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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캄프카 Jul 15. 2023

쉬운 정의

요즘 종종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의 피드 및 댓글들을 보게되는데 그럴때마다 드는 생각은 작금의 사림들은 너무나도 안일하게 정의라는 것을 생각하는 거 같다. 


정의는 어떤 사상적 기준을 가지는 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굉장히 어려운 개념이다. 괜히 마이클 센델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그 두꺼운 책을 쓴게 아니다. 사회적으로는 집단적 의식(Kollektivbewusstsein)에 기반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그런게 있나? 사상 교육을 하지도 않고(심지어 위험하다고 대답할 사람이 다수일 것) 집단적 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데도(하나 꼽으면 돈 많이 버는 거 정도?) 넷상에서는 모두 손쉽게 정의를 입밖으로 내며 정의의 용사 행세를 한다. 


우리가 그 상대적 정의를 잣대로 손쉬게 판단해도 괜찮은 자들은 우리의 세금으로 밥을 먹고 사는 공인, 즉 정치인 및 공무원들뿐이다. 그런 불합리를 감내하라고 '우리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고 권력을 위임받는다. 하지만 우리가 공인이라 착각하는 셀럽들과 일반인 기반의 개인 방송업자들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정의구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자. 진짜 정의구현은 키보드질로 이뤄지지 않는다. 희생과 노력없이 이뤄지는 정의구현은 없다. 1인 시위라도 하려면 여간 힘들고 복잡한게 아니다. 그 노력들로 결실이 맺어지는게 정의다. 


꼭 옳음만 이야기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나도 오래도록 고민을 해 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죄(die Sünde)'다. 근대적 의미에서 권력은 말에 있고 국가의 권력을 견제할 수단이 시민 일반에게 있는 구조에서 이는 필수적 요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 사회는 어떠한가? 국가 권력은 여전히 강대하지만 근대적 방식의 독재로 권력행사를 하는 게 아니라 여론 조작과 '팬'을 끌어모은다. 국민은 권력의 근본이기 때문에 이 힘은 이전의 것들과 비할바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와 관련된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진 건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된 논쟁이었다. 한국 사회는 막 근대적 국가 형태에서 탈출한 상황이었고 이를 쟁취하도록 희생한 주역들에게 이는 거부할 수 없는 담론이었다. 필자의 사견으로 이제 다시금 이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작금의 흐름은 오히려 민주주의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을 새로운 독재의 시스템으로 몰아 넣고 있다


정의로워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스스로가 정의롭다고 착각하고 누굴 공격한다면 그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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