 확인하자마자 아이의 뺨을 후려치고 바닥에 쓰러진 아이의 몸을 걷어차고 밟았다.

“이 미친 X이 먹여주고 재워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감히 돈을 빼돌려!”

폭력은 한참 이어졌다. 그나마 남자가 만류해서 구타가 멈췄다. 자신의 딸이라는 일말의 연민 때문이었는지 자칫하면 노동력을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는지는 모른다. 아이는 하루 종일 침대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신음소리로 배게를 흠뻑 적시면서도 아이는 계획을 세웠다.

아이가 따로 모은 돈 일부는 집 밖에 있었다. 아이는 나름 용의주도했다. 집으로 오는 길 사이 골목의 담벼락에 난 구멍에 돈을 넣어놨다. 일전에 시장에서 훔쳐온 방수포로 싸고 진흑을 덮었다. 이 돈은 무사했다. 하지만 이 돈만으로는 기차표를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가지고 나온 성냥 뭉치였다. 이걸 팔아 돈을 보충한다. 이게 계획이었다. 성냥이 사라진 게 밝혀지면 이번에는 진짜 맞아 죽을지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오늘 중에 기차를 타야 했다.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게다가 전날 온 눈이 녹아 길은 질척였다. 길에 사람이 많을 리 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람들이 많을 법한 기차역 앞 광장으로 향했다. 식료품 가게들도 모여있어서 그나마 오늘 같은 날이어도 사람들이 왕래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광장에 도착하지 이미 대낮이었다.


“성냥 사세요!”

공허한 외침이었다. 지나다니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었다. 그저 사람을 태우려는 마차가 조금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식료품 점에도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오가는 사람들도 성냥을 본체만체했다. 이제 이런 백린 성냥을 사려는 사람은 많이 없다. 성냥이 팔리지 않자 추위가 더욱 엄습했다. 아이는 구석으로 가 벽에 대고 성냥을 긁었다. 찰나의 순간에 아주 약하지만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불쏘시개가 없었기 때문에 성냥 하나에 불을 붙였다. 약간의 온기를 느끼며 생각을 했다. 이래서는 아이에게 내일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기차표 값을 벌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늘이 12월 31일만 아니었어도! 이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쉼 없이 돌아가는 도시도 섣달 그믐날 만은 고요했다. 인간의 관습에 대한 추종은 대단한 것이었다. 여하튼 이 명백한 사실은 바꿀 수 없었다.

장소를 바꿔야겠다 생각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동 중에도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성냥 구매를 호소했지만 벌이는 신통치 않았다. 그렇게 걷다 보니 시내 중심가로 들어왔다. 갑자기 어디선가 아름다운 선율의 오르겔 소리와 맑고 고운 노랫소리가 들렸다.


‘성 OOOO 고아원’

거리의 부랑아들이 늘어나면서 시와 교회가 나서 기금을 모아 만든 고아원이다. 고아원이지만 창에 박힌 굵은 쇠창살과 높은 담벼락 위에 얼기설기 얽힌 쇠 가시가 마치 수용소나 감옥 같은 느낌을 줬다. 그래도 저 아이들은 굶거나 맞지는 않겠지. 간혹 그런 생각에 이 앞을 다니며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이는 고아가 아니니 고아원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행색은 누가 보더라도 부랑아였지만.

해가 뉘엿거릴 무렵까지 팔았지만 손에 쥔 돈은 기차표를 사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추위 속에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보니 발이 깊은 진흙 속에 빠진 듯 무거웠다. 무의식 속에 걷다 보니 집 앞에 이르렀다. 이렇게 돌아가면 죽을 때까지 맞겠지만 돌아가지 않으면 이 추위와 배고픔에 진짜로 죽게 될 거다. 아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아이의 집은 2층에 위치했다. 건물은 아주 낡은 목조 식이 었고 이 동네의 건물들이 그렇듯 색은 칙칙한 검은빛을 뗬다. 집의 창에서 어렴풋이 불빛이 보였다. 길가로 난 창은 아이와 다른 두 아이가 거주하던 방의 차이다. 평소에 이 방의 창은 잘 켜지 않았기 때문에 저 불빛은 거실이나 두 집주인의 방 불빛이 스며든 것일 거다. 어쨌든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옆집에서는 밝은 불빛과 향긋한 음식 냄새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웃음소리도 간간히 들렸다. 아이는 늘 옆집이 부러웠다. 동시에 증오했다. 그들은 ‘가족’의 전형과 같은 삶을 살았다. 화기애애했고 풍족하지는 않을지언정 그럭저럭 끼니는 때우는 집이었다. 적어도 그 집 아이들이 학대받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옆집의 참혹함은 외면했다. 목조 구조의 이 건물에서 방음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이들은 옆집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학대를 모른 채 했다. 오히려 자신들의 자녀가 옆집과 얽히는 것을 발작적으로 거부했다. 아이는 이들이 자신을 바라볼 때 늘 해충을 바라보는 듯하다고 느꼈다.

그때 길 끝에서 진창길을 헤치며 집배원이 뛰어오고 있었다. 모두가 쉬는 31일 저녁에 원하지 않는 배달을 하고 있음을 그의 표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것은 전보였다. 아이가 서 있는 건물에 도착한 그는 우체통에 전보를 넣고는 서둘러서 자리를 떴다. 전보를 직접 전달해야 했지만 자기 집 저녁식사에 늦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과 내가 왜 지금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으로 그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아이는 전보가 들어간 우체통을 바라봤다. 아이의 집 우체통이었다. 전보를 꺼냈다. 아이는 더듬더듬 글을 읽을 줄 알았다.


부고

OOOO 씨 별세


할머니의 이름이었다. 뭐지 이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할머니가 왜?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아이는 현관 앞에 주저앉았다. 방금까지 나던 옆집의 음식 냄새와 웃음소리가 아득히 멀어졌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고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몸은 이 참담한 소식에 반응을 했다. 할머니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자 이 사실이 머리에서도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이 밀려왔다. 눈물이 나오거나 소리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저 가슴이 답답했고 숨쉬기가 거북했다. 아이는 자기 가슴을 쳤다. 비통함 중에 다른 의미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한 느낌이었다. 이제 아이가 돌아갈 곳이 없었다.


사람이 참 이기적이다.


아이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 할머니에게 미안한 마음도 스쳐갔다. 하지만 강렬하지만 짧은 슬픔 뒤에 따라온 냉혹한 현실에 더욱 막막함을 느끼는 아이였다.

이제 어찌 돼도 좋았다. 유일한 탈출구가 사라졌으니 자포자기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 부고를 저들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는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냈다. 마지막 남은 성냥이었다. 벽에 긁어 불을 붙이고 전보에 옮겼다. 그때 다시 음식 냄새와 웃음소리가 들렸다. 창의 불빛도 아른거렸다. 아이의 가슴 한편에서 거대한 분노가 일었다. 누구를 향한 것인지, 왜 터져 나온 것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이 아이의 마음에서 소용돌이쳤다. 아이는 불붙은 전보와 남은 성냥을 가지고 건물 현관에 불을 붙였다. 낡디 낡은 목조 건물은 순식간에 화마에 휩싸였다. 더 이상 음식 냄새도 웃음소리도 불빛도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소방대도 오고 경찰들도 달려왔다. 하지만 한 해 마지막 날의 여유로운 분위기 와중에 갑자기 발생한 화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늦었고 불길을 잡기에는 부족했다. 불은 옆 건물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아이의 집이었던 건물은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나왔다.

아이는 여전히 아무것도 실감 나지 않았다. 할머니의 죽음도 자신이 한 일도 꿈속에서 벌어진 일 같았다. 다만 더 이상 춥지 않아서 좋았다. 눈앞의 화제에 의해서, 그 때문에 모여든 사람들에 의해서 아이는 오늘 처음으로 온기를 느끼는 중이었다.

이제 이 도시에 아이를 아는 사람은 없다. 더 이상 아이를 착취할 사람도, 아이를 구타할 사람도, 아이를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볼 사람도 없었다. 이 사실이 아이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이제 발길을 돌렸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몰랐지만 여기는 아니었다. 그때였다.

“예, 너 집이 어디니?”

아이는 반응하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누군가 자기에게 말을 건 일이 너무 아득하게 이전 일이라 자기에게 말을 걸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예! 잠깐 기다리렴! 너 어디 사니?”

이번에는 경찰관이 아이의 어깨를 붙들었기 때문에 아이는 돌아봐야 했다. 아이는 본인이 위기에 빠진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어찌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어떤 상황이 닥치니 겁이 났다. 무슨 말이든 해야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 집이 없니? 말을 못 하는 거니?”

아이는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여기서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경찰관은 아이의 손을 꼭 붙들고 자기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아이를 경찰 마차에 태우고 어디론가로 향했다. 아이는 마차에서 뛰어내릴까도 생각했지만 그래서는 살아남지 못할 거 같았다.


마차가 멈춘 곳은 성 OOOO 고아원 앞이었다. 경찰관은 아이를 내리게 한 뒤 대문을 열고 들어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곧 인기척이 났다.

“누구시죠?”

“OO시 경찰청의 OOO경관입니다. 부랑아 한 명을 데려왔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잠시 뒤 문이 열렸다. 온기가 담긴 향긋한 바람이 확 불어왔다. 인상 좋은 수녀가 경관과 아이를 차례대로 바라봤다.

“안녕하세요 수녀님. 섣달 그믐날 밤에 실례합니다. 길에 방황하는 아이가 있어서 데려왔습니다.”

“고생하시네요 경관님. 실례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이렇게 은혜로운 일을 해주셨는데요.”

그러고 나를 바라보며

“이 아이인가요? 이름이 뭐죠?”

“그게… 아이가 말에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알아듣는 거 같기는 한데… 혹시 이게 문제가 될까요?”

경관은 걱정스레 수녀의 낯빛을 살폈다.

“전혀요.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벙어리이건 귀머거리이건 모두 하나님의 자식이니까요. 이름과 직함을 남겨주고 가시면 제가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녀님. 여기 있습니다. 그럼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경관은 만족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숙이며 돌아섰다.

“자, 이제 들어갈까요?”

수녀는 아이의 어깨를 감싸며 안으로 이끌었다. 아이는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안에서 풍겨오는 따스함과 달큼한 향기에 이끌려 의지와는 상관없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수녀는 아이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푹신한 소파에 앉게 했다. 아이는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촉감이었다. 아이에게 따뜻한 차를 내준 수녀는 아이에게 말했다.

“이곳은 당신처럼 갈 곳 없는 어린양들을 보살피도록 하나님의 은총으로 마련된 성스러운 장소입니다. 이곳에서는 숨기는 것도 거짓도 있어서는 안 돼요.”

처음의 따스한 표정은 거진 가신 얼굴로 말을 이었다.

“당신의 이름이 뭐죠?”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왜인지 아까부터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말똥말똥한 눈으로 수녀를 쳐다볼 뿐이었다.

“아무래도 훈육이 필요하겠군요. 하나님은 순종적인 양을 원하십니다. 때문에 여기서 불복은 매로 다스리지요.”

그러면서 수녀는 벽에 걸려있던 몽둥이를 쥐었다. 돌아선 그녀의 눈빛에는 일말의 따스함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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