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캄프카 Mar 10. 2022

선언문

20대 대선 후의 소회 1

The first step in solving any problem is recognizing there is one

- Newsroom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첫걸음은 그게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다


어제오늘 벌어진 일에  절대다수는 환호를 할 것이고 그에 준하는 다른 한 편의 사람들은 절망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의 입장에서 이 결과가 지난 2012년의 결과만큼 참담하고 암담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2016년 말 2017년 초 위대한 촛불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이 거대한 이벤트로 한국이 근원적으로 바뀌었다 이야기했지만 필자는 일말의 미완적 요소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불안감이 5년이 지나 실현되었다.


오늘의 결과는 한국의 현실이 어떠한가를 명확히 다시 보여주는 지표다. 2016년과 17년에 걸친 촛불 후 미국의 대선을 보며 우리는 실소를 금하지 못했으나 우리의 현실 또한 사실은 거기서 한걸음도 벗어나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오늘 확인했을 뿐이다.


촛불의 위대한 가치 뒤에 실존하는 구성원들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고 역사는 진보하지 않는다는 19세기 계몽주의자들의 반성이 현재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해 주는 사건일 뿐이다.


프랑스혁명은 위대한 사건으로 기록되었고 전승되고 있지만 그 이후 나폴레옹이 나타났고 왕정복고가 일어났다. 어마어마한 일이 있었지만 그게 아무 의미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의 촛불 또한 위대한 사건으로 기록되겠지만 같은 전철을 밟았을 뿐이다.


다만 좌절하지 않는다. 실망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고 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해졌다. 필자가 지난 촛불에서 느낀 불안감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으니 오히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물론 이 5년 동안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을 것이고 심지어 죽을지도 모르겠다. 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더 의지를 다져야 할 시기다. 이 시기가 좌절할 시기가 아니라는 것도 2012년으로 얻은 수업의 결과다.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2012년 오늘의 이 시기에 좌절하고 이제 끝이라고 손을 놓았다가 2년 후에 벌어졌던 참담한 재앙 앞에 놓인 나의 비루하고 처참한 모습이 어떠했는지가...


밭은 오히려 이제부터 갈아야 하는 것이고 삶은 생존을 위해 치열해야 할 것이고 눈은 흩어져갈지 모르는 주변에 머물러야 할 것이고 손은 그들을 향해 언제든지 뻗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5년은 정말 엄청날 것이고 그 엄청난 일들은 불가항력적으로 다가올 것이고 불가역적 구조와 인식을 만들어 낼 것이다. 다만 그것이 마음대로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을 비웃었지만 미국은 이를 해냈고 다시 반전을 이뤘다. 우리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고 5년 후에 그 시험을 받게 될 것이다. 좌절과 절망은 그 결과를 보고 해도 늦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간의 배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